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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Feb 24. 2023

뿌듯한 하루를 마무리하며

하지만 편하지 않은 마음으로


퇴근하고 도서관에 가려고 마음을 먹었지만 순간 고민이 되었다. 하지만 이번주에 한 번도 도서관에 가지 못했으므로 결국 발길을 향했다. 어려운 발걸음이었지만 대신 저녁은 내가 좋아하는 떡볶이와 핫도그를 먹었다.


도서관에서 순수하게 집중해서 공부한 시간은 1시간 반을 채웠다. 아홉 시가 넘으니 도서관에서 학생 아이디 검사를 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었지만 오히려 좋아라는 마음으로 도서관을 나왔다. 공부를 하면서 힘든 점은 결국엔 혼자만의 싸움이라는 점, 그렇기에 외롭기도 하다. 그러한 일상적 결핍으로 글이 더 잘 써지는 것은 사실이다.


일만 하다가 작년부터 공부를 시작하고서는 인생에서 참 노력하지 않고 쉽게 되는 것이 없다고 느끼고 있다. 반면에 내 노력과 능력으로 될 수 있는 일이 얼마나 제한적인지를 생각해 본다. 하나님은 요즘 들어 계속해서 내 “모든” 삶이 하나님께 속해 있다고 믿기를 원하시는 것 같다. ’공부 잘하게 해 주세요, 하는 일 잘 되게 해 주세요.‘ 이런 기도는 유치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역시도 나의 교만이었고, 하나님은 내 삶의 모든 영역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고 싶다는 것을 알게 하셨다.


‘위대한 하나님 나와 함께 하시니 내 모든 삶 주께 속했네.’ 내가 입으로만 노래하는 것이 아니라 찬양의 가사들이 진정한 내 고백이 될 수 있도록. 하나님은 나에게 내가 할 수 없는 것들을 자꾸만 깨닫게 하시고, 내 인생과 나의 능력이 얼마나 유한하고 제한적인지를 보여주시는 것 같다. 내 삶이 더 부스러질수록 오히려 하나님만의 삶의 소망임을 더 고백하게 되는 것 같다.




도서관에서 집까지 걸어갈 수 있지만 시간도 늦었고 막상 나오니 추워서 버스를 탔다. 버스를 타고 지나가다가 버스 정류장에 홈리스들이 있는 광경을 보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롱패딩을 입고도 여전히 추운 날씨였다. 모두에게 이야기가 있고 어쩌면 본인이 선택한 삶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여전히 마음이 편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었다.


행복과 불행, 희망과 절망, 이러한 추상적인 감상들은 결코 비교할 수 없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렇지만 여전히 나는 궁금했다. 이 사람들도 누군가의 가족이고, 한때는 혹은 지금도 무언가나 어떤 것을 꿈꾸며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것도 해줄 수 있는 것도 당장에 없다. 하지만 앞으로는 내 삶을 나 자신만 위해서 살기보다는 조금씩 시야를 넓혀서 더 멀리 더 넓게 주변을 바라보고 싶다 생각했다. 물론 시험이 끝나면..


집에 와서도 1시간 반 정도 복습하며 공부를 마무리했다. 뿌듯한 하루였다. 여전히 먹먹한 마음으로 일기의 사진을 선택했지만 말이다.


내일 저녁에는 오랜만에 평일 약속이 있다. 매일 아무 옷이나 입고 출근하다가 오래간만에 입을 옷도 미리 꺼내놓았다. 남자 친구와의 약속, 교회 모임을 제외하고는 아마도 시험 전에 마지막 약속이 될 것 같다. 시험까지는 17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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