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릴리안 Nov 18. 2022

질문부터 명쾌한 해답까지

멋진신세계: 올더스 헉슬리:문예출판사


"우리가 살고 싶은 세상은 1에서 10까지 중에 어디쯤이면 좋을 것 같아? 1은 완전한 자유 또는 방임이라고 하면 10은 '멋진신세계' 속 세상과 같은 완전한 통제와 개인의 사고를 지양으로 안정을 도모하는 사회라고 하면 말이야."


"음... 7 정도가 적당할 것 같아요. 1에 가까워지면 불안할 것 같아서. 국가가 어느 정도 안전을 위한 규제가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7 정도의 사회가 적당할 것 같아요."


"여러분이 앞으로 다니게 될 회사는 어느 정도의 회사면 좋을 것 같아. 요즘은 자율성을 많이 보장해 주는 대신 개개인의 책임을 많이 지게 하는 회사들이 늘어나고 있잖아. 이전 산업사회 시대는 멋진 신세계처럼 통제와 규율에 의해서 더 많이 돌아갔다면. 예를 들면 유퀴즈에 구글에 다시는 한국 직원이 자율적이지만 제대로 못해내면 책임도 개인이 지는 거라고 하는 인터뷰를 혹시 보았니? 그런 환경이 1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 내가 다니고 싶은 회사에 대해서도 1~10까지 중에 어느 정도가 적당할 것 같은지 한번 이야기해볼까?"


"이것도 7이요. 개인에게 자율을 주면서 책임을 너무 과하게 주는 건 무서운 것 같아요."


"그래 좋아~~ 7. 선생님은 사실 답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너희와 이야기하다 보니 7이 적당하다는 생각이 드네. 그런데 7을 10에 가까워지는 숫자잖아. 자칫 하다가는 10으로 가버릴 수도 있을 거라는 불안이 드는데.. 개인의 안전과 안정을 균등을 지켜준다는 명목 하에 조직이 자꾸 10으로 가려고 하지 않도록 하려면 개인은 무엇을 해야 할까?"


침묵...


"음... 선생님 생각에는 이 책 안에 작가가 생각해 둔 답을 적어놓은 것 같아."


"?"


"가장 먼저는 책을 읽어야 한다는 거지. 그런데 존처럼 이야기만 읽으면 안 돼. 존은 아주 열정적인 청년이었지만 완전히 성숙하지 못했기에 결국 자살로 생을 마감하잖아. 존은 멋진 신세계의 문명사회가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바꾸려고 하지만 그 방법은 옳지 않았어. 차근차근 그 사회의 사람들을 이해하고 설득하고 변화시키려는 게 아니라 폭력을 행사하고 결국 도망치지. 그를 비난할 수 있을까? 아니 그건 아닌 것 같아. 그는 젊은이였고.. 그에게 올바른 스승과 변화를 위한 공부를 할 수 있는 책이 있었다면 진정한 혁명가도 될 수 있었을 거야. 두 번째는 깊이 있는 생각이지. 업무 외에 혼자만의 고독한 시간에 생각을 할 수 없게 하잖아. 그것도 나를 지키려면 필요한 거였던 거라고 생각해. 마지막은 '대화'. 멋진 신세계는 대화를 할 수 없게 해. 여기서 말하는 대화는 바로 우리가 이렇게 모여서 책 이야기를 깊이 있게 나누는 것과 같은 대화를 말해. 친구와 '안녕'인사하고, 업무나 공부에 관한 기본적인 공유 말고... 당장 쓸모는 없어 보이지만, 서로의 생각을 확장시키고, 힘든 일이 있을 때는 위로가 되어 주는 대화, 고통스러운 상황을 벗어날 수 있는 힘을 주는 대화 같은 것들 말이야. 회사에서 화장실 가는 길을 ㄱ자 형태로만 가라고 정해 놓는다면... 혼자서만 이상하나 ㅣ자로도 갈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면 어쩌면 계속 모두 ㄱ자로 가게 될 거야. 그렇지만 함께 이야기하다 보면 ㅣ로 왜 못 가게 하는지 이야기를 나누게 될 테고 더 좋은 방법을 강구하게 되겠지. 그렇게 되는 걸 무스타파 몬드 같은 관리자는 두려워하는 거야. 더 나은 것보다는 통제와 안정 현재로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말이야. 7을 7로 유지하는 일에는 끊임없는 독서와 사고 그리고 대화가 필요하다고 '멋진신세계'는 말하고 있다고 생각해."


"자 오늘 우리가 함께 나누어야 할 이야기는 끝났어. 어느새. 선생님이 마지막으로 싶은 이야기만 하고 여러분들의 생각도 들어볼게. 선생님이 한 10년 전에 이 책을 읽었을 때는 '전체주의에 대한 비판과 존이 말하는 '자유'에 대한 막연한 동경'으로 읽었던 것 같아. 그런데 이번에 읽을 때는 곳곳에 새로운 이야기들이 보였던 것 같아. 그런 것들을 오늘 함께 나눌 주제의 이야기로 담았어. 그리고 또 하나. 이 책에서는 셰익스피어가 계속 인용되잖아. 그런데 햄릿, 로미오와 줄리엣, 오셀로의 이야기는 알겠는데 '템페스트'가 무슨 이야기인지 모르겠는 거야 그래서 찾아보았어. "이를 통해 셰익스피어가 전하고자 한 이야기는 단지 용서와 화해의 미덕만이 아니다. 우리네 인생이 하룻밤 꿈과 같다는 결말은 허무를 뛰어넘어 삶에 진실을 일깨우는 각성에 가깝다. 작품은 서양의 고전이지만 한편으로는 동양적 세계관과도 맞닿아 있다. 유토피아는 삶을 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에 오롯이 담겨 있다는 단순한 진리가 노(老) 작가의 마지막 깨달음이었다. 인간사에 통달한 프로스페로의 모습에서 대문호의 너그럽고 고요한 심경이 비친다.  "

[네이버 지식백과] 템페스트 - 국립극단 (공연장 나들이, (재)국립극단)


템페스트가 무슨 이야기인지 읽고 나니 멋진신세계에 인용된 셰익스피어의 희곡 대본도 다르게 보였어. 예전에는 단순히 문학을 옹호하기 위한 비유라고 생각했는데 햄릿은 존의 비극을, 로미오와 줄리엣은 사랑을, 오셀로는 계층에서 나타나는 인종차별을 나타내며 아주 적절하게 쓰였다는 사실이야. 그리고 이 모든 세상은 어쩌면 셰익스피어가 그리는 템페스트처럼 유토피아는 삶을 넘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삶 그 자체라는 말을 올덕스 헉슬리도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어. 너희들도 언젠가 다시 한번 이 책을 읽어보면 좋을 것 같아. 선생님이 10년 전에 읽었을 때는 아주 쉬웠는데 오히려 지금 읽으니 참 어렵고 복잡하면서도 다양한 메시지가 들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그럼 오늘 수고했어."


사제동행 독서프로그램을 함께 할 책으로 멋진신세계를 골랐다. 이전에 읽어서 다 안다고 생각했던 책은 다시 읽으니 완전히 다르게 읽혔다. 고전은 어른들이 정하는 '너희 이 책 읽으면 좋아.'라고 정해주는 책이다. 30대의 나보다 40대의 내가 이 책을 더 잘 이해하는 걸 보면 40대의 누군가가 이 책을 훌륭한 고전으로 지정한 거 아닌가 싶다. 내가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학생들이 생각보다 책을 재미없게 읽었고, 내가 하는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나도 분명 10대 시절에 이 책을 읽었다면 딱 그 정도 이해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그래도 상관없는 듯하다. 아니 그렇기에 더욱더 고민을 거치고 학생들의 반응을 살펴 10대에 읽으면 좋은 고전을 알려줄 필요도 있는 것 같다. 내가 지금 멋진 신세계의 한 문장 한 문장에 의미를 찾고 다르게 보게 된 것은 오랜 세월 다양한 책을 읽어왔기 때문이다. 당시에 이해하지 못했지만 읽어왔던 많은 책들이 쌓여서 지금의 내가 되었다.



사제동행 독서프로그램에서 나눈 이야기

멋진신세계: 올더스 헉슬리 : 문예출판사: 2022.11.14.(월)     

멋진신세계에서 가장 좋았던 문장은 무엇이었나요? 왜 그 문장이 기억에 남았다고 생각하나요?

-          

우리 사회(18세 청소년)에 소마(과거와 미래, 현재의 불행을 잊게 만드는 어떤 것)와 비슷한 것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P.129 그는 예배를 시작할 때나 다름없이 지금도 비참한 고독을 느꼈다. 아니 그 충족되지 않은 공허감, 생기를 잃은 포만감으로 인해서 더더욱 고립감을 느꼈다. 다른 사람들은 보다 위대한 존재와 융합되었지만 그는 고립되었을 뿐 융합되지 못했다. (버나드)

P. 212 “그래야만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예수가 그것을 참을 수 있었다면... 그리고 사람이 어떤 나쁜 짓을 저질렀다면... 게다가 나는 불행했습니다. 그것이 또 한 가지 이유였습니다.”(존)

버나드, 헬름홀츠, 존은 비슷한 감정을 호소합니다. 멋진신세계와 같은 문명사회가 아닌 이상 나만 다르다고 느끼고, 외톨이라고 생각하는 시간이 누구에게나 존재합니다. 어떤 때 그런 감정을 느꼈나요?          

4. P. 163 “난 걷기가 싫어요. 사실 산기슭에 서 있으면 자신이 작아진 것을 느끼거든요.”

우리는 실제로 내가 작아지는 기분, 두려움을 감지하면서도 움직이고 실행할 때가 있습니다. 놀이기구를 타거나, 산에 올라가거나 등등 내가 한 그런 일이 있나요? 우리는 왜 그런 일을 할까요?          

5. 멋진신세계의 문명사회에 병에서 태어난 존재들이 가지는 감정은 오로지 현재의 쾌락입니다. 감정의 기복이 없지요. 지금처럼 슬픔과 기쁨, 좌절과 성취, 소속감과 고립감이 함께 존재하는 현재의 세상과 멋진 신세계 책에 나오는 세계 중 우리 사회가 현재 향하고 있는 방향은 어느 쪽에 가까울까요?

왜 그렇게 생각하나요?

6. 멋진 신세계의 문명세계도 아니고 야만의 세계도 그 중간 어디 즈음 우리가 원하는 인간에게 만족스러운 상태의 세상이 있다고 가정해 봅니다. 당신은 어떤 세상이 그런 세상이라고 생각하나요?      

- 또, 그런 세상으로 만들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고, 해야 할까요?

개인:

사회:



이번 멋진신세계를 읽으면서 나에게 가장 인상 깊은 구절은 P. 163 “난 걷기가 싫어요. 사실 산기슭에 서 있으면 자신이 작아진 것을 느끼거든요.” 였다. 그러니까 이건 나의 지금 숙제 같은 거다. 사람은 왜 작아지고, 두려워지는 걸 알면서도 늘 실행해보는 걸까? 각자 조금씩 다른 분야고, 도전의 깊이나 높이도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도한다. 학생들에게 물어봤더니 대답을 하지 못했다. 음... 그리고 순간 나도 대답을 하지 못했다. 계속 생각해볼 일이다. 이상하게 작아지고 하지 못할 걸 하고.. 그렇게 제대로 못해도 그 순간이 지나고 나면 뇌에서는 성취감이라는 선물을 준다. 인간이란 참으로 신기한 존재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영원한 작별이 어쩌면 곧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