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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안 Jun 13. 2023

#인공지능#유전공학#인간복제#차별#혐오#SF소설

프랑켄슈타인: 메리 셸리:현대지성

2023년 토론한마당을 독서, 토론, 글쓰기로 진행하였다. 먼저 책과 토론제안서를 신청학생에게 나누어 주었다. 프랑켄슈타인은 여러 출판사에서 번역되어 있는데 그중에 특별히 현대지성 출판사의 번역본으로 활동을 진행했다. 시중에 나와 있는 모든 출판사의 번역본을 읽어 본 것은 아니다. 다만 미리 보기를 통해서 시중에 출판된 프랑켄슈타인 앞의 몇 장을 비교하며 읽어보았다. 번역된 유명 고전을 고를 때 주로 이 방법을 이용한다. 번역자와 나의 궁합이 잘 맞아야 책이 잘 읽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서 고른 현대지성의 프랑켄슈타인은 작가가 최초로 출판사에 가져갔던 초판본을 번역했다고 안내하고 있었다.  작가의 사진 다음 장의 일러두기에 '이 책에서는 1818년에 나온 프랑켄슈타인의 초판을 옮겼다. 메리 셸리는 1831년에 개정판을 내면서 빅토리아 초기의 억압적인 사회 분위기에 따라 당시 독자층의 비위에 맞추어 등장인물의 성격을 온건하고 보수적인 쪽으로 바꾸었다. 그에 비해 초판에는 저자의 원래 의도가 더 자유롭고 생생하게 살아있다고 보는 것이 정설이다'라고 적혀있다. 일러두기를 보는 순간 나의 선택에 다시 한번 만족했는데 책을 다 읽고 마지막에 역자의 해제는 더욱 만족스러웠다.


번역가 오수원님은 번역도 매끄러울 뿐만 아니라 프랑켄슈타인이라는 작품의 시대적 배경과 작가의 상황 등을 상세히 설명하며 그에 따라 프랑켄슈타인이 시사하는 바에 관한 다양한 관점을 안내한다. 고전에 나오는 해제나 평론 중에 오히려 이 내용이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는데 명료하고 객관적인 문장으로 매끄럽게 책에 관한 독자의 이해를 돕는다.

그래서 이 책을 토론한마당 책으로 선정하였다. 신청한 학생에게 책을 전달할 때, 제안서 작성하는 방법을 안내하면서 두 가지를 더 안내했다. "뒷면의 해제를 먼저 읽고 책을 읽으면 훨씬 풍성하게 책의 내용을 이해하게 될 거야. 함께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 질문을 찾기도 좋을 테니 꼭 읽어봐. 그리고 이 책의 작가 메리 셸리가 프랑켄슈타인을 썼을 때 너네와 비슷한 나이였어. 19살부터 쓰기 시작했거든. 읽다 보면 너네와 비슷한 감성이 묻어 있단다."


함께한 학생들은 생각 이상으로 훌륭한 제안서를 제출하였다. 기억에 남는 문장에서부터 짧은 독후감까지의 내용을 보면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낸 괴물에 대한 연민과 안타까움이 생겼음을 알 수 있었다. 원하지 않은 탄생과 배척으로 인해 마음이 괴물이 되어 버린 프랑켄슈타인의 피조물에 우리는 감정을 이입할 수밖에 없다. 그는 부모에게서 태어난 나 일수도 있고, 내가 키우고 있는 아이 일수도 있고,  소외된 사람일 수도 있고, 우리의 편의를 위해 만들어내는 수많은 기계 일 수도 있고, 사람의 마음으로 함께하는 동물이나 식물일 수도 있다. 또 피조물을 탄생시킨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감상도 있었다. 언뜻 보면 프랑켄슈타인은 자기 마음대로에 비인간적이고, 겁쟁이고, 비겁하다. 그러면서도 인류의 평화를 걱정한다. 그 모습을 비난하다가 어느 순간 그 자체가 내 모습이 아닌가 뜨끔하게 된다. 이기적이고 오만하고 소통도 하지 않으려는 또 다른 내 모습을 꼭 닮은 프랑켄슈타인은 안타까운 존재이다. 인간에게는 그 두 모습이 모두 존재하고 우리는 그 어느 쪽에도 치우치지 않기 위해 배우고 목소리를 내는 행동을 통해 나와 타인 사회를 지키는 존재가 아닐까?


학생들도 이런 이야기를 잘 찾아내어 제안서를 작성하였고, 토론에 임하기 전에 각자의 질문에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 함께 하는 구성원의 얼굴을 보며 자기 생각을 또렷이 이야기하였다. 토론이 끝난 후에는 발개진 얼굴로 재미있었다고 말해주었다. 1, 2, 3학년 중에 하고 싶은 친구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하다 보니 더욱 활기차고 진지한 토론활동이 된 것 같다. 이런 활동은 그러니까 주최자인 나에게 더 힐링이 된다. '내년에 이거 또 할까?'에 고개를 끄덕여 주어 올해 적었던 참여율을 이겨내고 내년에 또 하고 싶어졌다.



학생들이 제출한 토론 제안내용

1. 프랑켄슈타인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문장

-나는 여전히 사랑과 우정을 갈구했지만, 계속 거절당했소. 그런데도 여기에 불의가 없단 말입니까? 인류전체가 내게 죄를 지었는데, 유일한 범죄자라는 굴레는 왜 나만 써야 하는 겁니까? p. 289

-"지금이 그때입니다! 저를 구해주십시오! 보호해 주십시오! 제가 찾는 친구들은 어르신과 어르신의 가족분들입니다! 심판 때 저를 버리지 말아 주십시오!" p.172

-인간이 날 연민의 눈으로 봐주지 않는데 왜 나는 그래야 하는지 말해보시오. p. 186

-신과 같은 모습으로 아름다움을 발산하던 네 육신은 썩었지만, 네 정신만은 여전히 이 불행한 벗을 찾아 위안을 주고 있구나. p.203

-타락한 천사가 사악한 악마가 되는 법이지요. 하지만 신과 인간의 원수 들조차 외로움을 나눌 벗과 동료가 있소. 그러나 나는 철저히 혼자요. p.289

-목표에 꾸준히 매진하고 바위처럼 꿋꿋해지십시오. 얼음 덩어리는 여러분의 심장과는 재질이 다릅니다. 얼음은 변하기 쉬우니 당신들의 의지만 갖는다면 여러분을 감당할 수 없습니다. p. 280

- 나는 악령처럼 방황했어요. 말로 형언할 수 없을 만큼 끔찍한 짓을 저질렀기 때문입니다. 그뿐 아니라 더 많은 일, 훨씬 더 많은 일이 벌어질 것만 같았습니다. 원래 내 마음에는 다정함과 미덕에 대한 애정이 넘쳐흘렀습니다. 선한 의도를 갖고 살아왔고, 선의를 실천해 인류를 이롭게 할 순간을 갈망했습니다. p.113


2. 프랑켄슈타인에 대한 짧은 독후감


3. 프랑켄슈타인을 읽으며 모둠원과 함께 토의하고 싶다고 생각되는 제안을 3개 이상 적어주세요.


1) 우리 사회에 프랑켄슈타인이 있다면 더불어 같이 살아갈 수 있을까요?

2) 우리는 왜 AI를 프랑켄슈타인처럼 보지 않는 걸까요? 단지 외형 때문일까요?

3) 메리셀리의 불행했던 일생을 프랑켄슈타인 소설을 통해 어떤 부분을 보상받고 싶었을까요?

4) 요즘 사회에 큰 이슈로 부각되는 성소수자에 대한 인식은 바르게 진행되는 중일까요?


1) 자신이 만든 생명체에게 위협받는다면 기분이 어떨까?

2) 괴물에게 아내를 만들어 주었다면 어떻게 달라졌을까?

3) 처음 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을까?


1)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에게 느낀 혐오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2)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현대 과학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3) 과학 문명의 모든 이점을 누리고 있는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만들어야 할까요?


1) 괴물이 사람들에게 상처받는 일이 없었다면 괴물은 폭력적으로 변하지 않았을까요?

2)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아내를 만들어 줬더라면?

3) 괴물은 왜 그가 아닌 그의 가족들을 죽였을까?


1) 만약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의  제안을 받아들여 동일한 여성 생명체를 만들었다면 프랑켄슈타인은 이후에 행복하게 살 수 있었을까?

2) 프랑켄슈타인이 괴물을 만들 때 그는 괴물의 어떤 부분에서 이상적인 존재라고 느꼈을까?

3) 이상적인 존재를 위해 생명을 새로 창조한다는 건 인류에게 옳은 행동일까?


1) 빅토르와 괴물의 재만남에서 둘이 싸움을 할 때 둘 중 누구의 입장에서 더 공감하는지와 그 이유를 말해주세요.

2) 빅토르는 처음 괴물을 창조하고서 두려움과 혐오감을 이겨내지 못하고 도망칩니다. 이렇게 창조자가 자신의 피조물에 대한 책임을 저버린 경우는 또 무엇이 있을까요?

3) 괴물은 사람이나 동물을 해치지 않고도 도토리나 산딸기만으로도 충분히 영양을 섭취할 수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괴물과 인간이 함께 공존하는 것은 불가능한 일일까요?

4) 괴물은 월턴의 앞에서 사라진 뒤 어떤 결말을 맺게 되었을까요?


1) 가장 인상 깊었던 장면은 어디이며, 그 이유는 무엇인가요?

2)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 낸 생명체에게 연민을 느끼나요?

3) 만약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낸 생명체가 흉측한 외모가 아닌 보통사람과 비슷한 외모를 가지고 있었다면 인간 사회에서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었을까요?

4) 프랑켄슈타인이 만들어낸 생명체와 같이 인간이 통제할 수 없는 AI가 생긴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학생들이 토론을 위해 제안한 질문이 하나 같이 생각할 거리를 던져준다. 읽을 때도 좋은 고전이라 생각했지만, 질문을 보고 학생들의 생각을 엿들으며 나라면 어떤 질문과 어떤 답을 했을까 잠시 생각을 쓱해보았다. 토론한마당의 마지막 과제는 토론감상문으로 질문 중 하나를 골라 근거를 바탕으로 논리적 글쓰기를 해 보는 것이다. 어려우면 감상만 다시 써보라고 했는데 어떤 글들을 써올지 벌써 기다려진다. 세상의 모든 일이 그러하겠지만 준비하고 진행하는 과정은 약간의 피곤, 자주 오는 그만하고 싶은 마음, 가끔의 좌절과 실망이 오간다. 그러나 좋은 것을 잘 알리고 싶은 책임감으로 해나가다 보면 그 안에서 익숙한 듯 새로운 보람과 성장이 늘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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