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자다르에 왔다

집 떠나면 개고생이다

by 김느리


자다르 3일 차.


이제야 좀 정신이 차려지는 것 같다.


언제 떠날 수 있을까 기다려지기만 하던 이 여정의 시작.

시간은 금세 달렸고, 모든 준비가 완벽하다고 생각했지만 제법 쌀쌀한 비행기 안에서 입을 가디건이 없었다.

엄마 무릎베고 쿨쿨


출국장에서 신랑과 아빠에게 손을 흔들며, 결혼식 때도 울지 않았던 내가 눈물을 쏟았다. 온전히, 그냥 안아주고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전하고 싶었는데, 빨리 들어가서 빨리 수속 밟고 싶단 이 미련한 마음과 이 순간을 추억으로 남기고 싶다며 들고 있던 카메라 덕분에 무슨 말을 했는지도 모르겠다.


보고 싶은 내 남편의 얼굴이 흐릿하고, 아빠 식사 잘 챙겨 드셔! 했던 내 울먹이는 목소리만 남았다.


10시간이 넘는 비행에 지칠 듯이 지쳤고, 롤러코스터를 타듯 울렁이는 비행기에, 목까지 올라온 토를 겨우 참았다. 비행기에서 아이는 세편의 애니메이션을 보았고, 기내식도 꽤 잘 먹었다. 불편해서 그런지 낮잠도 제대로 못 자고, 한국시간 밤 12시가 되도록 자지 않은 바람에 뮌헨 공항에 내려서는 말도 안 듣고 정신도 없고 사고를 쳤다.


사실 사고라고 해봤자 넘어지거나, 어디 부딪치거나, 더러운 먼지 같은 것을 만지는 등 사소한 것들뿐이었지만 나도 피곤했는지 짜증이 머리 끝까지 났던 것 같다. 사소한 행동에도 버럭. 아이 너무 단거 주지 말라는 엄마 말에도 버럭! 결국 엄마는 수차례 실패 끝 겨우 잡은 뮌헨 공항 와이파이를 통해 연결된 아빠 목소리를 듣고 울어버렸다.

그런 엄마가 걱정이 되었는지 몇 분 후 다시 또 전화를 한 아빠에게 말했다.


"엄마가 힘들었나 봐. 아빠 목소리 듣고는 울더라고."


수화기 넘어 말을 잇지 못하던 아빠의 모습이 그려졌다. 나이 들고 더욱 여려진 우리 아빠도 괜히 눈물이 조금 났겠지.


나도 전화로 남편 목소리를 들으니 눈물이 핑 돌았다. 이제까지 참 편하게 여행 다녔구나, 이제까지의 남편의 노력이 참 고맙고 미안했다. 가족들 데리고 커다란 뮌헨 공항 여기 갔다 저기 갔다 헤매고 고생한 것을 생각하니 서럽고 고단했다.

자다르행 비행기는 버스로 한참 달려야 하는 작은 곳에 있었다
지친 가족들

자다르로의 여정은 참 길고 길었다. 오늘 이 고생한 시간이 달래질만 한 좋은 깨끗한 숙소가 우릴 기다리고 있길 바랐지만 저녁 9시가 다되어 도착한 숙소는 뭔가 열악했고 지저분했고 집 밖 레스토랑의 음악소리도 시끄러웠다. 음식 냄새도 올라왔고, 집은 쌀쌀했다. 3층에 위치한 1830년대 지어진 건물은 엘리베이터도 없었고, 집안은 어두웠다.


집을 보고는 엄마가 울상이 되었다. 곯아떨어진 아이를 눕히고 우리 모두 제대로 씻지도 못한 채 불편한 하룻밤을 보냈다. 그날 밤 천둥번개가 엄청나게 쳐댔다.


다음 날 아침 토스트를, 점심에는 피자를, 저녁에는 어쩔 수 없이 파스타랑 피자 비슷한 빵을 먹었고, 우리 식구들은 음식도 입에 안 맞는 타지에서 겪는 서러움에 지칠 대로 지쳤다.


'괜히 왔나'


가족들 고생시킨다는 죄책감에 혼자 몰래 눈물을 흘렸다.


나 혼자라면 아무것도 아닐 일들이, 어린아이와 약한 엄마와 함께니 참 힘들었다. 나는 수시로 가족들 표정을 살폈고, 힘들고 지친 그들을 보며 너무나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마트에도 거리에도 영어는 1도 안 보이고, 크로아티아어만 있다. 쿠나라는 화폐도 너무 헷갈린다.


나, 우리 가족. 잘 살아갈 수 있을까?힘들고 지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