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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안 May 25. 2022

뾰족한 답은 없지만 둥그런 공감은 있다.

헬프 미 시스터(이서수 지음;은행나무:2022)

<서평 양식>

이 책의 주요 키워드

#한국소설#일상 #사회 #플랫폼 노동자 #트라우마 #가정폭력 #일상 범죄


추천 이유

스마트폰으로 인해 변화하고 있는 한국사회의 현재 모습을 잘 그리고 있는 한국 소설입니다. 주인공 수경과 그 주변의 인물들 개개인이 사연은 나와 내 주변인들의 사건이기도 합니다. 그들의 일상과 감정선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됩니다. 트라우마나 우울증 같은 사회현상과 관련된 개인 심리 변화에 관심 있는 사람이나, 플랫폼 노동(택배, 배달) 문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에게 추천합니다.


이 책을 잘 읽어 가는 방법

-여러 인물의 감정을 대변하는 글이 자주 등장합니다. 이 마음들은 우리가 일상에서 겪는 마음과 닮았습니다. 인상 깊은 구절을 정리하면서 읽어보세요.

-읽다가 새로운 단어나 정확하게 인식하기 어려운 단어들이 나옵니다. 그러나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책을 계속 읽다 보면 단어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그래도 개념이 머릿속에 잘 들어오지 않는다면 신문이나 백과사전을 검색하세요.

-등장하는 인물들이 조금 극단의 상황에 놓여 있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뉴스에서, 또는 주변, 내가 접한 내용 있을 것입니다. 우리 가까이 있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 나가면 좋을지 고민하며 읽어 주세요.


이 책의 독후감을 작성할 때 신경 써야 하는 점 OR 쉽게 작성할 방법

- 독후감 양식을 먼저 확인하세요.

- 나의 생각이나 경험과 비슷한 문장이 나오면 체크해 두었다가 독후감에 기록해주세요.

- 이 책은 사회문제와 이에 연결된 개인의 심리적 고통을 자세히 다루고 있습니다.

- 트라우마와 우울증 같은 심리학 용어는 가벼운 심리학 책이나 유튜브 등을 함께 보면 이해하기 쉬워집니다.

- 플랫폼 노동자는 디지털 플랫폼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 노동을 말하는데요, 이 내용은 두산백과를 읽어보면 잘 알 수 있어요. 비슷한 용어로는 긱 노동자가 있습니다.




(독후감 양식)

 1. 이 책을 선정하게 된 이유

최근 온라인 독서모임에서 선정된 도서여서 읽게 되었다. 제목만 보고는 어떤 내용인지 알 수 없었다. 표지와 제목만으로는 예쁜 소설이라 짐작했었던 것 같다. 실제 이 책은 한국사회에 골고루 퍼져있는 세대 간 가족 간, 직업 간에 발생하고 있는 갈등 상황을 골고루 잘 다루고 있다.  플랫폼 노동에 뛰어든 한 가난한 가족을 중심으로 하고 있지만 중간중간에 그 가족들이 만나는 외부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는 우리의 문제이기도 하다.


한 예로 가족 중에 노인의 이야기를 담당하고 있는 할아버지 양천식은 자신의 가난을 호소하기 위해 친구들에게 전화를 한다. 외려 그는 그의 친구들을 위로하고 전화를 끊게 되는데, 여기에 등장하는 몇 줄의 이야기는 현재 우리 사회 한국의 어른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이다.


양천식은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려보았다. 그러나 그들 대다수가 당뇨와 고혈압으로 인한 합병증을 앓고 있거나, 뇌출혈로 쓰러졌거나, 항암치료를 받고 있거나, 은퇴한 뒤 원금 상환의 압박에 시달리고 있거나, 자식과 절연해 우울증 치료를 받고 있었다. 양천식은 오히려 그들을 위로해주고 전화를 끊었다. p. 119


 2.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을 하나 고르고, 왜 그 구절을 고르게 되었는지 알려주세요.

목표를 낮추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포기가 평화를 가져오는 시대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평화는 흰 비둘기가 날아다니고 아이들이 오색 풍선을 들고 잔디밭을 뛰어다니는 평화가 아니라, 내전이 끝난 후 폐허가 된 마을에 서서 일몰을 바라보는 마음에 가까운 평화다. p. 17


글에 등장한 목표를 낮춘 평화에 대해 생각해본다. 흰 비둘기와 오색풍선만으로 우리가 오래전 꿈꾸던 평화가 머릿속에 그려진다. 반대로 전쟁을 겪지 않았지만 외부와의 전쟁도 아니고 내전이 끝난 후 폐허가 된 마을에 서서 바라보는 일몰에 가까운 평화는 인간의 마음을 복잡하게 돌려 치는 감정을 만들어 낸다. 내전이 아니더라도 자연재해로 터전을 잃었다가 다시 집 앞에 갔을 때 느껴지는 복잡한 평화도 비슷할 것 같다. 아무것도 이루어지지 않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것보다 더 힘든 상황. 여전히 조금은 불안하지만 이제 모든 것은 끝났다는 마음의 안정 같은 것들. 어린 시절 텔레비전에서 보여주던 평화는 오색풍선이었지만, 실상은 작가가 말하는 마음의 평화에 가깝다고 생각되었다.


진심이었다.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트라우마 운운하기에 수경은 너무 현실적이었다. 어떤 분노는 가난 때문에 그것을 충분히 드러낼 시간조차 주어지지 않는다. 억지로 수습되어버린다. p. 15

3. 수경과 수경의 가족은 트라우마와 경제적 문제로 고민하지만 뾰족한 탈출방법이 없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무엇이 있을까요?

결국 이런 고민을 나누는 데에서 그치고 말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수경은 이런 고민을 드러내

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p. 312  

가난 때문에 트라우마는 따질 새도 없이 그러나 트라우마 발현이 가장 되지 않을 것 같은 일에 뛰어든 수경은 그 후로 행복했을까? 가난이든 당장 어쩔 수 없어서든 우리는 마음에 난 상처가 아물기도 전에 억지로 수습하고 일어난다. 그 후로 끊임없이 되새긴다. 세월이 지나면 가끔 잊어버리기도 하지만 결국 잊히지 않고 사람의 마음을 갉아먹는다. 옷을 갉아먹는 좀처럼. 여기에 개인이 할 수 있는 노력은 뭐가 있을까? 이 책에서는 결국 고민을 드러내라고 말한다.

개개인은 문제 상황을 처벌할 수 없고, 제도를 바꾸기도 쉽지 않다. 그래서 입 다물고 조용히 삭히며 하루하루를 살아간다. 그러다가 엉뚱한 곳에서 분풀이를 하기도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정확하게 자신의 감정을 들여다 보고 스스로 치유해 나가는 과정을 해보는 것이다. 좋은 방법인 만큼 어렵다. 헬프미 시스터는 사실 끝까지 이렇다 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한다. 대신 끊임없이 대화를 나눈다. 가족끼리, 친구끼리, 모르는 사람과도 대화를 나눈다. 대화를 통해 우리는 해소하고 나의 마음을 알아간다. 내가 지금 어떤 문제와 감정으로 힘들어하는지 바라본다. 마치 그것이 최선이라고 작가는 말하는 것 같은데 조금 답답 결말이기에 더욱 와닿는 설정이기도 하다.


대화가 정말 좋지만 조금의 여유와 시간이라도 만들어서  번이라도 전문가와 상담을 받는 것이 좋을 듯하다.


 4. 플랫폼 노동자에 대한 이전에 내가 가졌던 생각과 책을 읽고 난 뒤에 변화된 생각은?

우재가 말했다. “우리 둘 다 플랫폼 노동 자래.”

“뭐?”

“보석이가 그랬어. 앱 기반으로 사람과 일거리를 연결해주는 거라고, 그래서 플랫폼이래.”p. 154

힘드시겠다. 저 많은 택배를. 그리고 이곳저곳 언론에서 보이는 노동강도에 비해 낮은 처우에 안타까운 마음 정도가 있었다. 이 책을 읽고, 정직원과 개인사업자에 대해 이해하게 되었고, 익명성이 보장되는 플랫폼을 통해 만나는 우리가 서로에게 잔인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게 되었다. 플랫폼 노동자는 차차로 다양한 분야로 확대되고 있다. 코로나 이후 약 처방도 휴대폰 앱을 통해서 받을 수 있게 되었다. 면대면은 사라지고 스마트폰 하나로 고용하고 접촉 없이 일을 해결하고 대가를 받는 일이 많아지고 있는데... 책의 내용처럼 이 세계를 구축한 사람은 만나기 어렵고, 그들은 얼마나 많은 돈을 벌고 있는지 궁금해진다.

핸드폰을 배 위에 올려놓고 소중하다는 듯이 두 손으로 감싼 자세로. 문득 그들의 삶이 저 작은 핸드폰만 한 크기로 축소되어버린 기분이 들었다. p. 173


 5. 연결지점이 변화(아날로그-> 디지털)하는 시대에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 사람과 기계 등의 관계 맺기에 관한 당신의 생각은?

“4차 산업혁명은 인공지능을 빼놓고 생각할 수 없다고들 말하지만 장모님, 제가 주목하는 건 플랫폼이에요. 이젠 변호사도 플랫폼으로 일거리를 받는 세상인 거 아세요? 장모님하고 마찬가지인 거예요. 미국에선 기업이 플랫폼을 통해서 직원을 채용하기 시작했어요. 이제 이 세상은 정규직, 계약직, 파견직을 거쳐 플랫폼직의 세상으로 진입하는 거예요.”p. 270

연결지점의 변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다. 나만해도 많은 일을 디지털로 하고 있다. 우재가 장모님에게 말하는 4차 산업혁명의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인공지능보다 메타버스가 더 주목받고 있다. 가상의 세계에서 만나고 연결지점을 찾는다. 그 와중에 소비도 이루어진다. 내가 소비한 물품은 실물일 수도 있고 실물이 아닐 수도 있다. 실물일 경우는 배송을 통해 비대면으로 집 앞에 도달한다.

가족들은 각자의 손바닥만 한 휴대폰 속 세상과 소통하는 시간이 더 길다. 흘러가는 시대의 변화에 대고 이건 잘못되었다던가 내 의견은 이와 맞지 않다고 원래도 말할 생각이 없었지만 더더욱 싹 사라지는 소설이었다. 이 흐름은 흐름대로 두어야 한다.

소설은 노인들이 변화하는 세상을 배우고, 각자의 공간을 존중하면서 어우러져 살 수 있는 마당이 있는 집으로 이사를 가면서 끝이 난다. 읽고 오래 생각하고 있다. 정답은 없겠지만 나는 변화하는 지점에서 어떻게 하고 싶은가. 나 나름은 적절히 균형을 맞춰가며 잘 살아가고 있다고 생각했지만 진짜 그런가 생각해본다. 역시 이 부분도 사람들과 아날로그 적인 대화로만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얼마 전까지 내 생각의 중심이 지구 상에 존재하는 것들에 대한 애틋함이었다면 최근 내 생각의 중심은 사람 간의 소통이 되었다. 그래서 '헬프 미 시스터'도 문제의 해결점이 대화와 소통으로 읽혀버리고 말았다. 그러나, 지금 세대는 완전히 다른 답을 내놓을지도 모르겠다. 독서모임에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얼른 들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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