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군가 요즘 나의 근황을 묻는다면,
"이사 준비가 한창이다."라는 말을 할 수 있겠다.
서울에서 처음 내 방을 가져 본 지금의 집에서 꼬박 6년을 살았다. 3분의 1 이상은 해외에서 일을 하며 보냈다.
해외 생활을 오래 한 떠돌이인 나에게는
집에 대한 애착이 유독 더 강했던 것 같다.
집을 내놓은 지 어언 1년 4개월이나 지나서 갑자기 집이 나갔고,
작년부터 새로 가고 싶다고 마음에 둔 신축의 입주 시기가 딱 맞아서
원하던 집으로 이사를 가게 되었다.
대출을 받기 위해 제출해야 하는 많은 서류들을 위해
몇십 번의 인증을 거쳐야만 했고 그동안 거짓말처럼 흰머리가 늘었다.
이 서울에서 오롯한 나의 공간 하나를 갖기란 이렇게나 힘들구나.
집을 내놓으면서, 또 새집을 알아보면서, 대출 서류를 준비하면서
수십 번의 좌절과 마주했다. 이렇게 서울에 버텨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최근 해외에 사는 지인들이 영주권에 관련해서 안부를 전해왔다.
한 친구는 미국에서 취업비자를 받은 지 1년이 조금 지나 미국 영주권 신청을 한 상태라고 했고,
한 언니는 스웨덴에서 법인회사를 차려 영주권을 준비하려다가 포기하고 여름에 귀국을 하겠다고.
두 지인은 낯선 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 버티는 하루가 버겁다고 했는데
나 역시 서울(수도권)이 고향이 아니기 때문인지.. 해외 사는 것처럼 생존이 달린 일이라 생각한다.
서울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이 서울 시민권을 유지하기 위해,
집에 대한 걱정과 고민은 기본이고 커리어에 대한 압박까지..
어쩌면 나는 대한민국 서울의 시민권을 갖기 위해 늘 마음이 쓰인다.
코로나 백수가 되어 일 년 동안 일을 쉬었을 때도
서울 시민을 포기하는 게 싫어 서울에 버틸 수 있는 혜택을 찾았고
청년수당, 청년인턴 일자리를 하며 서울시민을 유지하려고 애썼다.
서울시의 혜택을 받는 동안 최선을 다해 새로운 일을 찾았고 원하던 직종에 취업을 했다.
서울살이를 포기한 지인은 고향이나 해외로 떠나버렸음에도
나는 아직도 그럼에도 서울에 버텨야 할 이유들을 부여하고 또 의미를 찾는다.
해외살이를 많이도 해봤지만 해외 영주권과 시민권만 어려운 게 아니다.
오히려 나에겐 내 나라 서울에서의 서울시민으로 사는 것이 해외 이민만큼 버겁다.
오늘도,
서울시민권을 유지하기 위해 고군분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