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 둘 곳
런던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타는 날이 다가올수록 마음은 답답해졌다. 다시 먹고사는 고민을 해야 하는 현실로 돌아가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그러나 막상 비행기를 타고 런던으로 가까워질수록 약간은 설레는 기분을 느꼈다. 14시간이라는 기나긴 비행에서 탈출할 수 있다는 소식이 가장 기뻤고, 집으로 다시 돌아간다는 기분도 들었다.
시차 적응을 실패로 도착한 다음날 새벽 5시에 눈을 떴다. 집에서 20분 걸어가면 템스강변이 있어서 호기롭게 집을 나가 걸어 보았다. 오래된 건물의 집들, 가까이 보이는 하늘, 거리에 보이는 빨간 이층 버스가 익숙하면서도 좋았다. "아 영국에 돌아왔구나."
더 이상 영국에 사는 게 맞느냐에 대한 고민은 하지 않지만 늘 가족들과 한국 음식에 대한 그리움은 있긴 하다. 하지만 동시에 내가 할 수 있는 일들과 요즘 마음을 터놓을 수 있는 친구들, 나의 교회와 전반적인 일상과 삶, 마음 둘 곳이 이제는 영국에 있다는 것이 조금은 확실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