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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Jul 06. 2023

내 모습 이대로


교회 그룹 리더를 한지도 어느덧 일 년이 훌쩍 지났다. 늘 쉽지만은 않지만 그때그때 하나님께서 주시는 마음들에 순종하며 여기까지 왔다. 최근 들어서 쉽지 않다고 느낀 점은, 나의 삶과 감정에 상관없이 이 자리를 꾸준히 지켜야 한다는 점이었다. 


최근 들어 내 삶 속의 많은 고민이 존재했다. 한국에 있는 가족들, 불확실한 미래와 갑갑한 현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계속해서 교회 그룹 리더를 한다는 것이 쉽지는 않다고 느껴졌다. 요즘처럼 마음이 어려운 때에는 정말이지 모든 것들로부터 도망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너덜너덜해진 모습으로 예배를 드리러 갔다. 현실과 일상에 지치고 사람에 지쳐 하나님께 드릴 것이 아무것도 없는 채로 예배의 자리에 나아갔다. 


<주님 손에 맡겨 드리리> 찬양을 드리며 지금껏 내 손에 꽉 쥐고 내 마음대로 되지 않는 인생이 무엇일까 고민하던 내 모습을 하나님 앞에 내려놓았다. <그리스도 안에서 온전한 순종 (고린도후서 10:1-9)> 말씀을 들으며 얼마나 내가 하나님의 일 마저 내 계획대로 하기를 원했는지 깨우쳤다. 목사님께서 안수기도를 해주시면서 디테일한 생각과 감정까지도 하나님의 마음으로 채워주시기를, 성령충만함을 구하는 기도를 해주셨다. 기도 찬양 중에 <부르신 곳에서> 찬양이 흘러나왔을 때 하나님께서 영국 땅으로, 이 예배의 자리로 부르신 것에 대한 확신이 들었다.


그렇게 한참을 하나님 앞에 그저 머무르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게 이거였군요. 어떠한 모습일지라도 그저 하나님 곁에 머물기를 원하셨군요.


게으른 완벽주의자로서 스스로의 기준이 높다고 해서 하나님까지 나를 엄격한 기준으로 대하시는 분이 아니었다. 하나님은 완벽한 내 모습을 원하시는 것이 아니라 갈기갈기 찢긴 모습일지라도 내 모습 있는 그대로 하나님께로 나아오기를 원하셨고, 그저 하나님 곁에 머물며 함께 살아가기를 원하셨다. 하나님이 원하시는 것이 그것이었다. 아무리 내가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자책하더라도 하나님은 내 모습 그대로 사랑하시며 있는 모습 그대로 받기를 원하시는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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