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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Aug 04. 2023

영국 회계사 자격증 공부를 하며

세상의 성공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

도서관에서 공부를 마무리하며 써보는 일기이다. 지금 공부하고 있는 시험은 영국 ACCA라고 하는 회계사 시험이다. 영국에서 아무래도 학교를 나온 것이 아니다 보니 커리어 부분에 한계를 많이 느꼈다. 한동안 영국에서만 할 수 있는 게 무엇인가 고민해 보다가 그것이 여행이기도 했지만 어쩌면 공부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본격적인 시험공부는 작년부터 시작해서 현재 13개 중의 3개의 과목을 마쳤다. 이번이 4번째 과목이니 갈 길이 멀다. 13개를 모두 다 해낼 수 있을지는 아직 의문이고 9개까지는 어떻게든 마쳐보는 것이 목표이다. 이번에 공부하는 과목은 Corporate and Business Law라는 법과 관련된 과목이다.


가장 첫 챕터에서는 기본적으로 민법과 형법에 대해서 배우게 되는데 회계사가 되고 싶은 내가 왜 이걸 알아야 하는 현타가 왔다. 부정적인 바이브를 가지고 공부를 열심히 하기란 쉽지 않았다. 가끔 유튜브에 과목을 시작하기 전에 합격 팁을 보곤 하는데, 그중에 하나가 매우 인상 깊었다. 법 과목을 왜 내가 알아야 하지?라는 부정적인 생각보다 이것은 분명히 회계사로서 법적인 이슈가 있을 때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 알 수 있는 과목이라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공부를 시작해야 한다는 후기를 보았다. (아마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많았나 보다.)


차츰차츰 공부를 더 할수록 고용, 계약서, 회사 자본 운영 등과 관련된 기본 법률에 대해서 알아가는 것이 흥미로웠다. 현재 중소기업에서 경영지원팀 일을 하면서 이전에는 무심하게 지나치던 것들이 많았으나, 이제는 조금 더 유심히 보게 되었달까. 인보이스 회사 주소 변경을 해야 할 일이 있었는데 주소 증명을 위해 가능한 서류 리스트를 받았다. 근데 limited companies랑 sole traders/partnerships는 다른 카테고리로 나누어졌다. 거의 비슷하긴 했지만 어쨌든 이런 사소한 점에서 공부한 것들이 생각난다는 게 꽤나 즐거웠다.




인턴 생활부터 시작해서 어느덧 사회생활 10년이 되어 버린 지금. 사회생활 초창기의 나는 배움의 의지가 매우 강한 사람이었던 것 같고, 새로운 곳을 가면 빠르게 적응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 그러나 지금은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에 만족하고 맛있는 거 사 먹고 좋은 데 놀러 가면 이것이 인생이로구나 하고 그쳐버리는 때가 많았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내 월급만 빼고 다 오르는 물가를 보며 진짜 이러면 안 되겠다 하고 시작한 게 공부였다. 현실에 대한 희망이 보이지 않을 때 공부는 왠지 모르게 미래 지향적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게끔 했다.


이 자격증만 있으면 내 삶의 모든 고민이 해결될 것만 같았다. 늘 믿음과 삶에서 씨름하듯 이것에 있어서도 마찬가지이다. 하나님은 질투하시기에 그 어떤 것도 하나님보다 사랑하게 되면 어느 순간 거두어 가실지도 모른다. 하나님이 주실 고난에 대한 두려움보다는 내가 정말 하나님보다 세상의 성공을 더 바라고 사랑하게 될까 봐 그것이 가장 두려웠다.


하나님을 가장 사랑하고 하나님을 향한 삶으로 살아가면서, 내 할 일도 잘할 수 있는 사람이 된다는 것은 모순된 일일까? 그게 근본적으로는 세상의 성공을 바라보는 것일까? 지금 이렇게 치열하게 고민하고 살아가는 것들이 비슷한 고민을 하는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믿음의 여정은 계속되는 거고 함께 가야 하는 것이기에.


결론적으로 세상의 성공보다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은 어렵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내가 하나님을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사람이라고 알고 있다면, 오로지 그것이 내 삶의 비전이라고 생각한다면 참 쉬워지는 것 같다.



평일 저녁 퇴근하고 도착한 도서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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