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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om Jul 08. 2021

남자아이 키우기 혹은 아이 키우기

사실 스스로 자라나는 오구오구 기특한 아이

계획 임신이 아니었던 이유로 임신을 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고 "아들이면 좋을 것 같아? 딸이면 좋을 것 같아?" 식의 대화도 별로 해본 적이 없었다. 성별을 알기 전까지 특정 성별이면 좋겠다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어서 남자아이인 것을 알게 되었을 때도 '아 그렇구나' 정도의 심상이었다.


영아일 때는 사실 먹고 자고 싸고가 주 일과라서 성별에 따른 큰 차이를 못 느꼈고 (물론 딸을 안 키워봐서 일지도 모른다.) 최근까지도 콩순이나 똘똘이가 최애 프로그램이라서 '아직은 중성의 상태인가?'라고 생각했다.,


아직도, 예컨대 새로운 옷을 입으면 "엄마 새 옷이야? 예쁘다."라고 말하는 이쪽 분야의 관심도 있고 섬세한 면모가 있다. 예쁜 꽃을 보고 예쁜 물건을 보면 "우와, 정말 예쁘다."라고 감탄을 한다.


아주아주 최곤, 지난달 중순 정도부터 가끔 틀어주면 흥미를 못 느끼고 오히려 무서워하던 '미니 특공대', '헬로카봇', '공룡메카드'같은 본격 남자아이 겨냥 콘텐츠에 에 빠지기 시작하더니 하루 종일 얍얍 슉슉 가랏 과 같은 무협지에 나올법한 바람을 가르는 대사와 가상의 레이저 검을 쥐고 산다.


신발을 사러 가면 스스로 선택하게 해 원하던 핫핑크가 들어간 여야 취향의 신발도 신기고 '남자답다' 라던 가의 성별이 들어간 칭찬이나 '남자가'라는 타박을 하지 않겠다는 기조를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 순간 스스로 남자아이가 되어간다.


성별에 따라 취향이 생겨나는 과정이 신기하다. 아직 또래 아이들이 성별을 나누어 역할놀이를 하거나 성별에 따른 성장이 두드러지게 차이가 나지 않기에 더욱 놀라운 일. 


이제 나에게 주어진 과제는 남자아이가 되어가는 이 아가가 진짜 멋진 남자로 따듯하게 잘 자라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일. 나도 다른 성별에 대해 알고 있고 공평함을 잃지 않아야지라고 생각했지만 이렇게까지 진지하게 고민하고 반대편에 서 본 적이 있는가라고 자문한다면 그렇다고 확실히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 성인 여자의 진짜 남자 만들기 살짝 두렵고 많이 기대된다. 역시 네가 내 가장 큰 선생님이야 고마워.




요즘 우리 아이를 가장 화나게 하는 일.

길을 걷다가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발견할 때마다 격양된 목소리로

"누가 쓰레기를 길에 버렸지? 우리가 범인을 찾자! 그리고 감옥에 넣어버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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