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 자다르의 석양 앞에 눈물이 흐르다
엄마, 여기 죽기 전에 생각 날 것 같아
자다르로의 첫날의 고생스러움이 채 가시지 않은 며칠이었다.
에어비앤비 호스트는 크로아티아가 아니라 벨기에에 살고 있었고, 집이 너무 더럽다는 나의 컴플레인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주었다. 친구를 통해 전문 청소부 2명을 보내, 집 청소를 해줬고 이제는 조금은 사람 살만 한 집이 되었다.
드디어 맛 본 한식엄마는 근대를 사서 된장국을 끓여주셨고, 부드러운 상추에 한국에서 가져간 쌈장을 넣어, 고기 없어 초라한, 하지만 정말 꿀맛이던 최고의 한 끼를 먹었다.
"석양 보러 가자!"
알프레도 히치콕 감독이 극찬을 했다는, 30분-1시간이면 다 보는 이 작은 자다르라는 도시를 2016년 유럽 최고의 관광지로 만들어준 그 석양을 보러 가기로 했다.
'뭐 특별할 게 있겠어? 다 똑같은 하늘인데.'
장난감 자동차를 굴리며
구글을 통해 6시 38분이 sunset이라는 정보를 입수, 30분 정도부터 슬금슬금 집을 나섰다.
집에서 1분 거리에 해변이, 바다를 따라 5분 정도 걸으면 파도가 만들어내는 웅장한 음악의 바다 오르간과 태양의 인사 조형물이 있다.
태양이 지기를 기다리는 사람들이 작은 도시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모이다니! 엄청난 인파가 바다 앞에 길게 모여 앉았다.
자다르의 석양을 보러 온 수많은 사람들그리고는 놀라운 일이 벌어졌다.
"어어!! 엄마 봐봐! 태양이 이상해!"
내 눈을 의심할 정도로, 바다와 맞닿은 태양이 점점 부풀었다. 태양이 왜 저렇게 커지지? 어어?
내가 보던 작고 동그란 태양이 아니라, 바다와 만나 이글거리는, 몇 배는 더 밝게 그리고 강하게 타오르던 태양은 그렇게 단 몇 초 동안 절정에 이르렀다 금세 바닷속으로 들어가 버렸다.
그 놀라운 순간에, 그 자리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환호와 박수를 보냈다.
아름다운 자다르의 석양바다 오르간 소리, 사람들 말소리, 바이올린 반주에 맞춰 춤을 추는 무리의 사람들, 아이들 웃음소리.
갑자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창피해서 참으려 했는데, 뜨거운 눈물이 볼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 힘들었었나 보다.
오직 나 때문에 이 여정에 참여한 4살 아들과, 아픈 엄마. 안락하고 익숙한 한국의 집을 떠나, 말도 안 통하고 음식도 안 맞는 이 먼 타지까지 와서 고생하는 가족들.
나도 마음 편할 날이 없었다. 가족들이 지치진 않았나, 뭐 잘 먹기는 하나, 항상 표정을 살폈다. 나 때문에 고생하는 가족들인데 짜증 내지 말아야지 싶으면서도, 나도 고단했고, 익숙하지 않은 모든 것 때문에 자주 성질을 부렸다.
너까지 아프면 우리 끝장이야 하는 엄마의 말이 극심한 부담으로 다가왔고, 맛도 없던 질긴 피자를 살기 위해 꾸역꾸역 먹었다.
엄마가 크로아티아 도착하자마자 기침을 많이 하는 것도 걱정이 되면서도 거슬렸고, 아이가 찡찡대고 울어대는 게 듣기 싫어 거칠게 팔을 잡아 채기도 했다.
그 모든 게 참 미안했다. 너무 미안하고, 화가 났다. 나 스스로에게.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이 감사한 기회를 즐기지 못하고 힘들어하고 날카롭던 내가 못나보였다. 오직 나만 믿고 이 기나긴 여정에 참여한 내 식구들인데. 나는 최악의 리더였던 것이다.
끅끅 눈물 흘리는 나에게 아들이 다가와 한 쪽 무릎을 꿇고는 말했다.
"Will you marry me?"
자다르의 석양은 이 어린아이도 감성적으로 만들어 주나 보다. 사랑 가득한 눈망울로, 진심을 담아 나에게 프러포즈를 건네는 아들이었다.
"Yes! Of course."
아들의 프로포즈
주룩 흘러내리는 내 눈물을 보며 아이가 왜 우냐 물었고 나는 답했다.
"너무 행복해서."
아이를 꼬옥 안고는 다짐했다.
잘해보자! 잘 한 번 살아보자!
Sunset of Zadar
자다르의 석양은 나에게 위로가 되어주었다. 참 고되고 힘든 자다르로의 정착에 있어, 이 아름다운 석양은 한 줄기 희망처럼 다가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