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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다섯 달 살기, 20가지 필수 체크리스트-1

D-day 3 우리 진짜 곧 떠난다!

by 김느리

가슴이 뛴다.

설렘보다는 두려움.


9개월 전 겁도 없이 친정엄마 모시고, 4살 애기 데리고 유럽으로 교환학생을 떠나서 살다와야지 했었는데, 나는 3일 후 직항도 없는 크로아티아의 자다르로 출국한다.


"너 정말 대~단하다, 원하는 거 결국 이뤘네."


하는 신랑에게, 그런 이야기는 제발 잘 다녀오고 나서 해줘 라고 답했다.


이 긴 여정을 위해 준비했던 지난 몇 개월이 오랜 옛날 같다.


전 세계 수많은 대학의 리스트를 훑어보며 가슴 설레던 시간도, 새파랗게 어린 학생들 사이에서 교환학생 면접을 보던 순간도, 가족들에게 나의 계획에 대한 이해와 응원을 부탁하던 순간도, 그리고 일주일을 벌벌 떨게 하며 나를 옭아맸던 엄마의 CT 추적검사 결과까지.


지금 와서 돌아보니, 당시에 가슴 졸이고 쩔쩔매던 그 순간들에 웃음이 난다. 이렇게 다 잘 풀릴 것을.




출국을 한 한 달 앞둔 시점에, 체크리스트를 만들었다. 미션 클리어할 때마다 체크리스트에 줄을 긋는 것이 참 좋았다.


우리의 여행에 대한 기록으로, 그리고 이런 여행을 앞둔 이름도 모르는 예비 탐험가들을 위하여, 동유럽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운 도시 자다르로의 5개월을 위한 체크리스트를 공유하려 한다.


1. 여행 토퍼 제작


이거 꼭 한번 해보고 싶었다. 지금은 방바닥 배경이지만, 곧 자다르의 푸른 하늘, 바다 위 수채화 같은 석양을 배경으로 우리 셋의 이름을 남길 수 있겠지.

여행 토퍼 제작 - 10.000원


2. 라운지 카드 발급


신랑과 여행해며 처음으로 가본 인천공항 라운지. 식사와 음료가 무료였고, 무엇보다 편안한 소파가 있었다. 이런 서비스가 무료라고?


해외여행의 필수 아이템은 공항 라운지 카드이다. 사람들이 바글바글한 게이트 앞에서 빼곡하게 끼어있고 싶지 않으면 반드시 있어야 한다. 특히 나는 몸이 약한 엄마와 어린아이가 있으므로, 고생을 좀 덜 하게 되는 여정을 꾸려야만 한다. 나는 현대 다이너스 카드를 소지하고 있고, 엄마를 위해 기업은행 Bliss 7 카드를 발급받아 PP카드 (라운지 카드)도 함께 받았고, 전 세계 600여 개의 라운지를 전월 실적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게 되었다.


인터넷 (뽐뿌)을 통해 카드설계사를 알아보았고, 현금 12만 원 받는 조건으로 3개월 동안 30만 원씩 쓰기로 하여 가입했고, 카드 연회비 20만 원은 신라면세점 20만 원 현금카드로 고스란히 돌려받았다. 유럽 곳곳을 다니며, 우리 엄마와 아들이 편안할 수 있도록 준비 완료.


내가 발급받은 비바플러스 체크카드와 블리스7 카드


3. 비바 플러스 체크카드 발급


크로아티아는 쿠나를 쓰는 나라로, 우리나라에서 쿠나 환전은 불가능하다. 유로로 환전 후, 다시 쿠나로 환전해야 하므로 이중 수수료를 물게 된다. 하나은행에서 발급하는 비바 플러스 체크카드는 우리나라에서 발급 받은 통장에 있는 돈을 현지 ATM에서 현지 통화로 바로 출금할 수 있는 시스템이며 수수료도 낮은 편이다. 현금뭉치를 가지고 다니기 보단 이렇게 체크카드가 있는 것이 안전하다.


★외국에서 카드결제를 할 예정이라면 반드시 앱을 통해 "해외원화결제차단"을 해야 이중 수수료를 물지 않는다! 필수!



4. 여행자보험 가입


https://www.e-insmarket.or.kr/intro.knia


온라인 보험 가격비교 사이트, 보험다모아를 통해 검색해보았다.


처음에는 가격이 가장 저렴한 MG해외여행자보험 (장기체류자 보험)을 가입했는데, 사망보장이 3천만 원밖에 되지 않아 나는 롯데 다이렉트로 갈아탔다.


MG는 30대 여성 기준 10만 원으로 해외 사망/장애 3천만 원, 해외 상해/질병 2천까지 가능, 롯데다이렉트는 사망/장애 1억, 해외 상해 5천, 해외 질병 3천까지 가능하며 가격은 12만 원이다. 그럴 일은 없겠지만 혹시라도, 만에 하나 여행 중 내가 잘못되면 남겨질 가족에게 적어도 1억 정도는 가면 좋겠다 싶어 롯데다이렉트를 선택했다. 하지만, 미성년자는 롯데 가입이 불가하여 아들은 MG이다.


작년 암수술을 했던 우리 엄마는 인터넷을 통한 보험가입이 거절되었다. 롯데 보험에 전화해서 대리점 연결 후, 설계사님을 통해 가입을 했고, 20만 원에 해외 사망 2억, 해외 상해, 질병 천만 원으로 가입했다. 인터넷 보험상품과는 다르게 현지에서 물품 파손에 대한 보장도 50만 원까지 되어 오히려 더 잘 되었다 싶었다.


50대 후반 여성 기준, 해외 상해, 질병을 2천만 원씩 보장해주는 현대해상은 비용이 50만 원이 넘어가더라. 고민하다가, 그냥 저렴한 보험으로 선택했다.


참고로 3개월 이상 해외 체류하게 되면 국내 실비보험 환급받을 수 있다 (2009.08.01 이후 가입자만). 우리는 해당사항 없지만, 혹시 개인적으로 건강보험료를 내고 있다면 그것도 한 달 단위로 중지시킬 수 있는 것 같다.


5. 건강검진 / 치아 검진


수주 동안 나를 잠 못 이루고 벌벌 떨게 했던 우리 엄마의 CT 결과는 다행히 정상이었다. 주치의 선생님은 당신도 못 가본 크로아티아를 가는 우리가 부럽다며 6개월 후 다시 추적 검사하자고 하셨다. 우리 엄마가 괜찮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나는 다시 엄마를 아주 많이 편하게 대하고 있는 중이다.


곧 출국인데, 화분을 샀다고 엄마를 구박하기도 했다. 엄마한테는 평생, 매 순간 잘해야지 다짐했는데, 엄마라는 존재는 왜 이리 편한 것일까.


온 가족이 치과진료도 받았다. 엄마랑 나는 스케일링과 치아 검진을, 4살 아들도 거금 3만원을 들여 불소도포를 받았다.


면역력이 약한 우리 엄마는 파상풍 예방접종, 대상포진과 폐렴접종까지 마쳤고, 우리 모두는 독감 4 가도 맞았다. 출국 전날에는 병원에서 상비약을 처방받기로 했다. 크로아티아는 약값이 비싼 나라라 약은 여유 있게 챙기려고 한다.


6. 국제 운전면허증 발급


외국에서 렌트할 일이 있을 수도 있으므로 국제면허증 발급받았고, 운전면허시험장뿐 아니라 이제는 가까운 경찰서에서도 발급한다고 한다. 여권사진 한 장, 신분증 그리고 8.500원이 필요하다.


7. 핫팩, 전기요, 털실내화 준비


유럽의 겨울은 혹독하다. 우리나라처럼 보일러도 없고, 작은 라디에이터 한 대가 집안의 온기를 지켜주는 유일한 빛이지만 그마저도 시원찮다. 제일 저렴한 붙이는 핫팩 100개, 전기담요까지 준비해서 다가올 겨울에 대비한다. 우리나라처럼 방바닥이 뜨끈할 일이 없으므로, 폭신한 털실내화도 샀다. 유럽의 건물들은 오래된 것이 대부분이고, 우리들이 지낼 3층짜리 아파트도 1800년대 지어진 건물이라 난방이 잘 안된단다. 우리나라도 이제 가을인데, 유럽은 얼마나 더 쌀쌀할까.


8. 먹거리 준비


2-3인용 작은 밥솥 하나를 샀다. 옆 동에 미국인 친구가 너네 설마 밥솥 사가는 거 아니냐고 놀리듯 물었는데, 진짜 가져간다. 작은 밥솥은 몇만 원 안 되는 금액으로 구매할 수 있고, 대부분의 유럽은 전자레인지가 없는 편이라 햇반을 먹는 것도 한계가 있다. 다행히 크로아티아는 220V를 쓰므로 한국 가전을 유용하게 쓸 수 있다.


우리의 또 다른 주식인 김치는 팩에 든 꼬마김치로 구매했고, 고추장, 된장, 간장, 참기름, 미역, 김, 멸치와 같은 것들도 담았다. 후추, 소금, 설탕, 커피도 기본이다. 우리나라의 퀄리티를 따라올 수 없는 고무장갑, 비닐팩, 포일도 준비 완료. 물론 크로아티아도 사람 사는 곳이라 모든 것들을 팔겠지만, 그래도 처음에 정착할 때 드는 막대한 비용을 조금이나마 줄이기 위해선 크게 부피를 차지하지 않고 너무 무겁지 않은 것들은 웬만하면 가져가기로 했다.


참고로 김치는 진공 포장되어있는 것을 사서 가는 것이 좋고, 기압차로 터질 수가 있으므로, 최대한 최근에 제조된 햇김치로 사는 것이 좋다. 혹시 터질 것을 대비하여 랩핑을 단단히 하고, 비닐팩에 여러 차례 잘 담아서 넣어야 한다.


9. 약 챙기기


우리 엄마 먹는 약만 정말 한 보따리 되더라. 휴, 엄마한테 더 잘해야지.


상비약으로는 후시딘, 밴드 대용량, 타이레놀, 리도멕스 (피부), 에스로반, 페리댁스 (입안이 헐었을 때), 테라플루, 코푸시럽 (기침), 비염약과 스프레이, 파스, 버물리, 유산균 정도 챙겼고. 출국 전 병원에 들러서 기타 상비약 처방받을 예정이다. 아이 해열제 (타이레놀 계열과 부루펜 계열 각각), 체온계도 기본이다.


참고로 아이들용 물약은 기압차로 넘치거나 터질 위험이 다분하다. 폴리백에 여러 번 싸는 것이 다른 짐들을 망치지 않게 하기 위한 좋은 방법이다. 혹 항생제를 처방받는다면 가루 상태로 받아서 현지에서 필요시에 물을 섞여 약을 타야 한다.


10. 각종 서류 챙기기


서류는 각각 2부씩 준비하여 다른 폴더에 담는다. 여권사본도 여러 장, 여권사진도 여유분을 챙겨간다. 크로아티아에서 90일 이상 장기 체류하게 되므로 임시거주증을 발급받아야 하는데, 공부를 하는 나와는 다르게 거주 목적이 없는 아들과 엄마를 위해 가족관계 증명서를 발급받았다.


그런데 이게 절차가 참 복잡한 게, 증명서를 발급받아, 영어로 번역을 하고, 그것을 또 공증을 받아서, 아포스티유 확인 절차까지 받아야지만 서류가 현지에서 인정이 된다. 크로아티아는 크로아티아로 된 서류를 요청하므로, 현지에 가서 다시 한번 더 번역을 해야 한다. 그래도 미성년자를 데리고 장기 여행을 한다면 그리고 성 (Last name)이 다르다면, 가족관계 증명서를 준비하는 것이 좋다.


처음 인터넷에서 알아보고 전화한 곳에서는 번역, 공증, 아포스티유 받는 것을 10만 원 불렀고, 번역과 공증만은 5만 5천 원이라 했는데 정말 말도 안 되게 비싸게 부른 것이다.


번역은 보통 서류 한 장에 만원, 공증은 25.000원이고, 아포스티유는 서초동 외교센터에서 2천 원에 발급된다. 지방에 사는 분이라면 대행업체를 이용하는 것도 현명할 수 있다.


항공사 티켓도 미리 출력해놓았다. 특히 유럽의 저가항공사 라이언에어는 반드시 체크인하여 티켓을 출력해가야지만 엄청난 수수료를 물지 않는다. 분실될까 봐 이 역시 두 개의 폴더에 나누어 담았다.


여권사진은 집에서 그냥 찍었다. 나랑 아들 둘 다 찍으면 그것도 몇만 원 들 것이므로, 집에서 찍어서 배경 지우는 어플로 배경을 지워 그림판에 붙여 넣기 하면 흰 배경이 된다.

천 원 여권사진

내가 이용한 스마일캣에서는 여권사진 8장 인화가 단돈 천 원이다. 거기에 택배비 2.500원. 내 사진 4개, 아들 사진 4개 해서 실속 있게 준비한다. 단, 여권사진은 귀가 보여야 하고, 사진상 머리부터 턱까지 3.2cm가 넘어야 한다는 기준이 있으므로, 그것만 잘 체크해서 사진 업로드하면 많은 비용을 절약할 수 있다. 내가 이용한 스마일캣에서는 확인 전화도 줬고, 사진 사이즈도 여권에 맞게 수정도 해줘서 진짜 감사했다. 그리고 천 원. 와 가격 정말 착하다.


http://www.smileca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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