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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안 May 21. 2022

일단 내 물건을 아끼는 것부터

지구를 살리는 옷장:박진영;신하나 지음;창비;2022

자신이 생산자로서 살아가야 한다면, 그렇기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 한다. p. 144


작가 소개에 두 작가의 이야기가 나온다.


한 패션 브랜드에서 동료로 만나 친구로 지내다가 지속 가능한 패션이라는 뜻을 모아 패션 브랜드 낫 아워스를 함께 론칭 운영 중이다. 낫 아워스에서 박진영은 디자인, 신하나는 브랜드 마케팅을 담당한다. 두 사람 다 비건으로, 일상에서 지속 가능한 삶이 무엇인지 고민하고 실천하기 위해 노력 중이다.


그렇다. '지구를 살리는 옷장'은 낫 아워스라는 패션 브랜드를 운영 중인 박진영, 신하나 두 사람이 함께 쓴 패션분야에 환경지침서이다. 몇 년 전부터 환경문제를 다루고 있는 책은 돌아서면 새로 나온다고 할 정도로 나오고 있다. 미디어에서도 인간으로 인해 병들어가고 있는 지구의 문제와 지금 이 순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에 관해 다루고 있다. 동물권도 환경문제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다뤄지고 있으며, 이에 비건을 위한 음식들도 자주 접하게 된다.


나는 지난해 우연히 '그린멘토'라는 책을 읽고 처음으로 내가 실천할 수 있는 환경보호를 위한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생각하게 되었다. 이후에 환경도서 독서연수를 찾아서 들었고, 조금 더 깊이 있게 환경문제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당시에 호프 자런의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와 보선의 '나의 비거니즘 만화'를 읽었다. 그리고 파란 하늘 빨간 지구의 작가 이신 조천호 박사님의 강의를 들었더랬다. 당시 독서연수에서 만난 나보다 훨씬 풍부한 환경과 동물에 관심이 있는 여러 선생님들과의 대화를 통해 '작은 실천'을 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홍은전 작가님의 '그냥 사람'을 읽으며 세상의 모든 것을 애틋하게 보는 눈을 가지게 되었다.


 이번에는 패션분야다. '지구를 살리는 옷장'을 읽으며 내가 지금까지 접한 환경이나 동물권에 관한 문제의식은 관련 분야를 공부하고 있는 사람이거나, 소비자의 입장 또는 국가정책 같은 것들이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반면 '지구를 살리는 옷장'은 생산자의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간다. 물론 생산자의 입장에서 쓴 더 유명한 책이 있긴 하다. '지구가 목적, 사업은 수단'이라는 직관적인 부제에다가 '파타고니아, 파도를 칠 때는 서핑을'이라는 멋진 제목을 가진 이본 쉬나드의 책이 그것이다. 미국에서 친환경적인 물품을 생산하고 남다는 경영철학으로 유명해져서 없어서 못 판다는 회사의 최고경영자의 회고록이다. 그 책도 물론 훌륭하고 파타고니아라는 회사도 훌륭하지만 너무 두꺼워서 진입장벽이 높았다.


반면 '지구를 살리는 옷장'은 아주 얇고 가볍다. 게다가 각 장이 아주 짧고 잘 쓰인 한국말로 기술되어 있다. 술술 읽히지만 그 안에 들어 있는 두 작가의 생각은 결코 가볍지 않다. 책은 총 세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1장 '거대하고 빨라진 패션산업'에서는 패스트 패션의 출현으로 시작된다. 패스트 패션이 어떻게 시작되었고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는지 말한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패스트 패션을 생산하는 방글라데시 같은 나라들의 열악한 노동환경을 꼬집고, 옷이 팔리기까지 유통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양의 탄소발자국에 관한 정보도 전달한다.


이렇듯 싼 물건의 가격에는 언제나 그 가격이 가능하도록 만든 보이지 않는 외부 비용이 결여되어 있다. 오늘날 싼값으로 트렌디한 옷을 즐긴다는 것은 다른 사람이 제공한 값싼 노동의 혜택을 누리고 있는 것이나 다름없다. p.36     


다음장은 '동물을 입는다는 것'에 관한 문제를 다룬다. 모피와 가죽, 양털의 생산되는 과정의 문제점을 읽고 있노라면 섬뜩해진다. 동물의 일부를 해체 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동물 학대뿐만 아니라 생산하는 노동자 또한 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되고 있다는 사실을 안내한다.


하지만 모피는 ‘천연’이라는 이름 뒤에 숨어 동물을 학대, 착취하고, 인간과 지구환경에까지 치명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모피의 사용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p. 97     


마지막으로 책은 '생산자와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실천'을 말한다. 우리는 모두 소비자이면서 생산자이다. 아무것도 바꿀 수 없으니 생산하지 않고 소비도 하지 않겠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작가는 말한다. '우리의 삶 자체가 완벽하게 무해할 수 없다. p144'라고 말한다. 그러면서 소비자로서 생산자로서 할 수 있는 실천을 말한다. 나는 우리의 삶 자체가 완벽하게 무해할 수 없다는 말에 깊이 공감한다. '지구를 살리는 옷장'은 우리에게 완벽함을 요구하지 않는다. 익히 알려진 수많은 지구 환경과 동물과 인간이 더불어 살아갈 수 있는 방법들 중에 하나만 실천해도 이미 세상은 우리가 살기에 더 좋은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다고 말한다.


'지구를 살리는 옷장'은 우리가 잘못하고 있다고 혼내지만은 않는다. 각 장마다 소비자가 변화함으로써, 함께 변하고 있는 패션시장의 트렌드를 조목조목 정리하여 말해준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노라면 어떤 희망 같은 것들이 손에 잡힐 듯 만져진다. 거기다 각 장의 끝에는 매우 실용적인 부록이 붙어 있다. 현재 이그조틱 가죽 사용을 중단한 브랜드 라던가,  옷과 환경을 살리는 세탁방법 등이 그것이다.  


책 자체도 크기가 작을뿐더러 전체 페이지도 부록 포함 160쪽이다. 독자의 눈높이에서 어렵지 않게 설명해 놓은 것 또한 이 책의 큰 매력이다. 패션업계에서 일하면서 책은 처음 써 보았을 것 같은데 자전적인 이야기와 정보전달의 비중을 적절히 잘 살렸고, 문장에서 독자에게 보내는 메시지도 명료하게 전달된다. 게다가 적정한 인용까지. 덕분에 책을 읽고 있으면 독자는 이 책의 부제 '지속 가능한 패션을 위한 고민'을 절로 하게 된다. 책의 제일 마지막 페이지에는 160쪽의 페이지에 달린 3쪽에 달하는 '주석'들이 등장한다. 두 작가가 이 책을 잘 써서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은 열정적이고 따뜻한 마음이 주석에서 읽힌다.


2007년 EBS 지식 e의 이야기를 묶은 지식 e1권이 출판되었었다. 이 책에는 나이키 축구공을 만들며 노동착취를 당하고 있는 아이의 이야기가 들어 있었다. 이와 비슷한 사례들이 아직도 여기저기 있다는 것을 '지구를 살리는 옷장'을 읽으면 알게 된다. 하지만 우리가 알게 되어 변화시킨 것들도 많다는 것 또한 잊으면 안 된다. 문제를 외면하지 않고 읽고, 조금씩 내가 변하면 세상도 변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져야 한다고 책은 말한다. 작가들이 내놓은 실천방법 또한 어려워 보이지 않는다. 두 작가는 비건이지만 나는 아직까지 비건일 자신은 없다. 그렇지만 심하나 작가님이 처음 옷에서는 비건을 실천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가졌던 것처럼 이 책을 읽으면 먹는 것보다는 옷으로 실천하는 것은 조금 더 쉽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낫아워스의 제품을 하나 사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에 시달렸다. 그러나 참았다.  작가님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어서. 일단 부록에 적혀 있는 대로  옷들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한번 살펴 보았다. 그리고 조금  오래  입어보자 마음 먹었다. 비단  뿐만 아니라 신발, 가방들도. 이미 차고 넘치게 많다. 계속 같은   입는  부끄러운게 아니라 세상을 구하는 일이었다. 그러니 일단 있는 것부터 오래   입자.


또 노력해도 아무것도 변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무력감이 느껴질 때는 이미 내가 변했다는 사실, 세상 속에서 나만큼의 변화를 내가 이루었다는 사실을 기억하자. 내가 나의 세계이고 모든 변화는 나로부터 시작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책의 마지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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