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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May 04. 2023

주변인으로서의 휴가

아주 반가운 손님


한국에 와 있는 2주간 느낀 점은 가족만큼 소중한 것은 없다는 것이다. 예전에 한창 친구들을 좋아할 때는 가족들보다 친구들을 우선시하는 날들도 허다하게 많았다. 지구 반대편에 살기를 결심한 나로서는 지금도 여전히 내가 가족들한테 잘하고 있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이번 휴가 때만큼은 가족들과 함께 시간 보내는 것에 가장 집중한 것 같다. 오랜 시간 해외 생활을 꿈꾸어 왔지만 그 어느 곳도 가족들이 있는 곳과는 결코 비교할 수 없는 것 같다.


아쉬운 점이라면 해외 생활의 해를 거듭할수록 더 이상 한국에서 나의 삶은 없다는 점이다. 장기간 꾸준히 한국에 들어와서 생활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이곳에서 나는 손님 같다. 잠깐 지나가는 아주 반가운 손님. 나에게는 더 이상 한국 체크카드도 없고, 한국에서 만날 친구들도 그리 많지 않다. (시간을 쪼개고 무리하면서까지 만날 친구들을 말한다.) 시간이 넉넉하고 여유롭고 융통성 있게 약속을 잡을 수 있다면 물론 모든 친구들을 다 찾아가서 만나고 싶다.


더 이상 이곳에 나의 삶은 없는 것 같다. 나의 뿌리와 가족들과 여전히 내가 사랑하는 친구들과 많은 것들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의 삶은 없는, 주변인으로서의 한국에서 2주가 어느새 끝나간다. 선을 넘어 깊이 있는 관계와 일과 소속감에 대한 약간의 두려움이 있는 나로서는 주변인으로서의 삶도 2주 정도는 나쁘지 않았다.


비행기 타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가족들에 대한 애틋함은 더욱 커진다. 동시에 현실과 삶으로 돌아갈 생각에 두려움이 앞서는 것은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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