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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릴리쏭 Jul 14. 2023

비 준비하시니

시편 147편


프림로즈 힐은 나에게 애틋한 곳이다. 바야흐로 5년이 훌쩍 지난 영국 워킹홀리데이를 처음 왔을 당시에 프림로즈 힐 근처 동네에 살았다. 스위스코티지 리젠시 롯지라는 아파트에 살았는데 프림로즈 힐에서 걸어서 15분 거리에 있는 집이었다. 


영국에서 처음으로 구한 집이어서 특별하기도 했지만 같이 사는 언니들도 좋았고 프림로즈힐이 가까워서 정말 좋았다. 일을 구하지 못했던 처음 두 달간 매일 아침 산책 겸 가기도 했던 프림로즈 힐. 영국에 처음 도착한 몇 주간은 시차적응도 되지 않아서 아침 6시에 간 적도 있다. 물론 해가 일찍 뜨는 봄이어서 가능한 일이었다. 


당시에는 '헬조선'이라는 단어가 유행처럼 쓰이고 있었고, 어쩌면 나는 현실 도피와 아름다운 도전 그 중간쯤 어딘가에 서 있는 사람처럼 느껴졌다. 해외로 이주해 대단한 것을 얻기를 원했지만 정작 나는 그저 능력 없는 백수에 불과했다. 5년이라는 꽤 오랜 시간이 지난 지금이지만 그 때나 지금이나 여전히 나는 늘 부족하다고만 느낀다. 또래 친구들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통장 잔고와 아무것도 가진 게 없다고 느끼는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여전하다. 


과연 5년 동안 정말 아무것도 성취하지 못한 것일까? 정말 난 아무것도 해내거나 얻은 게 없는 걸까?라는 고민을 안고 프림로즈힐로 향했다. 프림로즈힐 근처 동네를 떠난 이후에도 프림로즈 힐을 종종 방문하곤 했으나 혼자서 간 것은 정말로 오랜만인 듯싶다. 걸어가는 길 내내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구원의 은혜부터 시작해서, 그동안 하나님께서 내 삶에 허락하신 모든 '덤'에 대한 감사함이 절로 밀려왔다. 


남자친구를 만나고 주변에 많은 믿음의 동역자들을 만나게 하셨고, 더불어 경제적인 부분이나 커리어적인 부분에 있어서도 적어도 부족함 없이 자족할 만큼 하나님께서 허락해 주시는 같다. 글을 있는 영감이 끊이지 않는 것도, 커리어 전환이 있었던 것도 모두 하나님께서 땅에 불러주셨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물론 이것들은 구원의 은혜에 비하면 그저 '덤'에 불과하지만 하나님께서 주신 것들이기에 그저 감사하다.


가장 감사한 것은 결국 복음과 구원이다.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이라는 중요한 시기에 새로운 가치관과 새로운 정체성을 발견하게 것이 가장 감사하다. 하나님 중심으로 삶을 살기로 결단한 것, 삶을 성령님께 내어드리고 성령님의 인도하심을 갈망하는 것, 죄를 깨닫고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이 아니면 하나님께로 결코 나아갈 없는 죄인이지만 동시에 하나님의 자녀이고 의인이라는 것을 깨닫는 것. 오로지 이것만이 내가 감사할 있는 은혜라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하나님을 알게 하시고 구원하신 것이 내 삶의 가장 큰 선물이고 은혜가 아니겠는가. 이 모든 것들이 하나님이 그간 준비해 두신 '비'가 아니었더라면 결코 내가 그 빛을 발견할 수 있었겠는가. 요즘 자주 듣는 '비 준비하시니 찬양'과 시편 147편을 계속해서 묵상하게 된다.




1 할렐루야 우리 하나님께 찬양함이 선함이여 찬송함이 아름답고 마땅하도다 2 여호와께서 예루살렘을 세우시며 이스라엘의 흩어진 자를 모으시며 3 상심한 자를 고치시며 저희 상처를 싸매시는도다 4 저가 별의 수효를 계수하시고 저희를 다 이름대로 부르시는도다 5 우리 주는 광대하시며 능력이 많으시며 그 지혜가 무궁하시도다 6 여호와께서 겸손한 자는 붙드시고 악인은 땅에 엎드러뜨리시는도다 7 감사함으로 여호와께 노래하며 수금으로 하나님께 찬양할지어다 8 저가 구름으로 하늘을 덮으시며 땅을 위하여 비를 예비하시며 산에 풀이 자라게 하시며 9 들짐승과 우는 까마귀 새끼에게 먹을 것을 주시는도다 10 여호와는 말의 힘을 즐거워 아니하시며 사람의 다리도 기뻐 아니하시고 11 자기를 경외하는 자와 그 인자하심을 바라는 자들을 기뻐하시는도다 12 예루살렘아 여호와를 찬송할지어다 시온아 네 하나님을 찬양할찌어다 (시편 147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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