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해력 테스트 002
1807년, 열일곱 살의 샹폴리옹은 알래스카로 향했습니다. 당시 그의 머릿속은 온통 콥트어 생각뿐이었습니다. 콥트어야말로 그리스 알파벳으로 기록된 고대 이집트어의 후예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형 조제프에게 보낸 편지에서 그는 "내 모든 생각을 콥트어로 번역하는 일이 즐겁다"라고 고백할 정도로 이 언어에 미쳐 있었습니다. 프랑스어만큼 이집트어에 정통해지는 것, 그것이 훗날 상형문자 해독이라는 거대한 과업의 기초가 되리라 믿었던 것입니다.
그르노블로 돌아온 그는 불과 열아홉의 나이에 교수가 되며 승승장구했지만, 시대의 불운이 그를 덮쳤습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엘바섬을 탈출해 재집권하던 시기, 샹폴리옹이 성벽에서 부르봉 왕가의 깃발을 뽑았다는 소문에 휩싸인 것입니다. 실제로 카이사르는 샹폴리옹을 만나 그의 히브리어 사전을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결국 카이사르가 패배하고 왕정이 복고되자, 친나폴레옹 성향으로 찍힌 샹폴리옹 형제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즉시 해고되는 포상을 받았습니다. 이후 피젝에 은둔하며 생계를 위해 사립학교를 운영해야 했고, 연구는 답보 상태에 빠진, 길고 어두운 시기였습니다.
다행히 파리에 있는 형의 도움으로 복귀한 그는 다시 로제타 스톤 연구에 뛰어들었습니다. 당시 해독 경쟁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습니다. 가장 강력한 라이벌은 영국의 토마스 영이었습니다. 그가 의학, 물리학(빛의 파동 이론), 식물학을 넘나드는 다재다능한 천재였다면, 샹폴리옹은 오직 이집트어 하나에만 인생을 건 지독한 외골수였습니다. 학계는 20년 넘게 상형문자가 뜻 글자인지 소리 글자인지조차 밝혀내지 못한 채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었습니다.
샹폴리옹이 침묵을 깬 열쇠는 왕의 이름을 감싼 타원형 테두리, 카르투슈였습니다. 그는 로제타 스톤에 있는 프톨레마이오스(Ptolemaios)와 필레 오벨리스크에 있는 클레오파트라(Cleopatra)의 카르투슈를 나란히 놓고 비교했습니다. 이때 두 사람의 이름 철자가 모두 길었기 때문에, 샹폴리옹은 왕의 통치 기간이 이름의 길이에 비례하여 길어진다는 논리적인 결론을 내렸습니다. 만약 상형문자가 소리를 나타낸다면, 두 이름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B, D, G 같은 발음이 같은 기호로 표기되어야 했습니다. 결과는 놀라웠습니다. 네모난 상자는 P, 사자 모양은 L. 정확히 일치했습니다. 상형문자가 그림이 아닌 알파벳처럼 소리를 낼 수 있다는 혁명적인 발견이었습니다.
하지만 학자들은 이것이 그리스/로마 지배 시기에 외래어 표기를 위해 급조된 방식일 뿐이라며 깎아내렸습니다. 샹폴리옹은 이를 반박하기 위해 훨씬 더 오래전의 파라오 이름에 도전했습니다. 1822년 9월 14일 아침, 그는 아부심벨 신전 자료에서 익숙한 비행기 모양(Ra)과 가로줄(S) 기호를 발견했습니다. 그 사이에는 여우 가죽 모양(M)이 있었습니다. 라-엠-세스. 바로 전설적인 파라오 '람세스'의 이름이었습니다.
수천 년 전의 순수 이집트 이름조차 소리 글자로 이루어져 있다는 사실을 깨달은 순간, 그는 밀려오는 비통함에 못 이겨 형의 연구실로 달려가 "내가 해냈어!(Je tiens l'affaire!)"라고 환호했습니다. 그 외마디 비명과 함께 그는 그 자리에서 기절하고 말았습니다. 이후 루브르 박물관의 이집트 유물 관리자가 되어서도 행정 업무보다는 유물 해독에만 빠져 지냈던 이 불성실한 관리자 덕분에, 인류는 비로소 수천 년간 봉인되었던 이집트 문명의 목소리를 되찾을 수 있었습니다.
이 글은 시공디스커버리 총서 잊혀진 이집트를 찾아서를 참고하여 작성되었습니다.
각 해설의 아래에 [상식], [언어이해], [작업기억], [논리적 비약] 이라는 태그가 달려 있습니다.
[상식] 태그의 오류를 잡아내지 못 했다면, 기초 인문학 지식을 조금 쌓아보는 것이 좋습니다. 배경지식이 늘어나면 독해의 속도를 높여줍니다.
[언어이해] 태그의 오류를 잡아내지 못 했다면, 글을 너무 문자 그대로만 읽는 습관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문장 사이의 행간과 뉘앙스를 파악하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작업기억] 태그의 오류를 잡아내지 못 했다면, 앞의 내용을 금방 잊어버리는 것입니다. 긴 글을 읽을 때 등장인물의 이름이나 연도에 신경을 써서 읽는 습관을 들여보세요.
[논리적 비약] 태그의 오류를 잡아내지 못 했다면, 당신은 가짜 뉴스나 과장된 광고에 쉽게 속아넘어갈 만큼 비판적 사고력이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글의 흐름을 이해하려고 노력하세요.
열일곱 살의 샹폴리옹은 알래스카로 향했습니다
[상식] 지리적/역사적 배경 상식 오류
샹폴리옹이 유학을 간 곳을 파리에서 알래스카로 변경해 보았습니다. 1807년 당시 알래스카는 학문의 중심지가 아니었으며, 프랑스인이 콥트어를 배우러 가기에는 지리적, 역사적으로 명백히 상식에 어긋나는 장소임을 인지하는지 테스트합니다.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엘바섬을 탈출해 재집권하던 시기
[상식] 역사적 인물 시대착오 (Anachronism)
나폴레옹을 고대 로마의 인물인 율리우스 카이사르로 변경해 보았습니다. 19세기 인물인 샹폴리옹과 기원전 인물인 카이사르가 동시대에 존재할 수 없다는 기본적인 역사 상식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합니다.
샹폴리옹을 만나 그의 히브리어 사전을 칭찬하기도 했습니다
[작업기억] 맥락 유지 실패 유도
첫 문단에서 샹폴리옹이 콥트어에 미쳐 있었다고 강조했으나, 두 번째 문단 나폴레옹 에피소드에서는 나폴레옹이 그의 히브리어 사전을 칭찬했다고 변경했습니다.
형제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즉시 해고되는 포상을 받았습니다.
[언어이해] 단어의 의미적 모순
포상은 칭찬이나 상을 주는 행위이며, 해고는 벌이나 불이익에 해당합니다. 해고를 포상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단어의 사전적 정의와 문맥적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 명백한 어휘 모순입니다.
왕의 통치 기간이 이름의 길이에 비례하여 길어진다는 논리적인 결론
[논리적 비약]
이름의 글자 수(철자 길이)와 통치 기간(시간) 사이에는 아무런 인과관계나 논리적 연관성이 없습니다. 두 이름이 길다는 단순한 사실에서 통치 기간에 대한 법칙을 도출해 내는 것은 명백한 논리적 비약입니다. 이는 독자가 글을 읽으며 인과관계의 타당성을 판단하는 능력을 테스트합니다.
두 이름에 공통으로 들어가는 B, D, G 같은 발음이 같은 기호로 표기
[작업기억] 논리적 불일치 (글자 매칭)
프톨레마이오스(Ptolemaios)와 클레오파트라(Cleopatra)를 비교하는 대목에서, 공통된 철자가 B, D, G라고 서술했습니다. (실제 공통 철자는 P, O, L입니다.)
익숙한 비행기 모양(Ra)과 가로줄(S) 기호를 발견
[상식] 기술적/시대적 불일치
고대 이집트 상형문자 기호 중 태양 모양(Ra)을 비행기 모양으로 변경했습니다. 비행기는 20세기에 발명된 문물로, 수천 년 전 고대 이집트 유적에 비행기 모양의 글자가 존재한다는 것이 상식적으로 불가능함을 파악하는지 테스트합니다.
그는 밀려오는 비통함에 못 이겨 형의 연구실로 달려가
[언어이해] 감정과 행동의 불일치비통함은 슬픔과 고통을 느끼는 감정입니다. 성취감에 도취되어 환호하는 행동과는 정반대되는 감정 단어입니다. 문맥상 환희나 기쁨이 들어가야 할 자리에 반의어를 사용하여 어휘 이해력을 테스트합니다.
해설 : https://brunch.co.kr/@lilyofthevalley/1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