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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Feb 23. 2023

허겁지겁 가는 예배

그리고 삶


수요예배는 일곱 시 반에 시작한다. 저녁을 간단하게라도 챙겨 먹고 예배 시작 5분 전에 도착하려면 퇴근하고 무척 서둘러야 한다. 회사를 나서서 버스 정류장까지 걸어가서 버스를 탄다. 기차 환승 시간에 따라서 때로는 뛰어서 기차역에 가야 할 때도 있다. 퇴근 후 정확히 한 시간 만에 교회 근처에 도착했다. 튜브 역에 내려서 저녁 먹기로 한 곳으로 급하게 걸어가는데 옥스퍼드 스트릿에는 여전히 사람들로 붐볐다. 순간적으로 많은 사람들에 짜증이 났지만 예배 전에 마음을 잘 다스려야지 다짐하며 갔다.


수요예배는 나에게 목숨을 건 예배이다. 수요예배는 마치 사마리아 여인이 삶에 지쳐 물을 길으러 우물가에 가서 예수님을 만났던 것처럼, 나에게는 그런 예배의 시간이다. 퇴근 후 아무리 허겁지겁 시간에 쫓겨서 달려가더라도 늘 감사한 시간. 나의 전부를 드리는 예배의 시간. 누군가에게는 주일 예배가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허겁지겁 뒤늦게 예배에 참석하더라도 목숨을 걸고 참석한 예배. 예배에 오지 못해서 무거운 마음으로 일상을 살아도 마음 한편이 늘 무거울지도 모르는..


나는 사람들의 삶의 모습과 일상의 이야기와 마음의 소리를 알지 못한 채로 판단했다. 왜 교회에 오지 않을까..? 이해할 수 없고 어려운 마음으로 기도를 하는데 하나님이 말씀하셨다. “복음은 그런 게 아니야. 그렇게 시험공부처럼 정답이 있는 게 아니야. 모두에게 똑같은 정답이 있는 게 아니라 사람마다 삶마다 다 다른 거야. 복음은 그런 게 아니야.. 복음은 그렇게 단칼에 다른 사람들과 관계를 잘라낼 수 있는 게 아니야.. 복음은 이해할 수 없는 사랑인 거야.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고 오로지 사랑으로만 이해할 수 있는 사랑이 복음인 거야.. “ 회개하는 기도를 많이 했다. 지금 나에게 맡겨진 영혼들에 대해서 다시 마음을 새롭게 하는 시간이었다.




시험공부를 하면서 수요 예배를 가느냐 마느냐에 관한 갈등이 계속 있었다. 하지만 우리 하나님은 그렇게 시답잖은 분이 아니라는 걸 알게 하셨다. 물론 나에게 주어진 시험공부는 정말 최선을 다해서 준비해야 하는 것이 맞다. 하지만 이 시험을 한 번 패스하지 못한다고 해서, 조금 뒤늦게 패스한다고 해서, 하나님이 나에게 맡기실 직장이나 앞으로 해야 할 일을 못하게 하시지 않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다. 그러니 결과에 연연하지 말고 여유로운 마음으로 더 최선을 다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겼다.


더 하나님의 마음을 깊이 알고, 더 깊은 영성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고 기도했다. 그리스도의 장성한 분량에까지 이를 수 있는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에베소서 4:13) 예전에는 그 한계치를 스스로 정해두었다면 이제는 하나님께서 원하시는만큼 성장할 수 있다는 소망을 가지게 되었다. 목사님께서 기도해주시면서 정확히 내가 기도한대로 기도를 해주셨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원하시는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금 묵상해보게 되었다. 과연 세상의 지혜와 지성만으로 가득찬 사람이 되기를 원하시는지, 하나님의 지혜와 영성으로 충만한 사람이 되기를 원하실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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