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른이 되어과는 과정
“집에서 화 안 내세요??”
“아.. 화내는데요. “
“아이들에게 하는 것처럼, 화 한번 내보세요. ”
"초록아, 연두야. 지금 9시가 넘었는데 언제 잘 꺼야?? 왜 이렇게 잠자리 시간이 늦어지는 거야????!!!!"
“집에서 그렇게 화내세요?? 좀 더 실제처럼 화내보세요!! 실제로도 그렇게 우아하게 아이들 키우세요?”
띠용.
뭐지 이런 당황스러움은...
아이들을 키우며 나는 화를 잘 참는 편에 속한다. 화가 나는 기준이 높아 웬만하면 아이들에게 소리를 지르거나, 짜증을 낸다거나 화를 내는 일은 실로 거의 없다. 참다 참다 잠자리 시간이 늦어지면 한 두 번 큰소리가 나오기는 하지만, 화나 짜증이 아닌 목소리 톤 정도의 변화만 있어도 아이들은 엄마 눈치를 보면서 재빨리 움직여준다. 아이들의 표정이 달라진 걸 알아챈 내가, 거기에 한 숟가락 더 얹어 화를 내는 건 아무래도 아이지만, 미안하다. 아이들이 노력하는 제스처를 취해줄 땐, 그에 맞게 적절한 태도를 보여주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우리 엄마의 장점에 '우리 엄마는 급발진을 하지 않는다'라고 적어놓은 글이 그간 나의 노력의 산물이 아닐까 싶어 내심 뿌듯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런 나도, 가끔은 나도 모르게 단전에서 올라오는 깊은 화를 주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아주 많이... 그럼에도 결론은 똑같다. 나의 가장 부끄러운 모습을 여리고 여린 내 아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지는 않다. 그것은 얼마되지않아 되돌아올 화살이라는 걸 알고있기에…
지난 부모집단 상담에서의 일이다. 20여 명의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이 모여 엄마의 양육태도를 점검하고, 강사님께 조언도 듣고,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도 듣는 시간이라 하루에 세 시간 총 5번의 교육을 한 번도 빠지지 않고 나갔더랬다. 실로 교육의 힘은 위대하다고 느끼는 게, 오롯이 이 시간은 아이와 나를 위한 시간이라 수업시간에 배우고 느낀 것을 일상에 적용하고, 또 말하나 행동하나 신중하게 되었던 일련의 과정들이 참 좋았다.
자녀가 초4, 초2인 나는 중학생, 고등학생 엄마들의 이야기를 듣는 게 좋았다.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우는 분들도 있었는데, 아이와의 힘들었던 이야기를 듣고있으면 성향은 T이지만, 아이들 문제에서는 선택적 F인 나도 눈물이 났다. 원래는 그런 아이가 아니었는데 사춘기를 겪으며 180도 달라지는 아이들의 모습에 엄마는 당혹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고, 멀지 않아 나에게도 생길일임을 알기에 무섭기도 했다.
수업 전에 부모양육태도검사를 하는데, 나는 지지표현이나, 합리적 설명, 감독은 퍼센티지의 수치가 높아 지나침으로 나왔고, 성취압력, 간섭, 처벌은 미흡함으로 나왔다. 그리고 과잉기대나 비일관성은 이상적임이 나왔었다.
처벌이 2%로 나왔는데, 29% 이하는 자녀에 대한 애정이 너무 많은 경우에 해당된다고 한다. 적절한 훈육을 위해서는 적당한 압력이나 행동적 제재도 필요하다고 나와있었다.
비일관성이 21.2%로 이상적으로 나왔는데, 양육태도 중에서 가장 조심해야 할 부분이라고 한다. 부모의 일관되지 않은 양육태도는 자녀의 성격적인 요소뿐만 아니라 지적인 측면에도 많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한다.
강사님의 말씀에 따르면, 아이들에게 적당한 믿음이나 기대는 주되 어차피 아이 자신의 그릇만큼 자라기 때문에 가장 중요한 것은 부모와 자식 간의 건강한 애착관계와 정서적인 안정이라고 하셨다. 나 또한 우리 아이들과의 관계가 건강하기를 바라며, 안정되기를 바라는 게 일 순위이다.
이 수업에서는 자녀의 미래를 열어주는 핵심 열쇠는 오직 부모님의 마음 다스림과 양육과정에서의 적절한 격려, 적당한 압력, 그리고 알맞은 처벌에 의하여 달성할 수 있다고 말씀하셨다. 처벌은 혼을 내고 때리는 것을 말하는 게 아니다. 사람을 공포감으로 몰고 가는 정신적인 가해나 위협이 없는 상태와 상대를 무시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그리고, 몇 주 뒤에 또 다른 부모집단상담은 3시간씩 총 3회 수업이었다. 나 자신을 돌아보고, 지금까지 잘 해온 나를 토닥여주며 '애썼어. 그 정도도 괜찮아. 이렇게 해온 내가 대견해.' 나를 위로해 주는 시간이었는데 명상도 했고, 초콜릿도 먹으며 잠시나마 내 뇌를 쉴 수 있게 해주는 수업이었다. 이렇게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이 바쁜 일상 속에서 가능한 시간이었던가? 오랜만에 마음을 차분하게 해주는 정말 좋았던 수업이다. 기회가 된다면 또 듣고 싶었다. 십여분의 명상시간 동안 들숨과 날숨을 온몸으로 느끼며, 그 어떤 생각 없이 내 몸과 마음에만 집중하는 무념무상의 시간들이 너무나 좋았다.
이 수업에서는 아이에게 화를 냈던 기억을 무리해서 회상하지 않아도 되었다. 말을 해도 좋지만 안 해도 좋았고,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수업을 진행해 주셔서 마음이 한결 편안했다.
여기서도 중2학생을 둔 엄마는 아이를 키우며 가장 힘든 시간이라고 힘들어했다. 아이가 이런 말이나 행동을 하는데 견딜 수 없어서 모든 걸 놓아버리고 싶었다는 지난 주말이야기는,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그런 생각이 드는지 감히 짐작해보기도했다.
수업에 다녀온 후는, 남편과 맥주 한잔을 기울이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수업에서 우는 고학년 아이들 엄마들 이야기를 하며, "우리 초록이,연두(가명)도 나중에 중2병이 올 텐데, 그때 나도 그렇게 힘드려나?" 하고 걱정이 되어 이야기하면, 대문자 더블 T남편은 "힘들다고 생각하면 힘들고,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생각하고, 마음 편히 받아들이면 괜찮을 거야. 다른 집에서 그런 일들이 있다고 해도 우리 집에서는 가볍게 넘어갈 수도 있는 거고, 왜 그런 걱정을 미리해?" 라며, 촌철살인을 남긴다. 그렇다. 그런 걱정을 사서 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엄마인 나는 아이의 모든 것이 걱정이다. 바람 앞에 등불처럼, 지금까지 쌓아온 내 아이와의 관계가 흐트러질까 봐 두렵기까지 하다. 하지만, 내 아이는 10년 넘게 안정적으로 잘 성장해 온 아이다. 그 아이를 있는 그대로 믿어주고 격려해 준다면 그 어떤 바람도 내 아이를 흔들진 못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아이들 교육에 관심이 많은 나는 집 근처에서 부모교육이 있다면 웬만하면 신청해서 참여하는 편이다. 온라인보다는 오프라인이 좀 더 그 시간에 집중할 수 있음을 알기에 선호하지만, 좋은 강의라면 온라인도 마다하지 않는다. 강사님들마다 스타일이 다르고, 하고자 하는 말도 다르지만 결론은 단 하나다. 오늘도 아이들과의 하루가 조금이나마 편안하고 행복하길. 결국에는 아이들이 몸도 마음도 건강하게 잘 성장하길.
모든 바탕에는 부모와 아이의 안정적인 애착관계 형성과 엄마인 나의 행복이 깔려있다.
수업에서 힘들어하는 엄마들도 결국은 내 아이에게 더 잘해주지 못해서 미안한 마음에 힘이 들어하고, 왜 내가 그런 말을 했는지 후회하며 마음 아파 울었다.
강의를 들으며 문득 어른이 되어가는 과정은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 아이를 낳고 키우며 엄마인 나는 타인의 의지대로 하루를 살아가고 있을 때가 많았다. 그런 과정 속에서 행복한 순간도 많았지만, 힘들었던 순간도 많았다. 아이들로 인해 수많은 희로애락을 느끼며, 내 삶은 단단해졌고 무르익어갔다. 그 무엇이 흔들어도 흔들리지 않는 바위 같은 우직함으로 내 자리를 지키게 되어과는 과정을 겪으며,
이렇게 어른이 되어가는구나!
를 느끼게 되었다. 진짜 어른이 무엇인지. 내가 되고자 하는 어른은 어떤 모습인지. 매일 같이 일상 속에서 생각하게 된다. 순간의 선택이 미래의 나를 만든다는 것을 알기에, 더 단단한 어른이 되기 위해 오늘도 고군분투해야겠다고 느껴본다.
내가 진짜 되고 싶은 어른은 어떤 모습인지 오늘도 떠올려본다. 그리고 그렇게 될수있게 한발짝 한발짝 나아가본다.
사랑, 어른이 되는 것 (작사작곡 더필름)
짧게 말하기 되묻지 말기
어린애처럼 사소한 말투에 서운해 말기
한번 더 듣기 귀담아 주기
당신이 원한 그 말이 아니라 그대 말 듣기
아프지 말기 쉽게 오해도 말기
그대의 얘기 돌려 듣지 말고 그대로 듣기
기다려 주기 자꾸 무언가를 바라지 않기
사랑하게 되는 일이란 어른이 되는 것
( PS. 신승훈 노래로 꼭 들어보세요. 강력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