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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안 Apr 12. 2023

따뜻한 공기를 품고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김혜진;원더박스:2021

<우리 곁의 난민>을 쓴 문경란 선생님의 인터뷰 기사 중, 마치 내 생각을 그대로 읽은 듯한 부분이 있다.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없애는 길은 친구를 두는 것이다. 소수자 문제를 타자화하고 대상화하면, 말도 함부로 하게 될 뿐 아니라 자기 생각을 속단하게 된다. 하지만 소수자 친구가 주변에 있으면 나와 별다르지 않다는 점을 이해하게 된다. 그리고 인간은 존엄하게 살아야 하는데, 나의 존엄이 보장되아야 한다면 소수자인 내 친구의 존엄 보장도 당연한 일이 된다.“(프레시안, 2017. 6. 26.) p. 301


"내 친구 압둘화합을 소개합니다."의 부제는 "어느 수줍은 국어교사의 특별한 시리아 친구 이야기"이다. 책은 제목과 부제처럼 수줍은 국어선생님이 시리아 사람 압둘와합을 만나서 친구가 되고, 친구와 친구의 가족, 친구의 친구, 친구의 나라를 하나씩 알아가는 과정을 독자에게 찬찬히 소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우연한 계기로 압둘화합 알무마하드 아기라는 시리아 청년을 소개받은 '1. 낯선 문명과 만나다'를 시작으로  압둘화합이 어떤 사람인지 어디에서 태어났고 어떻게 한국에 오게 되었는지를 소개하는 '2. 내 친구 압둘화합을 소개합니다., 3. 압둘화합의 좌충우돌 한국생활' 장이 펼쳐진다. 다음으로는 압둘화합이 만들고 그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이 만든 NGO인 헬프시리아를 소개하는 '4. 헬프시리아가 선물한 날들'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다음 장은 시리아의 상황이 점차로 나빠지면서 압둘화합의 가족들이 난민이 되는 과정을 다룬 '5. 내 친구의 가족이 난민이 되다니'로 연결된다. 마지막은 작가가 압둘화합의 가족을 만나는 이야기와 그 이후의 이야기가 에필로그처럼 이어지며 책은 끝이 난다.


이 책에 주요 등장인물은 물론 압둘와합이다. 이 책을 쓰신 김혜진선생님이 한국에서 살고 있는 시리아 청년의 삶을 듣고 지켜보았던 일들을 찬찬히 쓰고 있다. 압둘와합은 시리아가 내전이 발발하기 전에 우연한 계기로 한국의 대학으로 유학을 왔다. 그로부터 얼마뒤 시리아는 압둘화합이 쉽게 들어갈 수 없는 고향이 되었고, 시리아의 많은 국민들은 전쟁의 한 복판에 놓이게 된다. 그에 압둘와합은 '헬프시리아'라는 비영리 단체를 만들어 난민이 된 시리아 사람들을 돕는 일을 한다. 그런 와중에 결국은 압둘와합의 가족도 난민이 된다. 자국의 국민을 위해 사람과 돈을 모아 활동을 하는 대표로 있는 압둘와합은 가족과 단체의 장으로서의 역할 사이에서 번민한다. 그 사이에 친구들의 마음도 타들어가는데.. 다행히 압둘와합이 살아온 건실하고 다정한 삶이 뒷받침되어 가족은 무사히(?) 난민생활을 시작한다.


  김혜진작가님이 그리는 압둘와합은 진취적이고 밝고, 의로운 청년이다. 그리고 작가님은 자신을 수줍음 많고 편견도 좀 있고, 다른 나라에 대해 잘 알지 못하고 관심도 없었던 나 같은 어디에서나 볼 법한 한국인으로 표현한다. 그러나 내가 보기에 김혜진작가님 또한 진취적이고, 스스로 삶을 개척해 나가는 멋진 사람이며, 타인의 아픔에 공감하고 이를 표현할 줄 아는 따뜻한 사람이다. 300페이지가 넘는 책을 찬찬히 써 나간 흔적을 보면 성실하고, 현명한 사람인 것까지 알 수 있다.


이 책은 때로는 일기 같고, 때로는 편지 같다. 보통사람들의 이야기가 따스하게 펼쳐지는 길을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시리아의 상황을 파악하게 되고, 내 주변에 있는 외국인을 편견 없이 바라보게 되고, 난민을 향한 연민과 배려의 마음이 생기게 된다.


그리고 생각해 본다. 내 자리의 한 곁을 내어 준다는 것은 마냥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이기만 한 걸까.

공존한다는 것은 뭘까? p. 265


보통 이렇게 소수자 또는 소외받고 있는 무언가에 대해 쓴 책을 읽으면 분노, 아픔, 공감, 실천의지 같은 것들이 순간적으로 샘솟는다. 그런데 '내 친구 압둘와합을 소개합니다' 책을 생각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것이 '따스함'이다. 이 책 안에도 분노, 아픔, 공감, 실천의지를 불러일으키는 것들이 있다. 그런데 그런 것들을 둘러싸고 있는 따뜻하고 포근한 공기가 있다. 이는 작가의 글쓰기의 힘일 수도 있고, 친구를 소개하는 마음의 표현일 수도 있겠다. 그래서 이 책이 좋다.


그 지역 분쟁의 책임이라면 제국주의 서구 열강에게 묻는 것이 역사적으로 적합할 것이다. 무엇보다 왜 개개인으로 보지 않고 ‘무슬림’, ‘아랍인’같이 집단에 대한 선입견으로 판단하는 걸까. p 291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분쟁이 가라앉기를 나라를 잃은 사람들이 고향으로 돌아갈 수 있기를 기도해 본다. 무엇보다 아직 원래 자리로 돌아가지 못해 몸과 마음이 춥고 힘들 그들이 힘들지 않은 오늘을 빌어보게 된다. 그리고 언젠가 나도 오랜 역사, 멋진 전통을 가진 압둘와합의 고향으로 여행 갈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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