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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Nov 05. 2023

아들 키우는 거 그렇게 힘들지 않아요

생각하기 나름이에요.

 우리 집 4학년 첫째가 왠일로 씩씩대며 들어온다. 2학년 둘째도 함께였다. 엘리베이터에서 기분 나쁜 일이 있었다며, 식탁의자에 잠시만 앉아보라며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한다. 무슨 일이지, 웬만해선 화를 안내는 아인데, 무엇이 그리 너를 기분 나쁘게 한 건지 어디 들어나보자 싶어 얼른 자리에 앉았다.


"엄마, 방금 엘리베이터에서 18층 아줌마가, 나랑 00이랑 형제냐고 묻는 거야."

"그런데 갑자기, 너희 엄마도 참~~ 힘들겠다며, 아들 키우는 게 보통일이 아닌데... 하면서 나랑 00이 기분 나쁜 말들을 아무렇지 않게 하는 거야."

그렇다. 우리 아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너희 엄마 참 힘들겠다.

"엄마도 알다시피 우리가 엄마를 힘들게 하는 사람들이 아니잖아......"  그로부터 한참 동안 열변을 토하는 우리 집 4학년 아들...


기억을 거슬러, 4학년 첫째가 7살일 때가 문득 기억에 났다.

남편 회사직원 결혼식이 있어 목포를 내려갔을 때 일이다. 거리가 있어 자주 가기 힘드니, 여행도 할 겸 같이 가자는 남편의 말에 우리 가족은 신나는 마음으로 따라갔다.

한참 결혼식을 보는데, 장거리여행에 식사를 제대로 못 챙겼더니, 배고프다고 아우성인 첫째, 둘째를 데리고 우리 셋은 먼저 식사를 하러 갔다.

붐비는 식당에서 겨우 한자리를 찾아냈고, 아이 둘 을 앉힌 뒤 부지런히 음식을 나르는데 노부부도 우리 자리에 함께 착석했다. 나보다는 아이들을 먼저 먹이느라 바쁜 와중에 할아버지께서 한마디 하셨다.


"아들만 둘이에요?"

"네~아들만 둘이에요."

"야, 너희 엄마 힘들겠다. 아들만 둘이라!!, 딸이 있어야 하는데..."

아이들 앞에 두고 난 어떤 말을 해야 할지, 7살, 5살 아이들이지만 알건 다 아는 요즘 아이들 아닌가!

나는 멋쩍게 웃었다. "아... 네..."

그때 우리 집 첫째가 한마디를 한다.

"할아버지, 사과하세요! 저희는 엄마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아닌데, 왜 그런 말씀하세요? 저 기분나빠요."

헉. 살면서 어른들께 말대답이라는 걸 한 번도 해본 적도 없고, 해서는 안된다고 교육받고 자란 나는 바로 할아버지의 표정을 살폈다. 사실. 속으로는 많이 시웠했다. 이런 사이다 대답!!

당황한 기색에 얼굴이 붉어지신 할아버지. 이런 당돌한 아이를 봤나. 하는 표정을 지으셨다.

"아니~~ 보통 아들만 둘키우면 엄마가 힘드니까, 그런 말이 나온 건데... "

더 당황하신 건 그 옆에 계신 할머니셨다. 기분이 팍 상하신 얼굴이었다. 인상을 쓰신 채로 우리의 대화를 들으며 식사를 하셨다.

"사과해 주세요!! 저희는 엄마를 힘들게 하는 아들이 아니에요."

"그래. 내가 미안하구나. 할아버지도 손자가 있는데, 엄마를 힘들게 하는 거 같아 그런 말이 나도 모르게 나온 거 같은데, 넌 아니라니 정말 미안하구나."

그렇게 아들은 사과를 받아냈고, '아들이 참 영리하네요'라는 칭찬인 듯 칭찬 아닌 칭찬도 덤으로 얻었다.

난 멋쩍게 웃고, 그 자리에서 아이들을 챙기며, 남편이 어서 빨리 와서 이  불편한 정적을 좀 깨주기를 기다렸다. 급히 식사를 끝내신 어르신들은 먼저 자리를 떠나셨고, 난 체증이 확 풀리는 기분이었다.


"얘들아, 엄마는 너희를 정말로 사랑해. 너희들은 엄마를 힘들게 하는 존재가 아니라, 온 우주만큼, 아니 그보다 더 엄마를 행복하게 해주는 존재야. 할아버지 말씀에 기분이 나쁠 수도 있겠지만, 생각이 다른 사람들 말에 너희 마음마저 흔들리진 말자. 알았지?"

그때, 이런 이야기를 나누며 식사를 했고, 돌아온 아빠에게 아이는 한번 더 이런 일들이 있었는데 내가 사과를 받았다며 영웅담을 늘어놨던 기억이 난다.

사진 찍기 좋아하는 엄마를 둔 아들의 일상이란...^^


그런 일들은 자주 있었다.

전혀 아들 엄마 같지 않다며, 아들 키우기 힘들지 않냐는 물음에, 난 어떤 대답으로 응해야 하는지 고민스러울 때가 종종 있다.

이들이 듣고 싶어 하는 대답은 따로 있는 건지, 아니면 진짜 궁금해서 물어보는 건지, 그렇다고 치더라도 아이들 면전에 두고 그런 질문은 삼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게 나이가 적든, 많든 사람에 대한 기본적인 메너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에게 모든 사람의 생각은 다름을 종종 이야기한다.

다름을 인정하고 서로를 존중할 때  비로소 행복한 우리가 되는 거라고.

다른 건 틀린 게 아니라, 그저 다양한 거라고.


 아들 키우는 게 체력적으로 힘에 부칠 때도 있지만, 딸 키우는 것도 만만치는 않을 것 같다.

경중을 따질 일이 아니라, 제대로 된 어른으로 키운다는 그 자체가 모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힘들다는 표현대신, '오늘도 우리 함께 열심히 커나가고 있구나'라는 생각으로 나를 다독여보면 어떨까?


인생은 정말,

생각하기 나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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