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북경일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느리 Feb 28. 2024

새 친구는 굳이 안 사귈 거라 했었다


글쓰기는 마지막 글 이후 5개월 만이다. 기록에 대한 욕구보다 중요했던 것은 생존이었다. 오랜 친구를 만나서, 들어봐! 하며 끄집어낼 사건들이 수백 개가 넘을 것 같은 북경에서의 삶이었다. 6개월이 지난 이제야 외로움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리고 외로움은 나를 글 쓰게 하는 참 고마운 감정이다.


 친구는 굳이 사귀지 말아야지 했던 겁 많은 나였지만, 나는 여전히 사람을 믿고 좋아했으며 그들을 진심으로 대했다.


나는 션이 학교 친구 엄마들 몇 명과 정말 많이 친해졌는데, 특히 외국엄마들과 친구가 되며 느낀 것은 우리는 아이들이 서로 친한 거 이외에도 가족과 애완동물, 세계의 평화와 자녀교육과 같은 대화로 이야기를 나누며 가까워졌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우리들의 눈물포인트는 가족이었다. 멀리 살고 있는 그리운 가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울었고, 길렀던 강아지와의 에피소드를 공유하며 웃었다. 세계 곳곳에서 일어나는 전쟁 소식에 가슴 아파하고, 아이의 학업적 성취보다는 가능성에 대한 이야기를 이어갔다.


대화를 통해 부모들 간의 신뢰가 쌓이자, 우리 아이들도 우정을 키워나갈 수 있는 기회가 더 커지게 되었다. 서로 집에 더 자주 놀러 가고, 집에서 자고 가기도 했다.


션이 친구가 처음으로 우리 집에서 잔 날, 나는 종교적 이유로 돼지고기를 못 먹는 친구를 위해 더욱 조심스럽게 식사들을 준비했고, 션이는 자기 친구 오면 특별히 더 잘해줘야 한다며 신신당부를 하기도 했다.


밤 11시 책 몇 권 읽어주고 잘자 하고 나왔는데, 새벽 2시까지 같이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속닥속닥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 그리고는 8시 되기도 전에 일어나서 또 열정적으로 노는 아이들이 마냥 기특하기만 했다.


하지만 모든 엄마들과 친구가 될 수는 없었다. 션이 친구 생일파티에 초대받아 간 자리에서, 한 무리의 엄마들은 내가 알아듣지 못하는 그들만의 언어로 끝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타국까지 와서 친구는 굳이 사귀지 말아야지 했지만, 벌써 북경에는 친한 친구들이 많다. 학교에서 가끔 마주쳐도 반가워서 안아주고 보는 내 친구들, 아이를 키우고 있다는 자체로 서로를 이해하는 육아동지들은 어디에서나 참 든든한 친구가 되더라.




매거진의 이전글 첫 갈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