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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Feb 17. 2023

Imperfection

나의 약함은 나의 자랑이요


오랜만에 남자친구와 함께 수요예배에 갔다. 각자 하나님 앞에 더 나아가서 기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생각했기에, 남자친구가 수요예배에 참석하는 것은 나의 기도제목이기도 했다. 수요예배 가기 전에 남자친구한테 미안한 일이 있었는데 남자친구는 모두 이해하고 배려해 주었다. 그런데도 교회 근처에서 만나서 교회로 향하는 그 짧은 순간에 남자친구 기분을 상하게 하고 말았다. 길이 아주 잠시 엇갈렸는데 나도 모르게 순간적으로 짜증이 났다. 남자친구가 이미 충분히 이해하고 배려해 준 것에 대한 미안하고 고맙다는 말 대신에 짜증을 냈다. 남자 친구는 백을 이해해 줬더라면, 실 한오라기 같은 아주 작은 것 하나에 혼자 짜증이 나서 못된 말을 한 나 자신이 정말 쓰레기 같고 별로였다.


남자친구는 기분이 상했고 나 역시도 다른 사람의 기분을 상하게 하고 기분이 좋을 리가 없었다. 서로 마음이 상한 채로 예배당에 들어섰다. 예배 시간에 딱 맞게 도착해서 겨우 자리를 찾아서 앉았다. 첫 찬양이 '나의 예배를 받으소서'였는데 나의 구석구석 삶의 모습들이 가끔 너무나 거지 같아서 하나님 앞으로 나아가기가 참 부끄러웠다. 정작 정말 가깝고 중요한 사람들에게 잘하지 못하는 내 모습이 너무 속상했다. 이렇게 부족한 사람이 셀 리더와 찬양팀을 한다니, 나는 정말 자격이 없는 사람이라 느껴졌다.


설교 시간에 목사님이 <까닭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는가? (욥기 1:1-12)>라는 설교 말씀을 전하셨다. 까닭 없이 하나님을 경외하는 주제에 대한 설교도 무척 은혜로웠지만 특별히 더 와닿은 내용이 있었다. 설교 끝부분에 부족하고 자격 없는 우리의 모습이나 의로움이 아니라, 그보다 더 크신 하나님의 사랑, 나 자신 너머에 있는 하나님의 은혜를 붙잡아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이 기억에 남았다. 기도 시간에 남자친구한테 '미안'이라고 말하고 손을 잡고 기도하는데 미안함과 고마운 마음에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흘렀다. 


그동안 내가 붙잡고 살았던 나의 의로움이 보기 좋은 허울에 불과하다는 것을 새삼 또 깨달았다. 난 이 정도면 괜찮은 크리스천이야 라고 생각했지만 나의 삶은 전혀 괜찮지 않았다. 일상에서 나의 생각과 말과 행동, 인격적으로 여전히 불완전하고 미성숙한 나의 모습들이 참 많다. 하나님 앞에 용서를 구해야 하는 모습들, 사람 앞에서 용서를 구해야 하는 모습들. 아무리 생각해도 난 하나님 앞으로 나아갈 자격이 없는 사람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으로 품으시는 하나님의 그 사랑에 참 감사하다.


'내게 이르시기를 내 은혜가 네게 족하도다 이는 내 능력이 약한 데서 온전하여짐이라 하신지라 이러므로 도리어 크게 기뻐함으로 나의 여러 약한 것들에 대하여 자랑하리니 이는 그리스도의 능력으로 내게 머물게 하려 함이라 그러므로 내가 그리스도를 위하여 약한 것들과 능욕과 궁핍과 핍박과 곤란을 기뻐하노니 이는 내가 약할 그때에 곧 강함이니라. (고린도후서 12:9-10 K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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