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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안 Jan 24. 2022

소소한 2021년을 찬찬히

사랑이 훅!(진형민 글;최민호 그림;창비)

 왜 그런 말이 있지 않나? 범죄를 파고들면 사랑 아니면 돈 또는 사랑과 돈이라는 말. 각자 모두 다른 고민을 가지고 있고 시기별로 성격마다 다르지만 학창 시절 아이들이 생각하는 고민은 대부분 사랑, 꿈, 우정, 공부의 범주에 들어있다. 물론 이 4가지에는 더 어린 시절부터 이어온 가족과의 관계 또한 연결되어있다. 우리의 사랑, 꿈, 우정, 공부는 우리도 모르는 사이에 과거, 현재, 미래의 가족의 형태나 관계에 좌지우지되는 경우가 많다.


진형민 작가의 '사랑이 훅!'은 초등학교 5학년 2학기를 맞이한 세 여자아이의 사랑, 꿈, 우정, 공부라는 네 개의 기둥을 다루고 있다. 170페이지의 짧은 이야기에 누구나 겪을 법한 그 시절의 갈등과 고민이 자연스럽게 녹아지고 어우러져 있다. 이 책은 딸아이의 친구들과 방학 동안 함께 읽고 나누기 위해 준비했다.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아이들과 나누고 싶은 질문들이 생각났다. 이 질문은 1번은 제일 마지막에 떠오른 질문이지만 나머지 질문은 책을 읽어가면서 순서대로 떠오른 것들이다.



1.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중 누구와 가장 비슷(성격, 취미, 꿈 등등)한가요?

박겸, 박담, 신지은, 엄선정, 김호태, 이종수

이 책에 등장하는 6명의 아이들은 성격도, 교실에서의 모습도 꿈도 뚜렷하며, 우리나라 학생들이라면 누구나 한 명에게 감정이입이 될 법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아이들 중에 나는 신지은이라는 친구와 가장 닮아있다고 생각했다.


딸아이의 친구들은 각각 엄선정, 신지은, 박담을 말했다. 각자가 왜 자기가 닮았다고 생각하는지에 관한 설명도 분명하다. 아이들은 나의 생각보다 자신을 더 잘 알고 있다.


-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작가의 말을 보면 작가님이 어린 시절이 가장 많이 투영된 인물이 신지은이라는 생각이 든다. 수줍음이 많고 기본적인 성실성을 가진 친구. 엄선정처럼 똑똑하고 리더십 있는 친구도, 박담처럼 대담하지 못했던 반에 10명 이상은 될 것 같은 조용하게 자리를 채우며, 짝사랑 정도만 했던 나, 그렇지만 나만의 소소한 즐거움과 고민들로 힘들어했던 나날들이 있었다. 그런 지점이 신지은의 모습과 닮았다.


2. 2022년 1월 지금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이성은 어떤 사람인가요?

내가 생각하는 가장 이상적인 이성은 이제는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 사람의 장점은 단점과 종이 한 장 차이라 그 사람의 장점은 단점일 수도 있다. 나 또한 그러하다. 사람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비슷한 것 같지만 미묘한 차이가 엄청난 차이를 만든다. 그래서 나는 예전이나 지금이나 그거 하나는 있다. 함께 있을 때 편안하고 즐거운 기분이 드는 이성이 좋다. 상처 주지 않으면서 나의 의견을 말하고 듣고 웃을 수 있는 사람. 그건 아마 이성이던 동성이던 똑같지 않을까? 그렇지 않은 사람과 억지로 퍼즐을 맞출 필요가 없다고 단호하게 생각하게 된 건 최근의 일이다.


이 질문은 일부러 이상형이라고 쓰지 않고 이상적인 사람이라고 질문을 던졌다. 이상형이라고 하면 지나치게 틀에 박힌 대답이 나올 것 같았기 때문이다. 뭐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들은 아직 나와 맞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대답했으면 하는 질문에 사회의 통념이 들어간 대답을 내놓았다. 미디어가 만들어 놓은 이상적인 이성에 대해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돌이켜보면 나도 별반 다르지 않았고 지금도 그러하다는 생각이 들긴 한다.  세상이 우리에게 만들어 놓은 틀(관점)이라는 것이 얼마나 견고한지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하는 부분이다.


p.29~30 ‘남자 친구를 사귀면 좋을까? 뭐가 좋을까?’에 대해 진지하게 의견을 주고받았다.

“당연히 좋지. 나만 사랑해 주는 사람이 생기는 거잖아.”

3. 남자 친구를 사귀면 좋을까?

아이들은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지 의문이지만, 현재 남자 친구 즉 애인을 만들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 나는 좋다. 연애를 시작하면서 긴장되고 설레는 감정이 정말 좋은 건 인정하지만, 알아가는 중에 감정이 들쭉날쭉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싶지는 않다. 연애를 하고 결혼생활 10년 이상하면서 이제야 조금 남편을 제대로 이해하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나와 다른 존재, 가족이 아닌 사람과 친구 이상의 감정으로  친밀감을 느낀다는 것 참으로 신비로운 감정이지만.


이성에게 관심은 있지만 아직 연애를 해보지 않는 귀여운 아이들의  '이상적인 이성'에서와 비슷한 대답을 받았다.


4. 2021년 5학년 친구들과 함께한 추억 중에 지금 생각나는 추억 한 가지를 적어주세요.

지난해는 여러 가지 일이 있었다. 그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꼽자면 점심 도시락 모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많은 날들을 싸갈 반찬이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던 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나버렸다. 소소하게 각자 집에서 먹던 반찬과 밥을 싸와서 먹고, 커피를 내려 마시며 만들어내는 잠시간의 함께하는 여유가 없었다면 이 시기를 어떻게 지나왔을지. 아마 다른 방식으로 어떻게든 지냈겠지만, 지금처럼 마음의 여유를 가지며 2022년을 준비하지는 못했을 것이다.


같은 반이 아이들은 각자 다른 추억을 이야기했다. 모두 같은 공간에 있었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추억은 각자 다른 날이었다. 어떤 아이에게는 최고의 추억이 어떤 아이에게는 별로인 것도 있었다. 서로 그날의 이야기를 나누면서 오래 수다를 떨었다. 책을 읽고 함께 나누는 건 이런 거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다. 같은 것을 보고 같은 세상의 틀 안에 있어 비슷한 듯 보이지만 우리는 이렇게나 다르게 보고 다른 사람들이라는 것을 느끼는 순간들이 좋다.


p. 53 ‘사귀는 사람끼리는 모든 게 합동이어야 할까? 적어도 몇 개가 합동이어야 할까? 합동이 아닌 것 때문에 서로를 싫어하게 되지는 않을까?’

5. 사귀는 사람끼리는 모든 게 합동이어야 할까? 어디까지 합동이어야 할까? 합동이 아닌 부분을 발견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 할까?

지금은 확실히 말할 수 있다. 합동일 수 없고, 서로가 바뀌는 것을 기대하기는 정말 쉽지 않다는 거. 10년 이상 남이었던 남편과 살면서 깨달은 점이다. 다만 서로가 다른 지점을 이해하고 존종해주고 있다. 그리고 서로가 못 견뎌하는 부분은 알고 피해 주거나, 꼭 해줬으면 하는 부분은 해주려고 노력한다. 그렇지만 이건 서로의 노력이 전제되어야 한다. 가끔 힘들거나 짜증 날 때 서로를 향한 사회적인 배려가 무너질 경우가 있다.  둘 중 조금 더 힘이 남아 있는 사람이 참아주면 다음에 다른 사람이 배려해주며 넘어갈 수도 있고, 둘 다 참지 못해 싸움이 되기도 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 같다. 톱니바퀴가 딱 맞다면 오히려 서로 껴서 돌아가지 않을 것이다. 약간은 맞지 않기에 톱니바퀴가 돌아가듯 그렇게 우리는 그럭저럭 맞춰가며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p. 90 박담이 다섯 살 때 식구들끼리 산 낙지를 먹으러 간 적이 있는데, 아직 젓가락질도 못 하던 박담이 꿈틀대는 낙지다리를 포크로 쿡 찔러 입에 넣으면 맛있다고 했다. 오빠 박겸은 징그럽다고 끝까지 안 먹었다.

6. 이 문장을 읽을 때 제주도 여행에서 귤나무에서 귤을 따먹었던 추억이 떠올랐어. 그렇다면 너의 추억 음식과 그 음식에 얽힌 추억 한 자락을 말해줘.

어린 시절 사과도 금방 따서 먹어보고, 딸기도 금방 따서 먹어보고, 토마토 등등 금방 따서 안 먹어본 농작물이 잘 없을 정도였다. 왜냐 농사를 지으셨으니까. 그런데 귤만은 그렇게 먹어보지 못했다. 귤 농장에서 금방 딴 귤은 일평생 먹어보지 못한 귤 맛이었다. 새삼 놀라웠던 그 기억이 이 질문을 만들면서 떠올랐다.


p. 92 박담은 기분이 안 좋을 때 밥을 더 많이 먹었다. 배가 부르면 화나고 속상했던 마음이 금세 누그러졌다.

7. 기분이 좋지 않을 때 푸는 나만의 비법 소개.

  나는 주로 맥주를 마신다. 맛없지만 시원한 맥주를 한잔 마시고 나면 힘들고 지친 마음이 조금 풀어지면서 별일 아니라는 생각이 들게 되는 것  같다.


8. 나의 질문 만들기




사랑이 훅은 아주 평범한 일상을 평범하게 다루고 있다. 특별히 큰 사건도 등장하지 않고 끝까지 엄청난 반전도 없다. 그래서 또래의 아이들과 이야기하기 좋은 책이다. 우리의 일상이 그대로 묻어난다. 같은 반에 있지만 각자 다른 모습의 친구들이 어떤 일상을 보내는지 어떤 생각을 하고 사는지 살짝 엿볼 수 있다. 새삼 나와 다른 일상을 보냈던 그 시절 친구들을 이해하는 기분이었는데, 딸과 딸의 친구들과 이야기하면서 딸을 조금 더 알게 되어 좋았다. (아마 나와 딸 둘이서 이야기했다면 그렇게까지 이야기를 나누지 못했을 것이다. ) 신지은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엄마와 박담과 비슷하다고 생각하는 딸의 미래가 아스라이 그려지는 것도 같은 시간이었다.


작가님이 그려내는 소소하고 다정한 일상의 풍경들이 좋아서 어떤 문장은  번씩 읽었다. 간결하고 짧고 쉬운 문장인데 읽으면 그려진다. 나도 그런 문장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오늘도  문장, 문장이 너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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