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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 Nov 27. 2023

아침밥

엄마의 따스한 사랑의 표현

매일 아침 5:30 남편의 알람소리에 눈을 뜬다.

남편과 엘리베이터 앞까지 함께 나가 출근 전 아침 인사를 나누고 난 후 들어와 가장 먼저 쌀을 씻고, 주전자에 물을 끓인다. 보글보글... 주전자에 물을 끓이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또 이렇게 소중한 우리의 하루가 밝았구나. 오늘도 단단한 하루를 보내야지 다짐하며...

그리고 깨끗이 샤워 후에 정신을 번쩍 깨우고 나서 아이들 아침을 준비하는 루틴으로 하루를 시작한다. 물론 이 루틴이 깨질 때도 있지만, 깨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는 게 오롯이 내 마음먹기에 달려있다는 게 참 감사하다.


아이를 낳으면, 꼭 아침을 먹는 아이로 키우고 싶었다. 그래서인지 유난히도 아침밥에 집착하는 엄마다. 아이들이 아기땐 잠시라도 아침산책을 하고 들어와 아침밥을 챙겨 먹였을 정도로, 좋은 습관이 삶이 될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한 게 바로, 우리 집 아침밥루틴이다.

성향이 정반대인 두 아들은 식성마저도 다르다. 전날 밤에 아침에 먹을 음식을 주문하고 잠자리에 들곤 하는데 역시나 다른 음식을 주문한다. 야채를 먹어야 하는 날이면  카레를 고르는 둘째와는 달리, 큰 아이는 김밥을 말하고, 고기를 달라고 하는 아이가 있으면, 따뜻한 밑반찬들과 밥을 먹고 싶어 하는 아이도 있다. 그래서 우리 집 가스레인지는 매일 3구가 열심히 돌아간다. 쉬지 않고...


아이들의 성향이 다른데 엄마가 한 명이니 힘들다는 이유로, 피곤하다는 핑계로 메뉴를 통일해 달라고 말하기는 직무유기하는 거 같아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래서 웬만하면 아이들 의견에 따라주고자 노력한다. 전업맘이기에 충분히 가능하고, 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은 아이들을 건강하게 먹이고 키우는 일이라는 생각에 집중한다.


우리 아이들은 성격도 정반대이다. 큰아이는 MBTI로 따지면 ISTP이고, 작은 아이는 ESFJ이다. 혈액형으로 따지면 한 명은 A형인데, 한 명은 B형이다. 성향으로 따지면 한 명은 따도남인데, 한 명은 차도남이다. 한 명은 학교 다녀오면 이야기 한 보따리를 풀어내고 학원에 다녀와서도 또 한 보따리를 풀어내서 아이의 모든 생활의 일거수일투족을 모두 알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반면, 한 명은 이러쿵저러쿵 사사건건 이야기하지 않는 아이다. 이런 성향 다른 두 아이를 키우다 보니, 나는 여기에 맞췄다 저기에 맞췄다, 내 정체성은 잃은 채로 아이들에 맞춰가며 살아가고 있다. 이 또한 남편과 나의 성향이 정반대이다 보니 아이들도 정반대의 성향으로 태어났구나 싶어, 참 신기하고 재미있다.


이런 두 아들에게 유난히도 엄마사랑 가득한 밥을 해주기 위에 고군분투 중인데, 특히나 아침밥은 든든해야 한다. 매일같이 따순 밥을 포근포근 히 밥공기에 한 그릇 담아내고, 따뜻한 반찬을 골고루 접시에 이쁘게 담아 오늘 하루도 너희의 일상이 이 밥상처럼 따뜻하고 근사하기를 바라며,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아이들은 눈뜨자마자 '배고파 배고파'를 외치며, 식탁에 둘러앉아 오~ 하고 탄성을 내뱉고 아침식사를 한다. 먹는 걸 좋아하는 둘째는 누구보다 "맛있는데~음~"하며 취임새를 넣으며 맛있게 한 그릇 뚝딱 먹고, 입 짧은 첫째는 먹는 둥 마는 둥, 엄마눈에는 영 성에 차지 않지만 그래도 느긋하게 한 그릇을 비워내고 나면 '아침 할 일은 끝이 났구나'싶어 바빴던 마음이 비로소 놓인다.

방앗간에서 뽑아온 쫄깃쫄깃 쌀떡과 후다닥 말아낸 김밥으로 차려진 아침밥상. 차려내기 무섭게 사라지니 급히 찰칵!

오늘 아침은 달짝지근한 떡볶이를 오더 내리시는 둘째 아드님.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국물에 찍어먹으면 맛있을 거란 말로 유혹해 후다닥 말아낸 김밥과 함께 한 끼를 차려내었다. 계란도 세 개 삶아 넣어주니 아침부터 든든하게 한 끼 뚝딱이다.

일주일에 한 번은 계란간장밥이다. 아이들이 원해서이기도 하고, 바쁜 일정 속에 계란간장밥 한 그릇이면 아이들도 한 그릇 뚝딱, 든든하게 먹을 수 있기 때문이다. 계란은 자주 먹는 식재료다 보니, 난각번호 1번 동물복지 유정란으로 선택하고, 달짝지근한 맛간장, 친정엄마표 참기름, 통깨를 절구에 막 갈아낸 고소한 깨소금까지. 거기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과일과 요구르트로 식사를 함께한다.

아이들은 아침메뉴로 고기도 좋아한다. 삼겹살보다는 기름기 없는 목살을 좋아하는 편이라 펜에 구워서 무쌈, 김치, 마늘장아찌랑 밥과 먹는 식사도 좋아한다. 고기 굽는 걸 좋아라 하는 둘째는, 이런 날은 아침부터 요리사로 변신해 신나게 고기를 구워준다.

비가 오거나, 날이 추우면 국을 좋아하지 않는 아이들인데도 국을 찾는다. 맑고 따뜻한 닭곰탕이다. 깨끗이 씻어낸 닭에 기름기와 껍질을 제거하고, 대추, 마늘, 양파, 파, 황기를 듬뿍 넣어 새벽부터 고아낸 뜨끈한 닭곰탕에 각자 기호에 맞게 소금과 후추로 간을 해서, 누구보다 맛있게 한 그릇 비워내는 걸 보면, 보기만 해도 배부르다는 말이 이런 말이구나 싶어 기분이 좋다.


어릴 적, 유난히도 입이 짧고 반찬 투정이 심했던 나는 엄마에게 까탈스러운 딸이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엄마는 새벽부터 갓 지은 아침밥을 차려주셨고, 좋아하는 반찬들로 도시락도 싸주셨다. 시금치나 나물반찬은 내가 가장  싫어했던 반찬. 그런 것들은 쏙쏙 골라내고, 좋아하는 소시지나 고기반찬들로 식사를 했던 내 어릴 적 모습들이 아직도 기억이 자주 떠오른다. 잔소리나 기분 나쁜 말들로 내 기분을 상하게 하시기보다는 나중에 크면 먹게 될 거란 말로 위안을 주셨던 엄마의 다정했던 말들. 지금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도 소란스러운 말들로 재촉하지 않고, 건강하게 커나갈 수 있도록 잡아주는 일상의 다정한 표현들이 조금은 엄마와 닮지 않았나 싶다.

우리 아이들도 사회에 나가 진짜 어른이 되면, 조금이나마 떠올려주길...

그때,

 '엄마가 갓지어낸 밥으로 차려줬던 아침밥이 사랑이었구나'라는 걸...

마흔을 앞둔 내가 느지막이 엄마의 사랑과 정성을 떠올리는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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