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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느리 Jan 12. 2021

일상에서 영어 하자 - 박물관 나들이

내 아이의 눈에 비친 라피에타와 모나리자

재작년, 우리 가족의 유럽 살이.


타지에서의 삶은 예측 불가능했고, 참으로 소란스러웠다. 


우리 가족은 마치 시트콤 속 주인공들처럼 매 순간 아주 창의적인 실수를 만들어내며 추억 쌓기에 열중했었다.


쿠폰을 출력해가면 할인해준다 해놓고 무조건 "No"를 반복하던 수영장 직원, 예약시간보다 15분이나 먼저 출발해 놓고 우리를 탓하던 공항버스 기사, 갑자기 불어닥친 강풍으로 속절없이 바다에 빠져버리던 10만 원짜리 장난감 헬리콥터. 


이 모든 아찔한 순간들을 뒤로하고, '어라! 일이 참 잘 풀리네' 하게 되던 때는 흥미롭게도 박물관에서였다.


프랑스, 베르사유 궁전


크로아티아에서, 프랑스에서, 체코에서, 독일, 핀란드, 헝가리에서도 우리는 흥미로운 박물관들을 찾아다녔는데 아직 4살이 채 안 됐었던 션이는 어딜 가나 프리패스가 되어주었다. 


"Hey, there! Come here!"


우리 가족을 부르는 소리. 긴 줄 뒤에 서 있지 말고 앞으로 오라는 박물관의 배려.


유모차만 끌고 있으면 줄이 얼마나 길던 상관없이 우리는 가장 먼저 입장할 수 있었다.


이 중에도 가장 가슴이 설레던 순간은 모나리자를 바로 앞에서 봤을 때. 


모나리자를 이렇게 가까이에서!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긴 줄이 무색하게도 우리는 또 불려 나가 가장 앞 줄에서 모나리자를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이 작품을 가까이에서 본다는 벅참보다는 '또 줄 안 서도 되네! 대박이다!' 하는 흥분감에 웃음이 터져 나왔었다. 


줄 안 서는 거 전부 자기 덕이라며 생색내는 아이에게 수십 번도 넘게 감사인사를 전했고, 그 작은 볼이 빨개지도록 뽀뽀도 퍼부었던 것 같다. 


그런데 단 한 번, 이태리에서 베드로 성당에 들어가는 줄에서는 꼼짝없이 기다려야 했는데,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흐린 날, 한 5백 미터는 되어 보이던 사람 무리의 제일 뒤에 서서 한참을 기다려서 겨우 들어간 성당 속 '라 피에타'를 보고는 눈물이 흘렀다. 


죽은 예수님을 안고도 참 평화로운 표정으로 그 마른 얼굴을 내려다보던 마리아의 눈 빛, 웅장한 성당 안, 미사 중이던 신부님, 무릎을 꿇고 기도하던 신도들, 경건한 향기와 이유는 알 수 없는 영적인 신비한 느낌까지, 그 순간의 소리, 냄새, 온도와 습도까지 모든 것이 기억난다. 


라 피에타


네 살 아이에겐 "예수님이 왜 죽었어?" 하는 죽음만이 참 신기하고 놀랍게 다가온 것 같았지만, 작품을 보며 눈물을 흘리는 나를 바라보고 내 눈물을 닦아주는 아이의 손은 아직 내 마음에 선명하다. 


박물관에서는 무언가를 공부하고 느끼려 애쓰기보다는, 그냥 좋았던 것 같다. 수백수천 년을 살아남아 아직까지도 열정적으로 살아 숨 쉬고 있는 예술가들의 혼이 느껴지듯, 마냥 좋았다.


코로나로 인해 우리 모두는 발이 묶여 있지만, 언젠가 다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여러 나라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감상하러 떠나고 싶다. 우리 아이 손 꼭 잡고. 그럴 날이 얼른 오길.  




박물관에서 쓸 수 있는 영어 표현


exhibition 전시회, 전시


collection 수집, 소장품


artifact 공예품


admission fee 입장료


art gallery 화랑, 미술관


ticket 티켓


preservation 보존, 보전


curator 큐레이터


docent 안내원


painting 그림


status 조각


on display 전시 중


gift shop 기념품점


go upstairs / go downstaris 위층으로 가다 / 아래층으로 가다


take photographs 사진 찍다


no flash 플래시 불가



https://brunch.co.kr/@lilylala/148


매주 화요일과 금요일에, 0세부터 시작하는 참 쉬운 엄마 영어에 대한 주제로 연재합니다. 


음에는 '일상에서 영어 하자 - 박물관 나들이 2'에 대한 주제로 포스팅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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