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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Feb 10. 2023

I'm fine, thank you. And you?

가짜 이웃 사랑


브런치에 글을 쓰지 않은지 일주일 정도 시간이 지났다. 요즘 독립서점에서 하는 하루 10분 글쓰기를 하고 있는데 매일 글 쓰는 것이 생각보다 쉽지 않은 일이었구나 생각했다. 한 때는 매일같이 글을 쓰던 시절도 있었다. 때는 바야흐로 2018년 3월, 처음 영국 워킹홀리데이의 왔을 때의 시절이다.


영국에서 처음 생활을 시작하며 단조로운 일상 속에서도 꽤 크고 작은 에피소드들이 많았다. 그리고 그때는 여행자의 시각으로 공원 한 군데만 가도 흥미로운 이야기들이 샘솟았을 시절이다. 게다가 영국에서 친구들도 많이 없었기에 혼자 글을 쓰면서 약간의 해방감을 느끼기도 했다. 블로그에는 늘 재밌는 일들, 분위기 있는 카페, 런던 풍경 사진을 많이 올렸다. 부럽다는 한국에 있는 친구의 이야기에 사실을 내가 오늘 얼마나 힘든 하루를 보냈는지 이야기했다. 마켓에서 아침 8시부터 주얼리 스톨 세팅을 하고 영하 추위에 오들오들 떨면서 5시간 내내 밖에 서서 아르바이트한 이야기를 했다. 친구는 안쓰러워하며 걱정했다. 2018년 3월이었다.


이번주에 누군가 잠깐 전화가 오셨는데 내가 요즘 인간관계에서 겪고 있는 고민에 대해 말씀드렸다. 지혜로운 조언을 해주시고, 오히려 나는 잘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하셨다. 인스타에서 보는 너는 잘 지내고 있는 것 같지만 실제로 너의 삶은 어떠하냐고. 나는 아주 잘 지내고 있고 요즘 회복 탄력성이 많이 좋아진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따듯한 마음으로 통화를 마쳤다. 누군가 진심으로 나의 안부를 물어주는 것이 참으로 오랜만이라 느껴졌고 그 마음이 감사했다.


그 이후에 며칠간 나 스스로 내가 정말 잘 지내고 있는지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 스스로 조차도 나의 안부를 너무 묻지 않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소모되고 있는 요즘이었다. 언제부턴가 나는 마음이 힘든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사람이 되었다. 물론 정말 나는 그 마음과 시간 모든 것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고 감사하지만, 어느 순간 '난 테라피스트가 아닌데..'라는 생각이 들면서 오히려 내가 테라피스트를 찾아가고 싶어졌다. 그때 깨달았다. 내가 정말 이 사람들을 진심으로 사랑해서 들어주는 게 아니었구나. 단지 다른 사람들을 사려 깊이 신경 쓰는 나의 모습으로부터 스스로 만족하기 위해서였구나. 아무리 다른 상황이더라도 눈만 마주쳐도 눈물이 나는, 이야기를 듣기만 해도 눈물이 줄줄 나는 사람들이 있다. 반대로 내가 별로 관심 없는 이야기에도 기계적인 리액션으로 다 답해주고, 진심이 아닌 어쭙잖은 위로를 하던 내 모습이 정말 가면처럼 느껴졌다. 과연 그게 그 사람들에게 진심으로 위로가 되기는 했을까?


주변 사람들을 돌아보고 베풀고 보듬어주는 하나님의 사랑, 반대로 이기적인 나의 본성. 그 본성을 거스르기 위해 부단히 애쓰고 노력하고 싶지만 정말 쉽지 않다 느낀다. 하나님 앞에서 나의 가면을 벗을 때가 된 것 같다. 내가 다른 사람들을 이해할 수 없는 마음, 공감되지 않는 마음을 하나님께 진실되게 고백해야겠다. 하나님의 사랑으로 진짜 사랑을 할 수 있기를 겸손하게 기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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