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의 과거의 오늘을 좋아한다.
과거의 내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무슨 생각으로 하루를 살았는지.
그 공간에 얼마나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저리주저리 써놨던지.. 가끔은 화끈 거리는 한때의 흔적이 가득하다.
유난히 과거의 오늘 4월 26일에는 스위스에 자주 있었다.
10여 년의 과거 중에 같은 날에 3번이나 스위스 어딘가에서 글을 쓰고 사진을 찍었고,
또 한 해는 슬로베니아 류블랴나에서 낭만적인 하루를 보내기도 했다.
코로나로 해외여행이 멈추었고
국외여행 인솔자로, 해외여행업 10년을 했던 나는
전 세계를 누비던 때를 자주 회상한다.
서비스업의 최전선에서 일하던 과거 오늘의 나를
, 지금의 내가 만난다면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
야, 전대미문의 코로나가 올 거야..
지금의 여행하는 너의 삶을 즐겨!
그렇다.
과거는 늘 미화되기 때문에 낭만적으로 회상한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고는 대학 때 낭만파였던 나의 흔적 따위는 사라진 지 오래였고
오로지 생존에 더 많은 생각과 힘을 쏟으며 살았던 것 같은데
지나고 나니.. 생존에 가깝게 일을 했던 지난 나의 여행했던 삶 조차도
낭만적이었다고 느껴지는 걸 보니.. 오늘은 낭만에 취하고 싶은 날인가 보다.
삶이란 기다림만 배우면 반은 안 것이나 다름없다는데, 그럴 것이다. 우리는 태어나면서부터 뭔가를 기다리지. 받아들이기 위해서 죽음까지도 기다리지. 떠날 땐 돌아오기를, 오늘은 내일을, 넘어져서는 일어서기를, 나는 너를.
신경숙 <깊은 슬픔>
9년 전 오늘, 나는 신경숙의 문장을 읽었고, 페이스북에 이 문장들을 담아놓았다.
지금 보다는 심장이 더 말랑거릴 때 읽었던 수많은 글들이 지금의 나를 만들어놓았던 걸 한참 잊었다.
삶이 영위되는 모든 순간들이
훗날 낭만적이었다고 기억되면 좋겠다.
살아있는 동안, 모든 존재와 보낸 낭만적인 한 때를
오롯하게 기억하기 위해서 자주 기록하는 습관을 가져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