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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상혁 Sep 20. 2024

나의 구멍은 내꺼야.

사람을 살리는 생각 

구멍. 빈자리. 영혼. 그리고 자유. 



비어있기 때문에 나는 그 구멍을 내 마음껏 탐색할 수 있지. 내 구멍을 기꺼이 열어 보여줄 수도 있고, 구멍을 꽁꽁 닫아 나만의 것으로 간직할 수도 있어. 나의 구멍은 내가 언제든지 내게 공간을 내어줄 수 있는 빈자리야. 사람들 사이에서 답답할 때, 일상에 치여 힘이들 때, 새로운 삶을 살고싶을 때 나의 빈자리는 내게 숨길을 트게 해줘. 


그런 구멍을 자기 마음대로 채워주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 혹은 그런 구멍을 자기가 당연히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 걸 나는 사이비 인간관계라고 이름 짓는다. 나의 영혼을 기꺼이 차지하려 드는 자들. 나의 영혼을 차지해놓고서 감싸안는다고 말하는 자들. 점령의 의도로 조심스러움 없는 따스함으로 깜빡이 없이 접근하는 사람들. 그 사람들은 나의 자유를 무시하지. 자기 자신의 자유를 이미 무시하고 있기 때문이야. 영혼이 갈급해 타인의 영혼을 탐내는 자들. 빈자리가 없어 그 빈자리를 사람으로 모조리 채우는 자들. 채워주는 것에 대한 감사함을 모르는 자들. 


너의 구멍의 경계를 공고히 지키도록 해. 너의 구멍을 지키는 자는 오로지 너뿐이야. 그래야 그 구멍은 언제나 너의 빈자리로서 여유있고 행복한 삶을 보장해줄테니까. 비록 가족이더라도, 비록 친구더라도, 비록 사랑하는 사람이더라도 네가 원할 때 그 구멍은 언제나 너만을 위한 빈자리로 활용될 수 있다는 걸 알아야만 해. 


구멍은 네 자신이야. 네가 느끼는 구멍의 경계들, 구멍의 표면의 꺼칠꺼칠함들, 빈 자리에 바람부는 살벌함 시원함 모두. 빼앗 길때의 그 박탈감과 공허감, 깜깜한 현실 속에서 자유를 꿈꾸는 것 그 모두 네 자신이야. 그 경계에 금칠 황금빛 조명을 빤짝빤짝하게 켜도록 해. 황금색 링처럼, 너의 구멍은 끊임없이 너 자신의 행복과 자유를 위해 돌아가고 있음을 명심해. 


너만이 탐험할 수 있는 곳. 너만이 지킬 수 있는 곳. 너에게만 주어진 곳. 그 구멍에서의 무한한 자유를 누리다가도 언제든지 바깥의 경이를 지켜보도록 해. 작은 빈자리에서 발견한 여유를 만끽한 너라면 거의 모든 것에서 감사함을 누릴 수 있을테니까. 네가 절망적일 때도, 네가 희망에 겨울 때도, 네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있을 때도 언제나 함께 있었던 그 구멍, 그 빈자리, 그 영혼, 그 자유를 절대로 잃지말고 잊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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