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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May 05. 2023

영국 의료 시스템과 어쨌든 병원이 싫은 나

모순


나는 용감하지만 겁도 많다. 겁은 많지만 용감하기도 한 모순과 아이러니함이 있다.


영국에서 살면서 늘 불편한 것이 의료 시스템이라고 생각했다. 당장 아파도 갈 수 없는 병원. 뭔가 당장에 해결책을 얻기는 쉽지 않은 NHS시스템이라 느껴졌기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건강보험과 돈만 내면 병원을 내 집 드나들듯이 할 수 있다. 이번에만 해도 치과 진료, 피로회복제 수액 맞기, 자궁경부암 검사 등등을 했다. 아무리 건강 보험이 된다고 해도 추가되는 금액들, 약값도 만만치 않다 느껴졌다. 해외 생활에 한국 실비는 필요 없다는 생각에 실비 보험이 없어서 더 비싸게 느껴졌는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병원 자체를 가는 것이 무섭다. 진짜 나이 서른 먹고 철없는 소리 같지만 병원이 너무 무섭다. 예를 들어 부모님 집에서는 기침 한 번만 해도 당장 다음 날 아침에 병원 오픈런을 해야 한다. 물론 부모님의 걱정되는 마음, 여러 가지 나의 짧은 한국 휴가, 다시 출국해야 하는 상황 등, 많은 것들을 고려해서 그러시는 줄은 알지만 병원 가고 싶지 않은 걸 어떡하나.


사실 나는 영국에서 병원을 가지 않아도 괜찮은 사람이었던 것이다. 물론 당장에 심각한 고통은 당연히 병원을 방문하거나 약 처방을 해야겠지만, 감사하게도 그 정도로 아픈 일은 최근 허리 아팠던 것을 빼고는 없었던 것 같다. 그 역시도 결국 쉬는 것이 답이었더라.


사실 나는 병원이 싫고 병원에 갈 수 있어도 안 가는 사람인데, 영국에서는 병원을 못 간다고 그렇게 불만을 토로했다는 게 참 웃기다. 영국에서는 그토록 한국을 그리워하고, 한국에서는 또다시 나 스스로를 주변인이라 여기며 영국에 나의 삶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 모순. 이 모순이 참 웃기면서도 삶을 다채롭게 만든다는 생각이 든다. 그냥 현재 내가 있는 곳에서 곁에 있는 사람들을 사랑하며 나누며 감사하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이 최선이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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