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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Jan 27. 2023

여름이었다

뜨겁고 치열한


작년 하반기에 열심히 찍었던 필름카메라를 해가 바뀌고 인화를 했다. 주로 여름 가을 사진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사진을 찍던 8월 말의 금요일을 기억한다. Financial accounting 시험에 떨어지고 아무런 표정과 감정과 말없이 내가 가장 좋아하던 서머셋 하우스로 향했다. 당연히 기쁠리는 없었고 의외로 슬프지도 않은 마음으로 가만히 풍경을 바라보고 있었다. 때마침 사진 촬영 일정이 있어서 센트럴로 나오는 남자친구와 잠깐 캐치업을 하기도 했다. 


실패는 시간이 흐를수록 마음이 쓰라렸다. '조금만 더 열심히 할 걸' 하는 의미 없는 뒤늦은 후회는 멈출 줄을 몰랐다. 두 달 반 후에 시험을 다시 치고 합격했는데 분명히 이전과는 다르게 공부했다. 그 이후에 나는 어떻게 스케줄을 관리하고 공부하면 시험에 합격하고 불합격하는지를 완벽하게 깨달은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은 왜 이렇게 배움이 없는 건지. 요즘 나는 다음 시험을 앞두고 좀처럼 집중하기 못하고 마음이 왔다 갔다 하고 있다. 한동안 관심 없던 여행도 자꾸만 가고 싶어지고, 진로 자체를 여행 인플루언서로 바꾸면 안 될까 하는 꽤나 농담 반 진담 반의 마음도 자꾸만 불쑥 튀어나온다. 공부에 집중하기 위해서라면 단조로운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 가장 중요한 줄 알면서 말이다. 아무래도 자꾸만 시험을 앞둔 이 현실을 도피하고 싶고, 어딘가로 도망가고 싶은 회피하고 싶은 마음이 큰 것 같다.


돌이켜보면 작년 여름은 정말 뜨겁고 치열한 여름이었다. 8월 시험을 앞두고 7월에 심하게 감기가 걸려서 고생한 기억도 생생하게 난다. 치열하게 살아낸 작년의 그 시간과 경험들이 필름 카메라 속에 가득 담겨있었다. 


올해는 또 어떠한 치열한 삶들이 나를 기다리고 있을까. 두려움보다는 부딪힐 수 있는 힘을, 걱정보다는 희망을, 나 자신보다는 하나님을 더 의지하는 한 해가 되기를 간절히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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