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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Jul 05. 2023

길을 잃다

모든 상황 속에서 주를 찬양할지라


한국에서 할머니가 아픈 소식과 함께 엄마 아빠가 자녀인 우리들에게 말 못 할 어려움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 이후, 최근 몇 달간 나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는 시간들이 계속되고 있다. 30년 간 살아온 나의 삶의 조각들을 돌아보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감정의 조각들을 느꼈다. 그 속에는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꽤 많다는 것을 느꼈다.


주변에서 이직한다는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의 이기적인 본성으로, 누군가의 이직이 내 업무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서 먼저 생각이 들었다. 영주권을 받을 때까지 한 발짝도 꼼짝할 수 없는 당장 눈앞에 놓인 나의 현실을 바라보니 갑갑함이 몰려왔다. 


이 모든 일들에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몰려왔다. 길을 잃은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교회 사역을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자신의 형편과 지금의 삶이 초라하고 사방이 가로막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많은 약속들이 있지만 모두 취소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꺼지지 않는 일상에 대한 열정과 성령 충만함으로 살고 있다고 믿었지만,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다. 


점심시간 때마다 새롭게 하소서 유튜브를 시청하는데 관리집사 아들로서 겪었던 상처를 극복하고 목사님이 되신 뿌리교회 김진혁 목사님의 이야기가 나왔다. 동생이었던 막내아들이 선교지에서 죽고 아버지가 하나님과 교회를 떠날까 봐 두려웠던 목사님의 생각과 달리, 아버지는 다시 교회 관리 집사의 사명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자신의 형편과 상관없이 나아가는 것이 사명이고 소명이라는 말씀이 와닿았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아픔과 어려움, 나 자신의 삶의 해결되지 않은 무수한 문제들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정말 나에게 주신 소명과 사명이 무엇이었나를 다시 한번 고민해 본다. 새 계명을 지켜라 (요한일서 2:7-11)라는 큐티 말씀을 묵상하면서 결국 하나님께서 주신 계명은 오로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었다는 것을 되새기게 된다. 


나의 상황과 형편에 상관없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하나님을 사랑하고 예배하는 예배자로 내 삶을 지으셨기에, 어떠한 상황에도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고 예배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다시 고백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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