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모습 이대로
시험공부 문제를 풀었다가 지웠다가를 반복하며 정답이 맞는지 아닌지를 계속 고민했다. 어쩌면 내가 시험공부가 하고 싶었던 이유는, 정답이 없는 인생에서 조금이라도 정답을 찾아가고 싶어서였는지도 모른다. 너무나 초라한 나의 영국에서의 삶에서 조금이나마 희망이 되어주지 않을까 소망했다.
시험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불안감은 극에 달했다. 무엇을 포기할까 생각하다 예배를 포기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화요일 성경공부와 수요일 수요예배를 가지 않으면 공부 패턴을 계속 유지한 채로 더 많은 공부 시간을 확보할 수 있을 거라 믿었다. 분명히 이 시험 한 번으로 내 인생의 기쁨 슬픔 희망 좌절 결정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말이다. 하나님께서 나에게 주신 마음이 분명히 있음에도 말이다.
고민 끝에 화요일 성경 공부 모임을 참석했다. 성경 공부 시간에 많은 내용들이 있었지만 ‘복음’이라는 단어가 계속해서 마음에 맴돌았다. 찬양을 검색해 보다 오랜만에 ‘내 모습 이대로’ 찬양을 듣게 되었다.
“주의 날개 아래 거하는 것, 주의 임재 안에 거하는 것. 나의 가장 큰 소망, 나의 가장 큰 은혜. 주와 함께 동행하는 일.”이라는 가사를 묵상하면서 이번주 나의 삶을 돌아보았다. 바쁘다는 핑계로 하나님과의 교제하는 시간 약속을 깨트려도 된다고 생각했던 것, 이 정도쯤이야 하나님도 이해하시겠지라는 생각들이 하나님 앞에서 참 부끄러웠다. 결국 나의 가장 큰 소망, 나의 가장 큰 은혜는 세상의 부요와 성공이 아니라 하나님과 동행하는 일임을 고백하게 된다.
내가 정말 아끼는 동생이 주일에 찬양 가사 하나하나 다 너무 진짜라서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고 이야기했다. ‘언니가 앞에서 찬양하는데 그냥 그거 보는 것만으로도 맘 한편이 든든했다’라는 메시지가 문득 생각이 났다. 내가 포기하려 했던 그 예배의 자리인데 말이다.
우리 삶의 힘은 결국 예배다. 보이는 예배가 아니라 노래하는 예배가 아니라 삶의 예배를 드리는 것. 그것만이 힘이고 은혜이고 삶을 살아가는 이유다. 예배가 없이는, 하나님 없이는 우리 삶에 어떤 의미와 이유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하나님만이 의미이고 이유이다.
그리고
하나님은 결코 나를 정답의 인생으로 이끌어 가시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느꼈다. 내가 뭔가를 실수하면 그건 정답이 아니야 틀렸어하고 지우개로 지워버리시는 것이 아니라, 그랬구나 그렇지만 다음에는 이렇게 같이 해보자. 라며 함께하시는 분이라는 것을 느꼈다. 내 모습 그대로 늘 한결같이 언제나 사랑하시는 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