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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느리 Feb 14. 2019

0세 영어, 유난 떠는 게 아니다!

쉽게, 반복적으로, 일상에서 시작하는 0세 영어

전에 영화를 보다 얼굴이 뜨끈해진 적이 있다. '챔피언'이라는 영화로, 팔씨름왕이 되고자 한국에 돌아온 입양아 역할로 마동석 씨가 출연한 영화인데, 거기에서 어떤 진상 엄마가 출연하기 때문이다. 버스정류장에서 자기 아들과 영어로 마동석 씨의 외모에 대해 비하를 하고, 마동석 씨가 자기 영어 알아듣는다고 하자 샐쭉 자리를 뜨는 모자. 엔딩크레딧에 '영어초딩 엄마' 쓰 배역. 그 씬을 보며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왜 꼭 진상에 유난 떠는 엄마는 영어를 쓰는, 혹은 자녀에게 영어를 가르치려고 안달 난 사람으로 그려지는 걸까?


나는 부모들이 가정에서 영어교육을 시작할 때 반드시 버려야 하는 생각 하나가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Elitism. 엘리트주의, 엘리트 의식이라고도 하는 단어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Elitism을 싫어한다. 상류층 고위층들이 매너가 없고 갑질을 한다는 편견에서 일 수도 있고, 그들이 이제껏 보여준 비도덕적이고 이기적인 이미지들 때문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많은 사람들은 영어능력을 Elitism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영어를 한다고 해서 잘 나가는 거 절대 아니다. 영어를 잘한다고 해서 이 사람이 대단한 것도 아니고, 영어를 잘하는 동양인 아이에게 와~하며 박수갈채를 보낼 필요도 없는, 영어는 굉장히 평범한, 한 언어일 뿐이다. 


글로벌 세계에서 영어의 중요성이 점점 더 강조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이렇게 두 가지를 연결해서 생각하고, 영어를 잘하는 것을 잘난 척하거나 으스댄다 생각하는 사람들은 자신들이 영어에 발목 잡혔거나, 혹은 부족한 영어실력으로 원하는 것을 이루지 못했던 자격지심 때문일 수도 있다.


영어, 그거 아무것도 아니다. 내가 못했으면 내 아이는 조금 더 쉽게 영어를 접하고 사용할 수 있도록 도와주면 되는 것이다. 우리, 이제는 영어교육을 편하게 당연하게 생각해야 한다. 내 아이에게 비싼 영어 사교육을 받으라는 것이 아니다.


가정에서, 부모의 노력으로 시작하는 쉽고 반복되는 일상에서의 영어를 이야기하는 것이니까.  




0-3세는 '프라임타임'


프라임타임이란 청취율이 높아서 광고비가 가장 비싼 황금시간대를 말한다. 많은 한국의 부모들은 이 프라임타임을 놓치고 있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의 부모들은 자녀교육에 큰 관심을 가지고 있지만 그런 관심은 보통 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거나 아이와 소통이 시작되는 3세 정도 나이부터 시작된다.


아이와 말이 통하니, 이제 영어 좀 가르쳐볼까? 이제 전집 좀 사들일까? 하는 것이다. 하지만 태어나서 3세까지의 시기가 아이에게는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이 많은 연구를 통해 밝혀지고 있다.


스캐몬 Scammon의 성장 곡선


이것은 뇌, 몸 그리고 성의 발달을 그래프로 그려놓은 것으로, 인간의 두뇌는 0-6세에 90% 정도 성장하고 12세가 되면 뇌 발달이 멈춘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0-3세 시기에 폭발적으로 발달하며 두뇌 성장의 황금기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아이가 조금 더 크면 책 많이 읽어줘야지’, ‘아이가 더 커야 어디 데리고 다니지’ 하는 것은 내 아이 두뇌 폭풍 성장의 기회를 차 버리는 것과 같다.


특히 0-3세에는 전체적인 뇌 발달 시기로써 하나의 특정한 지능만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지능이 골고루 발달할 수 있도록 부모가 최선을 다해 노력해야 하는 시기이다. 미국의 교육학자인 하워드 가드너 Howard Gardner는 다중지능 이론을 설명하며 8가지 지능에 대해 설명했는, 그는 다음과 같다. 


1) 언어지능

2) 논리수학 지능

3) 공간지능

4) 음악지능

5) 신체 협응 지능

6) 인간친화 지능

7) 자기 성찰 지능

8) 자연친화 지능


부모는 다양한 놀이 및 체험, 부모와의 안정적인 정서적 교감을 통해 아이가 스트레스 없는 환경에서 긍정적인 발달을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아이의 뇌를 연구한 Bright from the Start의 저자 Jill Stamm 은 생후 3년 동안의 시간이 뇌 발달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라고 강조한다. 이는 뇌의 사용 패턴이 바로 이 시기에 확립되기 때문인데, 인생 시작부터의 뇌 발달을 통해 아이는 앞으로 성장해가면서 사용할 지식의 창고를 넓혀 나가는 것이다. 


생후 몇 년 동안 이루어지는 뇌의 성장은 한 인간이 매 순간 일어나서 잠드는 순간까지 보고 듣고 경험한 모든 것을 통해 또 신체활동을 통해 이루어지며, 빠른 속도로 뻗어나간다. 아이는 매 순간, 그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모든 상황과 환경의 변화 그리고 자신의 옆에 있는 누군가와의 소통을 통해 뇌를 성장시키는 것이다.      


특히 언어영역이 중요하게 여겨지는데, 언어는 대게 수용하는 능력과 표현하는 능력으로 나누어지고, 우리의 뇌는 수용을 담당하는 베르니케 영역, 표현을 담당하는 브로카 영역으로 나뉘어있다. 일반적으로 베르니케 영역은 2세 전후에 발달, 브로카 영역은 6세 무렵 발달이 완료되는데, 모국어든 외국어든 2세 미만 아이들은 모든 언어를 베르니케 영역에서 처리하게 되는 것이다.


즉, 우리가 어른이 되어 언어를 배우는 것과는 다르게 아이가 언어를 습득해가는 과정은 소리를 통해 시작되는데, 수많은 단어와 문장 속에서 패턴을 찾아내고, 소리의 음소를 구분하며 언어를 이해하고, 그 후에 표현하는 연습을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수용능력과 뛰어난 이해, 분석 능력으로 어른들보다 지능적으로 훨씬 뒤처지는 아이들이 폭발적인 언어발달을 이룰 수 있는 것이다. 이 시기에 모국어와 외국어에 규칙적으로 노출된 아이들은, 각 언어의 소리와 패턴을 구분하여 이해할 수 있게 되고 나아가 두 가지 언어를 각각 발화할 수 있게 된다. 언어가 공부를 통해 이루어지는 어려운 학습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습득되는 마법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물론 엄마의 한 두 마디 생활영어로 인해 내 아이의 영어 마법이 짠 하고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아이에게 가정에서 영어를 교육하는 과정에서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또 좌절도 겪을 것이다.


하지만, 대한민국의 공교육은 더 이상 평등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초등학교 1, 2학년을 대상으로 하던 영어 방과 후 수업이 폐지되었고, 수많은 부모들은 영어 사교육의 홍수 속에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선행학습을 하지 말라며 질 좋고 가성비 좋게 여겨지던 방과 후 수업을 폐지했다고, 부모들이 영어교육을 멈출까?


내 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 공식적인 영어수업을 처음 맞닥뜨리고, 옆에서 솰라솰라 거리는 다른 친구들을 보며 자신감을 잃지 않도록, 우리 부모는 내 아이가 영어와 친구가 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0세이다. Good morning과 같은 인사도, I love you라는 사랑표현도 0세 아이들에게는 전혀 어렵지 않기 때문이다.






사실, 뇌 어쩌고 하는 것을 나는 경멸하곤 했다. 보통 아이의 뇌가 이렇다 저렇다 하는 것은 저명한 과학자들보다 사설 영어학원의 원장들이 많이 하는 말로 여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수많은 연구가 증명해냈듯, 이렇게 영아기, 부모들이 교육에 큰 관심을 가지지 않는 0세에서 3세까지의 시기가 뇌 발달과 언어 습득에 있어 이토록 중요하다면 과연 나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까, 엄마로서 내 역할은 무엇일까 하는 고민에 빠지게 되었고, 나는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이 시기를 후회 없이 보내자는 생각으로 자녀 교육에 올인하는 엄마가 된다.


사실, 아직 어린 내 아이에게 내가 해주는 것들을 '교육'이라 칭하고 싶지는 않다. 요즘 많은 엄마들이 영어를 대함에 있어 '엄마표 교육'이란 굴레에 빠져서 채소와 관련된 영어동요 하나만 불러도 그림을 그리고, 채소를 씻고, 요리하고, 뜯고 맛보는 말 그대로 체험을 시키는 '엄마표'에 집착을 하는데, 나는 그냥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묻어나는 교육을 하고 싶었다.


'잘 봐! 이것은 Apple 이야, Apple 해봐 Apple!' 하는 학습으로써의 영어가 아니라 매일 일상에서 듣게 되다 익숙해지는 생활로써의 영어 말이다.


이 에세이를 통해 내가 아이의 자연스러운 영어 습득을 위해 걸어온 길, 가끔은 구두굽만 닳듯 제자리걸음을 하기도 했지만 흰 눈이 쌓인 길 위에 찍힌 선명한 발자국처럼 효과적이던, 실패했던, 엄마로서 느낀 좌절, 성취감, 아픔 그리고 이 모든 것을 포용해 내는 사랑에 대한 자취를 적어보려 한다.


지금 30개월이 된 아들과 걸었던 길이 초보 엄마가 시행착오를 겪으며 아이와 함께 성장해가던 혹독한 눈길이라면, 앞으로 우리 앞에 펼쳐질 길은 예쁜 봄날의 꽃길이길 바라며 우리가 남긴 추억들을 하나씩 떠올려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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