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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Aug 10. 2023

하나님의 열심


"사랑하는 내 딸아 너의 작음도 내겐 귀하다. 너와 함께 걸어가는 모든 시간이 내게 힘이라." 


봄에 한국에서 할머니 집을 갔을 때 할머니는 나와 내 동생 이름을 헷갈려하셨다. 최근에 할머니가 치매 증상이 악화되셔서 요양원에 들어가셨다는 소식을 듣고 마음이 아팠다. 하루종일 보살펴 드릴 수 없기에 요양원으로 보내드릴 수밖에 없지만 안타까워하시는 부모님의 마음도 헤아려보면 참 안쓰러웠다. 부모님은 멀리 해외에 살고 있는 내가 그저 가족들 걱정하지 않고 건강하고 즐겁게 지내기를 바라시지만, 나는 나대로 인간관계와 직장생활과 자격증 공부로 지쳐있을 대로 지쳐있는 때였다. 얼마나 부귀영화를 누리겠다고 사랑하는 가족들을 다 뒤로 한 채로 무엇을 위해 살고 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의 사소한 감정조차도, 삶을 단단하게 살아가는 것도, 내 삶에서 오롯이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느꼈다. 


계속해서 '하나님의 열심'이라는 단어가 내 마음에 둥둥 떠다녔다. 한창 교회 그룹 리더를 하면서 힘들어할 때 어떤 동생이 '하나님의 열심 - 러빔'이라는 찬양을 추천해 주었다. 최근 유튜브 <새롭게 하소서>에 박영선 목사님이 출연하셨는데 이 분은 '하나님의 열심'이란 책을 쓰신 목사님들의 목사님이셨다. 책 요약 내용에 대해서 찾아보니 성경의 인물들의 연약함에도 불구하고 그들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하시고 인도하시는 하나님의 열심에 대해 다루는 내용이라고 했다. 


수요예배 말씀을 듣고 기도를 하는데 하나님께서 주신 마음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게 당연하다고 하셨다. 하나님은 나를 무기력하게 하시려는 것이 아니라, 어차피 내 삶이 내 것이 아니라는 것을 먼저 고백하게 하셨다. 처음부터 내 것이 아니기에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없는 게 당연한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나 혼자 힘들어하지 않기를 바라시는 하나님의 마음은, 결국에는 사랑이었다.


박영선 목사님의 설교를 찾아보았다. 하나님은 우리와 사랑과 믿음을 대등한 관계에서 나누고 싶어 하신다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은 우리에게 광야 생활 속에서 우리에게 정체성, 현실을 살아야 하는 이유, 어떻게 살아야 하는 실력을 요구하신다고 한다. 하나님은 내가 누구이며, 무엇을 선택하며, 어떻게 살아갈지를 물으시는것라고 말씀하셨다. 하나님은 그렇게 계속해서 내 삶 속에서 나에게 물으셨다. 나는 정말 하나님의 자녀인지, 내 삶은 하나님의 것인지, 하나님께 나아가는 삶을 선택할 것인지, 하나님과 교제하며 하루하루를 살아갈 것인지를.. 강요가 아니라 하나님은 그저 사랑과 믿음으로 늘 나를 기다리신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연약함과 믿음 없음에도 하나님은 여전히 내 삶 속에서 개입하시고 일하시고 한 걸음 한 걸음 인도하고 계신다는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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