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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느리 Mar 13. 2024

아이가 선을 넘을 때

친구가 자고 간 날


얼마 전 자고 간 션이 친구가 또 놀러 왔다. BFF (Best Friends Forever)라는 둘은 참 잘도 논다.


함께 과자를 먹다가 7-8살 남자아이들 수준에 맞는 재미있는 엄마가 되고자, 사또밥 하나를 위로 휙 던져 입으로 받아먹는 스킬을 보여주었다. 운 좋게 단번에 성공하고는 "Isn't it cool? Huh?" 하며 잘난 척했고, 나의 그 충동적인 행동은 우리 집이 엉망이 되는 불씨가 되었.


아이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래밥 사또밥 죠리퐁을 휙 휙 던지며 과자 던져 먹기에 도전했고, 서로 입에 던져 댔다. 션이가 과자 한 움큼 집어 휙 위로 뿌렸고 입에 한 개도 안 들어간 그 과자는, 바닥에 넘어져 웃는 아이들 몸에 의해 뭉개졌다. 그리고는 션이 친구도 두 뭉치의 과자를 집어 들었다.


Oh no..


내 속은 부글부글 끓기 시작했다. 소리를 지를 수도 없고. 가만히 놔두지 않겠다는 눈빛으로 션이를 노려보았다.


"적당히 해"


"이런 식으로 하면 친구 다시는 못 와."


당연히 통할리 없는 권위 없는 협박.


둘의 낄낄거림이 이어지고, 과자들은 집 이곳저곳에 뿌려졌다. 나의 인내심은 한계에 달았다.


"그만하라고! 그만 좀 해!"


언성이 높아진 나.


"What is 그만 means?"


친구의 물음에


"That means stop it."


"Aha!"


둘은 아랑곳하지 않았다.


션이를 불러 "너는 적당히를 모르니? 이렇게 집을 엉망으로 만들면 어떡하니!" 최대한 감정을 추스르고 말을 하던 중, 말문을 막히게 하는 아이의 호소.


"왜 나한테만 화내? 나는 심장이 없어? 나는 로봇이야? 왜 나만 혼내? 얘도 같이 했잖아."


아이 친구를 붙잡고 화낼 수도 없고, 과자 던지기는 내가 시작을 했고. 단지 션이가 적당히 놀길 바랐는데, 그 선을 훌쩍 넘어 버리는 아이들이 야속했다.


같이 치우자! 잔뜩 성이난 내 마음을 알리 없는 아이들은 과자를 밟은 그 발로 우당탕 뛰어다녔고, 결국 아이들을 방으로 보내고는 티슈와 물티슈를 가지고 바닥을 훔치는데, 말 그대로 현타가 왔다. 이게 지금 뭐 하고 있는 짓인지.


집안이 대충 정리되니 마음이 좀 풀어졌다. 조금 진정된 후 셋이 같이 침대에 누워 책을 읽어주고, 옛날이야기도 해주니 잠드는 아이들. 2주 전에는 새벽 2시에 잤는데, 그래도 이번에는 12시에 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달까.


다음 날, 아침식사를 하며 "앞으로는 음식을 가지고 장난치면 안 되는 거야. 알겠니?" 아이들에게 말했고, 션이 친구는 "I will not play with food", 션이는 "Sorry, mom." 했다.


아이들이 컨트롤이 안 되는 순간이 있다. 나의 성난 목소리에는 권위가 없고, 나의 째려봄은 웃음거리가 되더라. 돌아보니 그래도 꽥 소리를 지르거나, 아이를 심하게 혼내 울리는 일이 없었어서 다행이었다.


아이들은 친구와 함께면 컨트롤이 더 어려워진다. 둘이니까 재미도 두 배, 자신감도 두 배인 아이들은 평소의 200% 의 에너지로 놀아댄다. 온전한 자유를 주든, 개입을 하든 정답은 없다. 내려놓는 연습이나, 평점심을 유지하는 법을 터득하는 게 더 빠를 수도 있다.


그래도 제발 좀, 보이지는 않아도 선은 지키며 놀란 말이다! 커가며 휙 휙 넘나들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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