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행복합니다.
유난히도 아이들을 이뻐라 해서 한때 유치원 선생님이 장래 희망이기도 했던 나는 유치원 선생님은 되지는 못했지만, 두 아들을 키우며 아들 친구들에게 “선생님, 아니 00 엄마”라는 말을 종종 듣는 자칭, 타칭 열혈 엄마이다. 친한 언니가 지어준 양사임당이란 별명이 내심은 반갑기도 한, 현모양처란 꿈을 이루며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은 엄마!
아들들의 앞에만 서면 나는 그냥 꿀을 뚝뚝 흘린다. 매일 같이 무한 짝사랑 중이다. 좀 안타까운 점이라면 이 사랑을 고마워해주는 녀석은 없다는 건데, 그래서 짝사랑인 거다. 산에 가서 야호를 외치면 희미한 메아리라도 돌아오는게 공식인데, 우리 집 거실에서 온힘을 다해 사랑을 외쳐도 아무 소리도 돌아오지 않는다. 아주 가끔 괘씸한 마음에 씩씩대지만 도리가 없다. 지금 나는 아무도 시키지 않은 짝사랑에 빠진 거니까.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그게 팩트니까.
아이들에게 가끔 사랑을 가득 담은 엽서나 쪽지를 적어 아무도 모르게 필통 속에 고이 넣어두고, 아이들이 어떤 반응을 보여줄지 기대 반 설렘 반 하트 눈을 하며 하교하기를 기다리지만, 역시나 여느 보통날과 다름없이 별 다른 말이 없다. 그런데 그것이 서운하기보다는, 그냥 이 무조건적인 엄마의 사랑을 듬뿍 받아 오늘도 몸과 마음이 더 단단해졌기를 소망하는 일편단심 민들레 엄마가 바로 나다.
「엄마심리수업」에서는 ‘사랑받은 아이는 사랑을 끌고 미움받은 아이는 미움을 끌어 당긴다. 엄마냄새 법칙이 우주의 법칙이다’라는 구절이 나온다. 보면 볼수록 사랑스러운 내 아들들의 몸과 마음에 엄마 냄새가 가득 벨 수 있도록, 사랑 충만한 이 아이들이 건강한 어른으로 성장해 이 사랑을 되돌려줄 줄 아는 성인으로 자란다면 더 바랄 게 없겠다는 마음으로 오늘 또 그렇게 하루를 보내본다.
남편은 어디서 그런 모성 본능이 나오는 거냐며 참으로 신기해한다. 첫째가 태어나자마자 들어간 산후조리원에서의 2주라는 기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나왔던 일을 시작으로, 가끔은 화도나고 짜증도 날법한 여러 상황들을 아이들 앞에서 의연하게 대처해 나가는 모습을 제삼자의 입장으로 지켜보면서 항상 신기해하는 남편이다. 나 또한 내 안에서 이런 화수분 같은 사랑이 나오는 것이 새삼 놀랍기도 하다.
나 또한 어릴 땐, 이런 귀한 사랑을 받고자란 한 집안의 장녀였다. 내리사랑은 있어도 치사랑은 없다는 옛말처럼 부모님께 받은 사랑을 되갚지는 못한 채 이렇게 한평생 짝사랑을 하며, 아들바라기로 살아갈 줄은 꿈에도 몰랐다. 서운하실 법도 한데 아이들의 지금이 가장 이쁘고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기이니 마음껏 사랑하고 누리라는 부모님의 말씀은 내 마음을 먹먹하게 하곤 한다. 내가 아이들에게 표현하는 사랑의 방식과는 다른 방식이었지만 우리 부모님 또한 무한 사랑을 주신 것 같다. 세상에 어떤 부모가 제 자식을 사랑하지 않겠는가! 표현하는 방식이 다를 뿐이지. 그렇게 생각한다.
나 또한 언젠가는 백발의 할머니가 되어 지금의 이 시기를 얼마나 그리워할지. 안 봐도 뻔하다. 그때 지금을 그리워하기보다 추억할 수 있도록 오늘 더 많이 안아주고, 지금 이 순간에 최선을 다하며, 오늘이 마지막인 것처럼 마구마구 사랑해 줄 테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이 아이들도 사랑의 답장을 해주겠지! 사랑의 메아리라도 쳐주겠지! 하면서 말이다. 또 안 해주면 어떻단 말인가! 이 찬란한 기억으로 남은 인생을 행복하게 살아나가면 됐지!
아, 아이들 학교간 지 2시간 밖에 안 됐는데 벌써 보고싶다. 아무래도, 중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