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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Jun 30. 2023

저녁이 있는 삶

워라밸


삶과 일에 있어서 워라밸은 나에게 꽤나 중요한 가치이다. 


한국에서 처음 직장생활을 하던 때에 일 년에 1분기 정도 야근이 반복되는 일상을 살았던 적이 있다. 당시에는 내가 좋아하는 일이었기에 최선을 다했다. 시간이 흘러 흘러 보니, 젊은 날의 그 시간들이 조금은 아깝게 느껴졌다. 물론 함께 일하는 사람들이 좋은 분들이었고, 가끔의 야근이었기에 즐겁게 할 수 있었지만 말이다. 후회라기보다는 조금의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지금은 회사의 업무 흐름상 금요일에 퇴근을 늦게 하긴 하지만 평일에는 그래도 저녁이 있는 삶을 누릴 수 있다. 영국에 오면 모두가 저녁이 있는 삶을 살 거라고 기대했다. 영국 생활 초반에는 그런 줄 알고 살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주변을 둘러보거나 건너 건너 들어보면 밤낮없이 일을 정말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게 되었다.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구나를 느끼기도 했고, 저녁이 있는 삶은 어쩌면 모두에게 우선순위 가치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저녁이 있는 삶을 굳이 싫어하는 사람은 없을지라도, 의외로 그다지 중요하지 않게 생각하는 사람은 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 만약 커리어, 돈이 가장 큰 우선순위의 가치라면 저녁이 있는 삶을 충분히 기꺼이 포기할지도 모른다. 


저녁이 있는 삶은 선택이었다. 결국에는 본인의 우선순위와 가치에 따라서 선택하는 것이었다. 나는 어쩌면 돈과 커리어보다 워라밸을 선택한 것 같다. 이제는 저녁이 있는 삶이 너무나 당연하고 익숙하다. 하지만 이렇게 살아도 되는 걸까 하는 두려움과 막막함이 가끔 몰려온다. 일을 배우고 커리어적으로 발전할 수 있을 나이는 한정적이니까 그런 생각이 드는 것 같다.


그나저나 며칠 전에 해먹은 루꼴라 새우 오일 파스타는 정말 맛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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