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강릴리 Jun 17. 2021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늦은 걸까

사실은 안 늦었을 지도




박명수의 유명한 짤
'늦었다고 생각할 땐 너무 늦은 거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시작해라'

어쩌면 맞고 또 어쩌면 틀린 말이다.


대학 때 같은 교양 수업을 들었던 학생 중에 나이가 지긋한 예순 살 늦깎이 학생이 있었다.
우리는 다 그분을 '옹'이라고 불렀다. 그 '옹'님은 환갑이 되어가는 나이에도 학구열이 높았고

교양 수업이 끝나면 같은 조 학생들을 불러 음료를 사주시며 수업에 대해서 물어보기도 하셨다.

이십 대 초반 시절에는 예순의 나이가 꽤 먼 이야기 같았다. 너무 어렸고 젊어서였을까..

늦게 무엇인가를 시작한다는 것에 대해 이해가 잘 가지 않았다.


내가 첫 해외여행을 했던 스물한 살, 60여 일의 유럽 여행을 하던 때에

어린 나이에 혼자 첫 해외를 어떻게 이렇게 막무가내로 고생하며 여행을 하냐고 걱정하던

언니, 오빠들이 안타깝게 여기며 밥과 술을 많이 사주었다.

그도 그럴 것이.. 숙박하는 날의 숙소 조차 예약하지 않고 노숙할 생각으로 갔던 철없던 시절이었다.

또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갔던 때가 스물셋이었는데, 그때도 같이 지내던 모든 사람들 중에 내가 가장 어렸다.


20대까지는 어떤 선택과 결정을 할 때 주변의 모든 사람보다 한참 어렸던 내 나이가 무기였던 때가 있었는데

30대가 되고 나서는 인생의 모든 것이 다 느리고, 늦은 사람이 되었다.   


결혼과 육아를 할 나이에 나는 아직 싱글인 것도,

코로나 백수로 35살에 인턴을 시작했던 것도,  

지금 나이와는 맞지 않는 거북이가 된 느낌일 때도 있다.


삶을 순탄하고 평범하게 살고 싶으면 그 나이의 순리대로 살아야 한다는데

아직은 나이의 순리에 정반대로, 흘러가는 대로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베이징에서 귀국한 친구 J가 35살 10월에 빅데이터를 배우겠다고 선언하고

국비지원을 받아 수료하고 이번 주부터 취업에 성공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같은 관광학 전공을 하고, 동종 업계에 있던 동갑 친구가, 전혀 다른 분야로 전직에 성공했다는 게

왜 이렇게 마음이 든든할까. 모두가 다 늦었다고 말할 때, 스스로를 믿고 잘 헤쳐나간 모습이 너무나 대견하다.


여행업에 끝까지 살아남을 줄 알았던 동기 H는 37살에 신문사의 신입 기자가 되었다고 하더니,

이제는 기자 2년 차에 이직까지 성공했다고 연락이 왔다.


나는 여전히 여행업과 관광 마케팅업의 중간쯤에 살며,

취미로 글쓰기를 하려고 브런치에 겨우 가끔 글을 쓸 뿐인데..

어린 시절부터 글을 지어 밥을 벌어먹고 살고 싶다고 말하던 나의 오래된 꿈들이 한 번씩 생각나는 요즘이다.











작가의 이전글 낭만을 지킬 거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