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상황 속에서 주를 찬양할지라
한국에서 할머니가 아픈 소식과 함께 엄마 아빠가 자녀인 우리들에게 말 못 할 어려움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먹먹해졌다. 결혼을 하기로 약속한 이후, 최근 몇 달간 나 자신의 삶을 돌이켜보는 시간들이 계속되고 있다. 30년 간 살아온 나의 삶의 조각들을 돌아보면서 동시에 여러 가지 감정의 조각들을 느꼈다. 그 속에는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꽤 많다는 것을 느꼈다.
주변에서 이직한다는 소식을 듣고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사람의 이기적인 본성으로, 누군가의 이직이 내 업무에 미치게 될 영향에 대해서 먼저 생각이 들었다. 영주권을 받을 때까지 한 발짝도 꼼짝할 수 없는 당장 눈앞에 놓인 나의 현실을 바라보니 갑갑함이 몰려왔다.
이 모든 일들에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하니,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이 몰려왔다. 길을 잃은 것 같다. 주변 사람들을 챙기고 교회 사역을 할 때가 아니라는 생각을 했다. 나 자신의 형편과 지금의 내 삶이 초라하고 사방이 가로막힌 듯한 느낌이 들었다. 많은 약속들이 있지만 모두 취소하고 싶은 충동이 들었다. 꺼지지 않는 일상에 대한 열정과 성령 충만함으로 살고 있다고 믿었지만, 그것은 하나님에 대한 믿음이 아니라 나 자신에 대한 믿음이었다.
점심시간 때마다 새롭게 하소서 유튜브를 시청하는데 관리집사 아들로서 겪었던 상처를 극복하고 목사님이 되신 뿌리교회 김진혁 목사님의 이야기가 나왔다. 동생이었던 막내아들이 선교지에서 죽고 아버지가 하나님과 교회를 떠날까 봐 두려웠던 목사님의 생각과 달리, 아버지는 다시 교회 관리 집사의 사명으로 돌아가셨다는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 자신의 형편과 상관없이 나아가는 것이 사명이고 소명이라는 말씀이 와닿았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의 아픔과 어려움, 나 자신의 삶의 해결되지 않은 무수한 문제들 속에서도 하나님께서 정말 나에게 주신 소명과 사명이 무엇이었나를 다시 한번 고민해 본다. 새 계명을 지켜라 (요한일서 2:7-11)라는 큐티 말씀을 묵상하면서 결국 하나님께서 주신 계명은 오로지 하나님 사랑과 이웃 사랑이었다는 것을 되새기게 된다.
나의 상황과 형편에 상관없이 하나님을 사랑하는 일은 무척이나 어려운 것 같다. 하지만 하나님을 사랑하고 예배하는 예배자로 내 삶을 지으셨기에, 어떠한 상황에도 하나님을 사랑하지 않고 예배하지 않고서는 살아갈 수 없다고 다시 고백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