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rry christmas
내가 중학생이 되기 직전의 겨울, 부모님은 이제 다 큰 딸의 크리스마스나 산타클로스에 대한 동심에 대해서는 크게 관심이 없으셨다.
하지만 나는 커 간다는 것이 두려웠던 것 같다. 아직 어린이고 싶었고, 어렸을 때 그랬듯 크리스마스 아침에 다다다 달려 나가 운명처럼 놓여있는 선물을 마구 풀어헤치고 싶었다.
결전의 날, 크리스마스 당일. 새벽 6시 일찍 눈이 깬 나는, 텅 비어있는 크리스마스트리 아래 바닥을 보고는 가슴이 먹먹해짐을 느꼈다.
'산타클로스가 없다는 것은 알아. 하지만, 이런 식은 좀 아니잖아.'
엄마 아빠에게 달려가 선물 어디 있냐고 조르고 싶지는 않았다. 그러면 이미 상처 받은 내의 마음이 갈기갈기 찢길 것 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그냥 내 방으로 돌아가 오지 않는 잠을 청했다. 잠은 쉬 오지 않았고 7시가 되고, 8시가 돼도 부모님은 계속 주무셨다.
9시가 넘어 아직도 침대에 누워있던 나는, 분주한 엄마의 소리를 들었다.
엄마는 바스락거리며 여러 과자 봉지와 포장도 되지 않았던 털장갑을 트리 아래 내려놓으셨고, 더 이상 참을 수 없던 나는 금방 일어난 듯 달려 나가 선물을 받고 과자를 열어 먹으며 행복함을 만끽했다.
그리고 한참이 지나 엄마가 된 나는, 아직 산타클로스를 믿고 있는 다섯 살 아들의 선물을 정성스레 준비했다. 행복할 아이의 얼굴을 상상하며 나를 위해서는 절대 쓰지 못할 돈을 내 아이를 위해서는 아낌없이 쓰고 있다.
그리고 다짐해본다. 우리 아이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던, 중학생이 되던, 크리스마스에 선물을 열어보는 이 전통만은 지켜주고 싶다고.
크리스마스를 상상하며 가슴이 설레는 건 모두가 마찬가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