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y UltimateBlue Dec 27. 2021
나는 고양이를 키운다.
사실 나는 고양이를 키우고 싶지 않았다. 누군가를 책임진다는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돌봐야 한다는 말이다. 그리고 집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10년이었다. 책임이라는 것은 땅에서 갑자기 솟아나는 게 아니었다.
하지만 가족 구성원 중 한 명이 말도 안 하고 고작 일 개월 된 아기 고양이를 데려왔다. 갑작스러운 결정의 이유는 오직 외로움 때문이었다. 사람들은 생명을 외로움이라는 이유로 키운다.
고양이는 집에 금방 적응해나갔다. 자기가 제일 좋아하는 사람, 제일 싫어하는 행동, 가장 좋아하는 간식도 조금씩 찾아 나갔다.
고양이는 아빠를 제일 좋아한다. 항상 아빠의 방에서 머물러 있고 (밥 먹을 때 빼면) 아빠의 품 안에서 잠을 청한다. 고양이는 정말로 아빠를 좋아한다.
하지만 정말 고양이는 아빠를 좋아하는 걸까? 고양이는 생후 일 개월째에 제 어미와 생이별했다. 누가 고양이 모녀를 떨어뜨려 놨을까? 우리가 그렇게 만들었다. 외롭다는 이유의 이기심이었다.
고양이는 애초에 선택지가 없었다. 아빠는 사료를 주고, 화장실을 치우고, 놀아준다. 가끔 사람이 먹던 고기를 뜯어주고, 남은 밥을 먹게 놔둔다. 고양이는 아빠를 사랑하지 않고서는 우리 집에서 살아갈 수 없는 것이다. 고양이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
고양이가 만약 바퀴벌레였다면 아빠는 고양이를 사랑했을까? 아니다. 확신할 수 있다. 나는 토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며 고양이를 잔인하게 밟아 죽였을 것이다. 똑같은 목숨인데 유명을 달리하는 이유는 오직 외모 때문이다.
아빠는 귀여운 고양이를 조건적으로 사랑하고 고양이는 먹이를 주는 아빠를 조건적으로 사랑하는 것이다.
이쯤이면 반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고양이는 주인의 목숨을 구하고 다른 고양이는 무려 플로리다에서 뉴욕까지 (과장을 덧붙여서) 건너와서 다시 자신의 스윗 스윗 홈으로 돌아온다. 그렇다면 고양이는 집사를 그 자체로 사랑하는 게 아닌가?
아니다. 고양이는 집사를 온전히 사랑하지 않는다. 고양이는 그저 한평생의 기억에 대한 믿음이 정신에 굳게 각인되었을 뿐이다. 집사한테 돌아간다면 맛있는 밥과 따뜻한 잠자리가 기다리고 있을 것이라고. 생후 한 달부터 평생 주입되어 온 유일한 확신이다.
또 어떤 사람은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양이 입장에서는 먹이고 재워주는데 이득인 거 아닌가? 요즘은 고양이가 나보다 팔자가 좋다.” 진화론적인 관점에서 본다면 이렇게 주장할 수도 있을 것이다. “고양이는 인간과 공생하면서 개체 수가 급격하게 늘었다. 자손을 많이 남기는 것은 종의 본능이다. 그러므로 인간 곁에 머문다면 그들에게는 이득이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고양이에 대한 단편적인 면이 없지 않아 있다. 모든 인간을 하나의 무리로 본다면 애를 수두룩하게 낳는 중동인 이나 학업에 집착하는 아시아인들이 가장 성공한 무리일 것이다. 하지만 중동 사람들은 가난과 불평등에 시달리고, 동아시아인 들은 과거에 폭발적인 경제 성장을 겪었음에도 무리한 경쟁으로 인해 심각한 정신 질환에 시달린다. 학자들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시선으로 파악하는 것처럼, 사람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고양이도 그렇다.
고양이를 하나의 개체로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인간에게 키워지고 싶은지 우리는 고양이의 의견을 묻지 않는다. 길거리보다는 당연히 집이 좋을 것이라는 건 사람의 독자적인 관점이고 해석일 뿐, 고양이의 의사 표현이 되지 않는다. 고양이는 길거리에서 암고양이를 거느리며 세력 싸움을 하고 싶을 수도 있고 아이를 낳고 싶을 수도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고양이의 가능성을 제한한다. 어미에게서 아기를 빼앗고 중성화를 시킨다. 발정기 때 암컷은 고통을 겪는다거나 길고양이의 수명이 짧다는 것은 변명이 되지 않는다. 맥길 고통 지수 차트 (Mcgill Pain Index Chart)에 따르면 출산의 고통은 인간이 겪을 수 있는 고통 중에 3위를 차지한다. 그런데도 사람들은 아이를 낳는다. 후손을 위해서라면 고통은 견뎌낼 수 있는 사람들이 있다. 고양이도 그렇다.
그렇게 사람들은 고양이의 행동을 자기 입맛대로 해석한다. 요즘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꼬리를 흔들면 좋은 거라니, 가만히 앉아있으면 몸이 아픈 거라니 하고 말이다.
이 포스트는 사람을 비난하기 위해서 쓰이지 않았다. 그저 인간 중심적 사고와 오만을 다른 시각에서 관찰한 것뿐이다. 그저 겉모습뿐이더래도, 나는 고양이를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