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에 내리쬐는 햇살
시험을 앞두고 또 다시 불안에 떨며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토요일은 주로 센트럴 카페 탐방, 리포머 필라테스 운동, 교회 찬양팀 연습,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는 날이다. 지난 토요일은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감사하게도 다들이해해주고 배려해주었다. 금요일 밤에 내일은 무조건 공부에 집중하는 날이라고 결정을 하고 아침 알람도 끈 채로 토요일 아침에 눈을 떴다. 이상하게 목이 계속 칼칼하더니 현재 화요일까지 계속해서 목이 아픈 상태이다.
월요일 아침에는 눈을 떴는데 침대에서 도무지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 코로나 감염 격리를 제외하고는 처음으로 회사에 아침부터 병가를 내고 출근하지 않았다. 아무리 아프더라도 출근은 어떻게든 꼭 하려고 하던 나였지만, 괜히 몸이 좋지 않은 상태로 계속해서 버티는 것보다는 차라리 푹 쉬고 빨리 낫는 게 나을 것 같았다. 전기장판을 켜놓고 하루 종일 자다 깨다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덧 저녁 5시가 되었다. 컨디션이 조금이라도 괜찮아지면 저녁에라도 공부를 하려고 했는데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가벼운 운동을 해도 몸에는 아무런 힘이 없고 멘탈이 너덜너덜한 느낌이었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지만 나는 무척 불안하고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 내가 왜 이 시험 공부를 해야하는지 근본적인 이유와 목표를 모두 잃은 채로 오로지 잘할 수 있을까, 패스할 수 있을까, 불안하다, 혼자있고 싶다라는 마음만 남아 있다. 시험은 시험이고, 신앙은 신앙인 채로 나의 믿음을 잘 지키며 하나님과 함께 잘해낼 수 있을거라고 믿었다. 하지만 시험을 20일 정도 앞둔 현실 앞에서 나는 다시금 무너졌다.
아직 시험을 치르지도 않았지만 시험 끝나고 하고 싶은게 많다. 남자친구와 근사한 데이트를 할 것이고, 런던에도 때마침 봄이 올테니 새로운 장소들도 가보고 싶고, 교회 수련회 찬양팀 연습에도 집중하고, 그간 만나지 못했던 친구들과도 근황을 나눌 것이다. 조금만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미루고, 지금 내가 해야하는 일들에 집중하면 되는데 그게 왜 이리 어려운걸까.
교회 가던 길에 조용한 기차 안에서 읽던 책에 내리쬐던 따스한 햇살은 나에게 조용한 희망을 안겨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