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de out의 빙봉 같은 친구
과거부터 어린아이들이나 어른들의 상상 속의 친구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어 왔고 이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경우가 주를 이루었다.
상상 속의 친구를 통해 아직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세상을 먼저 탐험하고, 상상력을 키우거나, 상상 속 친구와의 소통을 통해 사회성을 기르는 연습을 한다는 것이었는데 이는 교육심리학자 비고츠키의 심리발달이론의 영향을 받기도 했다.
비고츠키는 아동은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영향을 받으며 성장하고 심리적 인지적 발달을 하는 사회적 존재로 보았는데, 많은 연구가들은 상상 속의 친구와의 상호작용 연습을 통해 아동이 실제 상황에 대비하고 사회성을 발달시킬 수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어린아이들이 마음껏 놀고 상상하는 것의 중요성이 강조되던 20세기 중반의 연구는 아이들이 상상 속 친구를 만드는 것을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보곤 했다.
2015년에 개봉한 영화 인사이드 아웃 에는 주인공 라일리의 상상 속의 친구인 빙봉이 등장한다.
주인공 라일리가 성장하는 과정 속에서 기쁨이와 함께 망각의 절벽에 빠진 빙봉은 자기 자신을 희생하며 “Take her to the moon for me”라는 말을 남기며 소멸된다. 어릴 적 꼭 달나라에 가자고 했던 약속을 지키려는 듯, 망각의 절벽을 벗어나지 못한 빙봉은 라일리에게서 영영 잊혀 버리고 만다.
많은 관객들이 이 부분에서 눈물을 훔쳤던 이유는 우리 모두가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상상 속 친구가 있었고, 어느샌가 사라져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일 것이다.
행복했던 어린 시절의 동심, 알록달록 상상력을 키워나가던 우리들이 어른이 되어 바쁜 일상을 살고, 이제는 더 이상 빙봉과 같은 친구를 만들어 낼 수도 또 기억해낼 수도 없다는 묵직한 감정을 느끼며 다시 현실을 살아가기 때문일 것이다.
아이에게 영어로 말을 거는 사람이 엄마 혼자뿐이라면 아이는 영어의 중요성을 덜 느낄 수 있다.
하지만 아이가 제일 좋아하는 인형 친구가 항상 영어로 말을 걸어온다면?
실체는 보이지 않아도, 아이의 친구라고 주장하는 친근한 목소리가 종종 말을 걸어온다면?
아이는 영어에 더 귀를 기울이고 더 큰 관심을 가지게 될 수 있다.
아들 션은 Sophia라는 이름의 상상의 친구가 있다. 소피아는 프랑스에서 온 소녀인데, 션이 유럽에서 6개월 살기 중 심심할 때마다 불러서 대화를 하던 친구이다. (물론 소피아 목소리의 주인공은 엄마)
아이는 엄마에게 말하고 싶지 않은 속마음을 소피아에게는 털어놨다.
Sophia: Sean, why are you sad? (션이 왜 슬퍼?)
Sean: 유치원 가기 싫어서.
Sophia: Why don't you talk about it to mom? (엄마에게 말해보는 건 어때?)
Sean: 엄마가 슬퍼할걸.
Sophia: I don't think so. You know she loves you. (아닐걸. 엄마가 너 사랑하는 거 알잖아)
소피아는 영어를 쓰는 소녀라 자신도 영어를 잘해야 나중에 소피아를 만나 친구가 될 수 있다며, 더욱 영어에 관심을 갖는 아이였다.
아들 션의 가장 친한 인형 친구는 Noah라는 이름의 작은 강아지. 노아도 영어를 사용하는 친구이다. 노아가 하는 말들은 굉장히 단순하다.
아침에 일어나도 노아를 찾고 자기 전에도 노아를 자기 옆에 눕히는 션은, “노아 말해봐!” 하며 노아가 자신에게 계속 말을 걸어주길 바랐다. 덕분에 엄마인 내가 목소리를 바꿔서 노아 인 듯 아이에게 말을 한다.
Slept well? (잘 잤어?)
Do you want to drink water? (물 마시고 싶어?)
How about playing in Sean room? (션 방에서 놀까?)
Let’s play with blocks. (블록 놀이하자.)
Let’s play the piano. (션 피아노 치자.)
노아는 션이 제안하는 거에 리액션도 항상 영어로 한다.
That’s great. (좋아!)
I’m sleepy. (나는 졸려.)
It’s very dark outside. (밖은 너무 어두워.)
I’m hungry too. (나도 배고파.)
Sean is awesome! (션 최고야!)
노아는 항상 션의 편이 되어주고 션과 함께 놀아주는 가장 좋은 친구이다.
한 번은 자기 전 노아와 함께 누워서 노아 발을 간질이라고 하는데, 몇 번 노아 발을 간질이고는 노아가 간지러워하며 깔깔 웃는 모습을 즐거워했다. 그런데 간질이는 역할과 자지러지게 웃는 노아의 역할 두 가지를 다 해야 하는 것은 바로 엄마였던 내 몫.
한 열 번을 하니 목도 아프고 힘들어서 이제 노아 너무 피곤하다고 하고는 모두 함께 코 자는데, 아이가 꿈에서도 노아 발 간질여봐! 하며 잠꼬대를 하는 것을 보고 웃지 않을 수 없었다. 짜식. 노아랑 노는게 그렇게 좋았나보다.
아이들은 친구와 함께 성장한다. 하지만 유아들은 친구들과 잘 어울려 놀지를 못한다. 아직 함께 노는 법을 모르기도 할뿐더러, 서로 양보를 하고 배려하며 놀기보다는 자기 장난감에 욕심을 부리거나 뺏고 빼앗는 경우가 많다.
물론 이런 과정 모두 겪으며 성장해야 하는 아이들이지만, 집에서는 무언가 뺏기거나 빼앗아야 하는 긴장감 없이 아주 편한 마음으로 놀 수 있는 친구가 있는 것도 좋다.
물론 엄마나 아빠가 제대로 목소리 연기를 해야겠지만. 그리고 그 친구가 영어를 사용한다면, 우리 아이도 영어에 더 친근함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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