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 https://brunch.co.kr/@lilyofthevalley/115
각 해설의 아래에 [상식], [언어이해], [작업기억], [논리적 비약] 이라는 태그가 달려 있습니다.
[상식] 태그의 오류를 잡아내지 못 했다면, 기초 인문학 지식을 조금 쌓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배경지식이 늘어나면 독해의 속도를 높여줍니다.
[언어이해] 태그의 오류를 잡아내지 못 했다면, 글을 너무 문자 그대로만 읽는 습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장 사이의 행간과 뉘앙스를 파악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작업기억] 태그의 오류를 잡아내지 못 했다면, 앞의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긴 글을 읽을 때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연도에 신경을 써서 읽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논리적 비약] 태그의 오류를 잡아내지 못 했다면, 당신은 가짜 뉴스나 과장된 광고에 쉽게 속아넘어갈 만큼 비판적 사고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글의 흐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세요.
경이로움보다는 안도에 가까웠습니다
[언어이해] 바로 뒷문장이 "이러한 두려움은..."으로 이어집니다. 앞뒤 문맥의 논리적 연결을 파악하지 못하면 '안도'라는 긍정적 단어에 속아 넘어갈 수 있습니다.
기원후 15세기 그리스의 역사가
[상식] 투키디데스는 고대 그리스의 역사가입니다. 15세기는 르네상스 시기이므로 시대적 배경이 전혀 맞지 않습니다.
코끼리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작업기억] 이 문단에서 언급된 인물들은 아직 고대인들을 이야기하는 중입니다. 그들은 뼈의 정체가 코끼리임을 몰랐고 거인이라고 믿고 있었습니다. 앞 문장의 주어(거인/키클로페스)를 기억하고 있는지 묻는 문제입니다.
코가 연결되는 콧구멍, 즉 항문
[상식] 해부학적으로 얼굴의 코가 항문과 연결될 수는 없습니다. 글을 집중해서 읽지 않으면 전문 용어처럼 보이는 문장 구조에 속아 넘어갈 수 있는 함정입니다.
이러한 오해가 수년간 지속
[작업기억] 앞서 기원전(BC) 5세기부터 17세기까지의 사례를 나열했습니다. 이 기간은 고작 수년이 아니라 수천 년입니다. 시간적 규모에 대한 감각을 유지해야 합니다.
그 주위를 돌며 침을 뱉기도 했습니다
[논리적 비약] 성인의 유해라고 믿었다면 숭배의 대상입니다. 침을 뱉는 모욕적인 행위는 논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습니다.
전설 속 와이번의 뼈라고
[작업기억] 바로 앞 문장에서 용의 조각상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해당 시대 사람들은 이를 용으로 인식했습니다. 와이번은 판타지적 지식이 개입된 오답으로, 앞서 제시된 단어(용)를 놓치지 않았는지 테스트합니다.
그 용의 원한을 빌어 남을 저주하는데
[논리적 비약] 바로 앞 문장에서 중국인들은 용을 길한 존재(행운의 상징)로 여겼다고 했습니다. 길한 존재에게 저주를 비는 것은 인과관계상 모순입니다.
땅으로 승천하지 못한 용이라고
[언어이해] 승천(昇天)이라는 단어 자체에 하늘(天)로 오른다(昇)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땅으로 승천은 뜨거운 얼음처럼 성립할 수 없는 모순된 형용입니다. 어휘의 정확한 정의를 묻는 문제입니다.
화석이라는 허상과 인간의 상상력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실체
[언어이해] 논리 관계가 완전히 뒤바뀐 문장입니다. 화석은 물리적으로 존재하는 뼈이므로 실체이고, 상상으로 만들어낸 괴물이 존재하지 않는 허상입니다. 독자가 문장을 끝까지 꼼꼼히 읽고 인과관계를 따져야만 찾을 수 있는 함정입니다.
화석, 두려움이 빚어낸 상상의 괴물들
대형 척추동물의 뼈 화석이 발견되었을 때, 고대인들이 느꼈던 감정은 경이로움보다는 공포에 가까웠습니다. 이러한 두려움은 곧 괴물과 거인이라는 신화적 존재를 만들어내는 씨앗이 되었습니다. 약 5,000년 전 시칠리아섬 에트나 화산 기슭의 동굴에서 아카이아인 선원들이 겪었던 일이 대표적입니다. 그들은 사람의 것과 흡사하지만 엄청나게 거대한 뼈를 발견하고 공포에 떨었습니다. 특히 이마 한가운데에 커다란 구멍이 뚫린 거대한 두개골은 그들에게 외눈박이 괴물, 즉 '키클로페스'의 존재를 확신하게 했습니다.
이 전설은 세대를 거쳐 구전되었고, 기원전 5세기 그리스의 역사가 투키디데스는 에트나 화산 동굴을 키클로페스의 나라로 단정 짓기도 했습니다. 아그리젠토의 학자 엠페도클레스 역시 이에 동의했으나, 호메로스는 그 위치를 나폴리 근처로 묘사하는 등 차이는 있었지만, 거인의 존재 자체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습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이 밝혀낸 진실은 이 거대한 뼈의 주인이 신화 속 괴물이 아닌, 약 150만 년 전 지중해에 서식했던 소형 코끼리였다는 것입니다. 고대인들이 외눈박이의 눈구멍이라고 착각했던 부위는 사실 코끼리의 긴 코가 연결되는 콧구멍, 즉 비강이었습니다. 사람을 잡아먹는 식인 거인의 정체는 온순한 채식주의자였던 셈입니다.
유럽 전역에서는 이러한 오해가 수천 년간 지속되었습니다. 1세기에 플루타르크는 사모스섬의 뼈를 아마존 여전사의 것으로 추측했고, 중세와 르네상스 시기에는 거인의 전설이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졌습니다. 17세기에 발견된 뼈들은 킴브리의 왕이나 서고트의 왕 알라릭의 유해로 포장되어 유럽인들에게 묘한 위안을 주기도 했습니다. 종교적 해석도 분분했습니다. 스위스 루체른에서는 발견된 뼈를 두고 천사의 뼈인지 거인의 뼈인지 논쟁하다가 거인의 뼈로 합의하고 시청탑에 그림을 남기기도 했으며, 독일 슈베비슈 홀에서는 매머드의 어금니에 "나는 누구일까요?"라는 문구를 붙여 전시하기도 했습니다. 심지어 발렌시아나 뮌헨 사람들은 매머드와 코끼리의 화석을 성 크리스토퍼의 유물로 숭배했고, 베사라비아 사람들은 코뿔소의 뼈를 성인의 유해로 믿고 그 주위를 돌며 춤을 추기도 했습니다.
전설 속의 동물인 '용' 역시 이러한 화석의 오독에서 비롯된 경우가 많았습니다. 오스트리아 클라겐푸르트 광장에는 용의 조각상이 서 있는데, 이는 1335년에 발견된 털코뿔소의 두개골을 모델로 제작된 것입니다. 당시 사람들은 이를 전설 속 용의 뼈라고 믿었고, 20세기 고생물학자 오테니오 아벨은 이를 두고 고생물학적 복원 작업의 시초라고 평하기도 했습니다. 또한, 17세기 독일 학술지에 실린 용의 뼈 발견 기록은 훗날 곰의 뼈였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동양과 다른 문화권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나타났습니다. 유럽과 달리 용을 길한 존재로 여겼던 중국인들은 거대한 뼈 화석을 보고 하늘로 승천하지 못한 용이라고 생각하여, 이를 통해 비를 기원했습니다. 반면 시베리아에서는 매머드의 해골을 보고 지하에 사는 거대한 쥐를 상상해 냈습니다. 그들은 이 거대 쥐가 땅속을 다닐 때 지진이 일어나며, 햇빛을 보면 죽는다고 믿었습니다. 다윈은 남아프리카에서도 이와 유사한 전설을 발견했습니다. 유니콘 전설 또한 멸종한 대형 포유류나 코뿔소의 화석에서 기원했을 가능성이 큽니다. 결국, 인류 역사 속의 수많은 괴물은 화석이라는 실체와 인간의 상상력이 결합하여 만들어진 허상이었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