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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느리 Feb 14. 2019

TED가 말한 좋은 부모란?

열혈 청춘, 엄마가 되어 아이 교육에 All-in 하다!

세상에 운명이란 정말 있나 보다. 대학원 시절, 논문 주제를 고민하며 다양한 주제에 대해 기웃거리다 번아웃 (burned out) 된 적이 있었다. 영어교육분야의 모든 주제는 이미 한 번쯤은 다 다뤄졌고, 더 이상은 할 연구가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던 것 같다.


내가 당시 고려했던 주제는, 초등학교 원어민 영어전담강사들의 수업 활용 및 효율성이나 멀티미디어를 영어수업에서 활용하는 것에 대한 효과와 같은 것들이었는데 연구의 대상을 찾기도, 뚜렷하게 무엇을 밝혀내기도 어려운 주제였을 뿐더러 수많은 예외적인 상황으로 연구의 결과를 일반화할 수도 없는 정말 쓸데없는 연구가 될 것만 같았다.


아이디어의 부재로 머리 터지던 어느 날, 어느 외국인 선배가 논문 심사를 받는다길래 참관했고, 거기에서 완전 환상적인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게 된다. 그가 한 발표는 Parental involvement in their child's education 즉 자녀의 교육에 대한 부모 참여라는 주제였고, 이 흥미로운 주제로 삽질한 그는 논문 심사에서 결국 탈락했지만 당시 '이 주제 괜찮겠는데' 하며 설레던 떨림은 멈추지 않았던 것 같다.


자녀교육, 그에 대한 부모의 참여, 부모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자녀의 인생이 달라진다. 당시 결혼도 안 했었고 당연히 애도 없던 20대 중반의 아가씨에게도 부모 역할의 중요성은 참 크게 그리고 흥미롭게 다가온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7세 미만 미취학 아동의 가정에서의 영어교육, 더 자세히 보면 가정에서의 읽기 교육에 대한 부모 참여라는 논문을 썼고, 대학원을 수석으로 졸업하며 표창까지 받게 된다. 그리고 졸업 후 6년이란 시간이 흘러 나는 엄마가 되었다.






열혈 청춘, 엄마가 되다.


나는 참 특이한 20대를 살았던 것 같다. 여행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전 세계 10개국 배낭여행을 떠났었고, 사업을 해서 망해보기도 했다. 당시 잘 나가던 액세서리 샵을 인수한 후 한 7-8개월 만에 말아먹고 몇 천 손해 봤는데 그다지 아프지도 않았었다. 철이 없었나 보다.


돈을 벌기 위해 백화점에서 화장품도 팔고, 과외도 하고, 물론 영어실력을 활용하여 통역 알바도 뛰며 바쁜 젊음을 보냈다. 한 번은 한국에서 열린 국제폐암학회 통역 및 가이드로 알바를 했는데 '참 별 학회가 다 있구먼' 하고 남 일처럼 생각했었는데, 나중에 엄마의 폐암 3기 진단으로 고통 속에 살게 되기도 한다.


워낙 외국으로 뜨는 것을 좋아했던지라 독일, 인도네시아, 미국에 가서 봉사활동을 했고, 해양영토 대장정이라고 배 타고 대한민국의 바다를 항해하는 대외활동에서 신랑을 만나 오랜 연애 끝에 결혼에 성공했다. 그리고 나는 엄마가 되었다.


지역 신문에도 실렸던 독일에서 했던 자원봉사와 미국 허리케인 복구 자원봉사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나의 모성애는 제로에 가까웠다. 당시 대학교에서 시간강사로 강의를 했는데, 대학에서 수업을 하고 프리랜서로 강의를 뛰며 돈을 꽤 쏠쏠하게 버는 것에 성취감을 느꼈던 터라, 임신소식이 그리 반갑지만은 않았었다. 나는 여름학기 수업을 하고, 가을학기 수업에도 나가고 싶어서 7월 말 38주에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고, 수술 5일 전까지 강의를 강행하며 원하던 대로 여름학기와 가을학기 모두 수업을 나갔다. 정말이지 지독한 여자다. 이 독한 엄마는 아기를 뱃속에 품었을 때 한 가지 다짐을 하는데.


아기가 태어나자마자 영어를 써서 이중 언어자로 만들어줘야지!


참 야무진 꿈이었다. 나는 원어민은 아니지만, 내 아이에게 이제는 정말 필수가 아니라 기본이 되어버린 영어라는 선물을 주고 싶었고, 내가 썼던 논문에서처럼 자녀교육을 제대로 하는 부모가 되고 싶었다. 논문에서는 3가지를 강조하는데 그것들이 내가 시작한 태교이자 자녀교육의 첫 원칙이었다.


1. 가정환경 -풍성한 언어환경 만들어주기 (좋은 책이 많은 환경)

2. 부모의 태도 -읽기에 대한 좋은 롤모델이 되어주기 (읽기는 0세부터 길러야 할 좋은 습관이다)

3. 부모의 말하기 습관 -적절한 영어 input을 주기 (영어 노출시키기)


1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논문을 이렇게 세 단어로 축약하기는 쉽지 않지만 포인트는 세 가지였다.


1) 아이가 영어를 접할 수 있는 그리고 많이 읽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2) 아이에게만 영어와 읽기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가 바람직한 롤 모델이 되어주며, 부모 스스로도 영어와 영어로 읽는 것에 대한 중요성에 대해 인지하고 있는 것.


3) 많은 영어 input을 제공하고 적절한 리액션을 주는 것. 


단순하지만 중요한 내 자녀교육의 세 가지 원칙이었다.






TED, 좋은 부모를 말하다.


영국에서 지난 70년이 넘는 기간 동안 다섯 세대에 걸쳐 수만 명의 아이들의 출생부터의 삶을 추적하고 분석한 연구에 대한 책, 라이프 프로젝트 The Life Project.


특히 이중 유년기 시절의 각종 요인이 훗날 한 인간의 사회적 수준, 성격, 건강, 삶의 질 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음이 밝혀졌다. 이 연구는 출생 성분과 유년시절 경험이 사회적 안정 및 성공을 가져오는 중요한 변인이라 설명하는데, 이 책에 저자로 좋은 부모에 대해 말하기 위해 TED 스테이지에 선 헬렌 피어슨 Helen Pearson은 꼭 카리스마 넘치는 해리포터의 마법학교 선생님 같이 보였다.


작가이자, 세 아이의 엄마이며, 과학자, 저널리스트로 활동하고 있는 그녀는 멋있는 영국식 영어로 지구 상에 이렇게 엄청난 규모의 연구는 없었다고 자신하며 이 놀라운 연구의 비밀, 즉 인생의 진리를 한마디로 정의했다.


신중하게 부모를 골라라. Choose your parents very carefully.      


피식, 뭔가 허탈하게 웃게 만드는 영국식 유머. 하지만 그녀는 이 슬픈 진리를 다시 한번 강조했다. 충격적인 연구결과 중 하나로, 가난한 아이들이 부자의 자녀들과 비교해서 학문적 발달이 1년 가까이 뒤처진다는 내용이었다. 바로 3살 나이에. 3살부터 틈이 생기고, 교육 격차가 벌어진다니 정말 슬픈 현실이다.


그녀는 특히 한 인간의 삶을 결정하는데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 SES (socioeconomic status)를 말했는데, 사회적 지위란 다른 사람들에 의해 사회적으로 인정받는 정도를 말하며, 보통 그 사람의 직업, 교육 수준을 바탕으로 측정되고, 경제적 지위는 수입을 바탕으로 경제적인 능력을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이 연구는 부유한 상류층 가정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학업 성취도가 높고, 좋은 직업을 얻을 확률이 높다 말한다. 이 뿐 아니라 이들은 육체적,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날씬한 몸을 유지할 가능성이 큰 반면, 불우한 환경에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은 모든 면에서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았음을 밝혀냈다.


이는 1946년에 태어난 아이들이나 2000년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동일하게 해당된다는 것을 강조하기도 했다. 또한 경제적으로 불우한 아이는 노력을 하더라도 보통은 단기간의 성취에 불과하고, 중산층 이상 가정의 아이들에게 쉽게 따라 잡힌다는 것도 밝혀냈다.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은 부모들은 보통 자녀의 교육에 관심이 많고, 아이의 미래에 희망과 포부를 지니고 있었다. 이렇게 자녀교육에 대한 의지가 강한 부모는 가정에서 뿐 아니라 자녀의 학교에서의 교육에도 큰 관심과 열성을 보였으며, 그들의 자녀가 다니는 학교 자체도 학생의 교육에 관심이 많고 야심이 있어 한 인간의 성장에 시너지 효과를 내기에 충분했다. 좋은 부모가 좋은 학교의 질 좋은 교육으로 이어지는 것이었다.


또한 개인의 기질 차이도 있었는데, 개인이 성공에 대한 의지가 크고 열정과 야망을 가지고 노력하는 성향을 지녔는지의 여부도 훗날 성취자로 살아가는지에 대한 중요한 요소로 보였다. 그리고 이러한 성취자들은 일반적으로 부모의 이혼, 병든 부모, 아버지의 실업 등의 가족 문제를 비교적 덜 겪었다고 한다.


부모의 처지가 이렇게 자녀들에게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슬픈 진리. 하지만 그녀는 이 연구의 또 다른 놀라운 발견을 희망적으로 소개한다. 가난이나 사회계급으로 인한 불리함을 극복해 내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례들이 발견된 것이다. 그리고 그녀는 말했다.      


진짜 중요한 것은 부모이다. Parents really matter.      


결국은 또 부모인 것이다. 그녀는 연구를 통해 밝혀낸 희망적인 내용을 소개하기도 했는데, 가난이나 사회계급으로 인한 불리함을 극복해 내고 성공적인 삶을 사는 사례들이 보이자, 이를 연구하여 불리한 출발로 인한 약점의 극복 요소를 다음과 같이 소개했다. 


아이가 다섯 살까지 부모가 매일 책을 읽어주고, 열 살까지 부모가 자녀 교육에 큰 관심과 흥미를 보이면 서른 살이 되었을 때 그가 가난에 허덕이는 경우가 현저히 적다고 말이다.


자녀와 자주 대화하고, 그들의 학습과 미래에 관심을 가지며, 규칙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안정적인 가정환경을 만들어주는 것. 그리고 즐거움을 위한 독서를 권장하는 것.


어려서부터 읽기의 즐거움을 알고 다양한 책을 읽어온 아이들은 훗날 학교에서 높은 학업성취를 보이는데, 이는 읽기 과목뿐 아니라 수학과 같은 다른 과목도 해당되었다고 한다.






이 TED 강연 영상을 보고 자신감이 붙었다. '수십 년 동안 이루어진 이 엄청난 연구의 결과 치고는 사실할만하잖아' 싶었던 것 같다. 자만심이지만 그들의 발견과 내놓은 제안이, 내가 쓴 논문과 별반 다르지 않아 보였다. 부모의 중요성. 부모 역할의 중요성. 그리고 플러스 알파로 아이를 이중 언어자로 만들어주고 싶은 내 욕심까지.


나는 하루 많게는 11시간까지 강의를 뛰며 돈에 혈안이 되어있던 나를 내려놓고 내 아이의 교육에 All-in 하기로 다짐했다. 여기에서 올인이란 내 일을 다 접고 집에서 아이만 본다는 것은 아니었다. 아이를 교육기관에 보내더라도 커리큘럼을 중요하게 고려하고, 원장 선생님과 담임선생님의 대화를 통해 교육에 참여할 것. 또 아이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가정에서 아이가 언어능력을 기르고  바른 성품을 가지고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을 말한다.


엄마로서도, 아이에게 자랑스러울 수 있도록 절대 꿈을 잃지 않는, 꿈을 꾸는 엄마이길 다짐했다.


그렇게 30개월이 지났고, 지금 내 아들 션 Sean 은 내가 하는 대부분의 영어를 모두 알아들을 수 있고, 많은 영어 표현을 반복을 통해 습득해 나와 영어로 소통할 수 있다. 아이를 앉쳐놓고 ABC를 가르친 적 없다. 생활 속에서, 놀이를 통해 자연스럽게 반복적으로 익히게 한 생활로써의 영어였다. 물론 모국어이자 사용하는 주 언어는 한국어지만 일상에서 엄마가 사용한 영어의 힘은 참으로 컸다.


그리고 나는 태교, 가정환경, 가정에서의 영어, 책 읽기 습관, 말하기 습관 등을 엮어 집필했고, 스마트북스와 출간 계약을 맺게 되었다. 그리고 내 책은 곧 출간된다. 이 브런치의 에세이를 통해 내가 아이를 위해 했던 많은 일상에서의 노력들, 평범하면서 또 특별한 일상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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