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아티아 교환학생을 위한 출국이 4개월 앞으로 다가왔다. 학교에 보내야 하는 모든 서류도 철저히 체크해서 보냈고, 입학허가서를 위한 마지막 절차가 진행 중이다.
이제는 큼직한 일들만 남아 있는데 아이가 가야 할 현지 유치원에 컨택하는 것, 살 집을 알아보는 것, 그리고 항공권을 구매하는 것이다. 사실 집은 현지에 도착해서 며칠 발품 팔아 적당한 집을 얻을 것이라 당장 필요한 것은 항공권이다. 차일피일 미루다가 비용이 확 올라버리면 어쩌지 두려움을 안고 괜히 마음이 급해졌다.
스카이스캐너에서 검색을 때리고, 몇 시간 검색에 검색을 거친 후 결정을 내렸다.
인천에서 크로아티아 자다르까지 2번 경유, 30시간 소요하는 편으로.
좋은 점은 가격이 백만 원 초반으로 착했고, 오히려 자그레브에서 18시간 체류하게 되므로 늦은 밤 공항 밖에 나가 숙소에서 자고 다음날 아침 공항에 다시 오면 되지! 하는 마음이었다.
"고객님의 결제시한이 21시까지 변경되었습니다."
오 마이 갓! 오늘 저녁 9시까지 결제해야 한다고? 갑자기 이것보다 더 좋은 딜은 없어 보였다. 내 선택에 확신이 들었다. 퇴근 후 만난 신랑에게 일정을 보여줬다.
"이거 어때? 괜찮은 것 같아. 이제 결제하려고."
"이건 아니야. 절대! 2번 경유, 애기 데리고 못해!"
"그래서 내가 다 알아봤지. 숙소랑. 오히려 한숨 자고 가면 더 편할 거야!"
"내 새끼 데리고 가면서 이렇게 고생시킨다고?"
왜 신랑이 나를 믿지 못하는 거지? 꼭 좋은 거래를 놓치게 될 것만 같았다.
말없이 핸드폰을 몇 분 두드려보던 그가 말했다.
"지금 기준에서 다음 달 표를 보면 한 번만 경유해도 가는 일정이 많잖아! 가격도 더 저렴하고. 항공권이 빨리 산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야."
그의 말이 맞았다. 직항이 없는 크로아티아의 작은 도시까지, 아직은 한참 뒤인 4개월 후 출국, 9개월 후 귀국하는 일정의 항공권은 제한적이었고, 다시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아이와 아이 할머니를 모시고는 정말 무리였다.
잘못된 선택을 피하는 3가지 방법
1. 시간적 여유를 두고 신중하게 결정하기
결정을 내리기 전에 시간의 제약이 있으면 판단에 실수가 생길 수가 있더라. 홈쇼핑들은 그렇게 장사하는 것이겠지만, 내가 그러한 갑작스러운 선택에 피해자가 될 필요는 없다. 시간이 촉박하면, 그냥 후딱 끝내고 싶다는 인간의 심리 때문에 잘못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게 된다.
2. 나를 아끼는 사람에게 구하는 조언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전에 나를 아끼는 합리적인 사람에게 조언을 구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랑의 눈에 30시간이 걸려 2번 경유하는 일정은 우리에게 특히 아기에게 힘들 것이라는 것이 보였고, 돈을 더 내더라도 조금 더 편한 일정을 찾는 것이 낫다는 것을 알았다.하지만 조언을 구하더라도, 내 모든 소신을 잃으면 안 된다. 왜냐면 아직도 "꼭 가야 해?" 하고 묻는 그이기 때문이다.
3. 우선순위를 정하고 지켜라.
어떤 선택을 할 때 내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적어보는 것이 현명한데, 그 우선순위와 타협하지 말아야 한다. 나는 엄마와 아이와 조금이라도 편하게 갈 수 있는 일정이 제일 중요했는데 결국 정신 차리고 보니 값싼 항공편을 클릭해보고 있더라.
가끔은 이런 생각도 든다. 내가 대한항공 직항으로 자그레브까지 가는 200만 원 항공권 세 장을 고민 없이 살 능력이 있다면. 작년, 큰 병을 앓고 생사에 기로에 섰던 울 엄마를 위해 비즈니스 티켓을 끊어줄 능력이 있다면.
"내가 얼른 성공해서 엄마 호강시켜줄게!"
어릴 때부터 엄마한테 큰소리치곤 했었는데, 아직도 나는 조금 멀었나 보다.
그래도 이번, 항공권에 대해 잘못된 선택을 하지 않아 다행이다. 침착하고 신중하게 더 괜찮은 딜을 따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