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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om Jul 08. 2021

나는 몇 점짜리 엄마일까?

Best mom in the world

엄마로서의 내 점수는 굉장히 민감한 부분이다. 엄마라는 것 자체가 독립적이지 않은, 관계에 의해 생겨나는 명칭이라 곧 내 엄마 점수는 내 아이 점수라는 점.


다행인지 불행인지 엄마로서의 내 점수는 거의 확인하기 어렵다.


첫째, 객관화가 어려운 다면평가라 수치화가 되어 있지 않다.

뱃속에 있을 때는 주수에 맞게 커가는 초음파 사진이, 아이가 나오고 나서는 육아서적에 나오는 이쯤 뒤집고, 기고, 서고와 같은 지표들이 있었다. 현재는 잘 뛰는 아이, 말을 잘하는 아이, 그림을 잘 그리는 아이, 사회성이 좋은 아이 등등. 각자 하나의 우주로 자라나고 있다. 하지만 늘 궁금하다 내 아이가 어디 즈음인지 그리고 난 어디 즈음 일지.


둘째, 엄마 평가는 죄악시된다.

난 엄마지만 내게도 엄마가 있다. 스스로를 평가대에 올려놓고 엄마 점수를 수치화해보려는 시도는 괜찮지만 대상의 나의 엄마가 되면 영 마음이 불편하고 그런 시도를 하지도 않는다.

엄마 점수에 가장 큰 영향을 주는 아이 지표도 마찬가지다. 우리 집 아이를 다른 집 아이와 비교하는 것이야 말로 대죄로 평가되는 항목.


셋째, 부족함만 보인다.

아이가 실제로 부족하단 의미가 아닌 가장 좋은 것을 주고도 더 좋은 것을 주지 못해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아이는 또래 집단에서 체구가 작은 편이고 언어가 빠른 편이다. 얼마 전 놀이터에 같은 나이 아이의 엄마와 나란히 서서 아이들이 노는 것을 바라보며 서로에게 "어떻게 체구가 저렇게 크고 다부지죠? 너무 보기 좋네요. 저희 아이는 너무 안 먹어요", "어떻게 말을 저렇게 잘하고 사회성이 좋죠? 저희 아이는 느리고 낯을 가려요."라는 말을 주고받았다. 한 스푼의 걱정과 한 스푼의 겸손과 한 스푼의 배려가 섞인 대화. 누가 더 낫고 모자라고 가 아닌 우리 엄마들이 아이에게 더 채워줘야 할 것 들만 보인다.


학창 시절 그리고 사회생활을 하며 명확한 평가기준과 수치 그리고 줄 세우기에 익숙해 주변을 휘휘 둘러보며 내가 잘 가고 있는지 내가 전체 집단 중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지 확인하길 강요받았다.


하지만 엄마로서의 내가 아닌 나 자신으로서의 난 대세에 맞춰야 한다거나 특별히 누군가가 부럽다거나 같은 생각은 별로 안 하는 편이었다. 그런 면에서 오히려 편안하게 "부럽다"라고 입 밖으로  뱉거나 "닮고 싶다"라고 하며 닮아가려 실제로 노력하기도 했다. 남들의 평가나 인정보다 셀프 모티베이션에 움직이는 편이었다. 원하는 일들을 했고 잘할 거란 자신이 있었고 실제로 생각했던 일들은 대부분 추진했고 미미한 성과라도 성과가 없었던 일은 없었다.


표준편차보다 튀는 대세에서 벗어났던 튀는 나의 육아 스타일은 대세가 어딘지 늘 궁금하고 대세 안에 내가 어디인지 확인하고 확인받고 싶다. 닮아가고 싶은 방식도 없고 아니 하루에도 열두 번씩 바뀌고, 유일한 수치인 영유아 검진 결과가 성적표처럼 느껴지고, 자주 또래 친구들이 어디까지 갔는지 확인하게 된다. 더하여 어떤 식으로든 평균에서 대세에 튀고 싶지 않다.


아이에게 이 초조함을 들키고 싶지 않아 더욱 초조해지는 이 마음이 이런 성향의 엄마 또는 저런 성향의 엄마의 전유물의 아님을. 엄마 평가점수가 궁금하면서 두려운 것이 주변의 시선 때문이 아닌 평가 당사자인 아이에게만은 누구와도 바꾸고 싶지 않은 최고의 엄마가 되고 싶음을.


각자 아이의 최고의 엄마이자 유일한 엄마란 걸 잊지 말자. 유일한 존재로서 고생했던 것 앞으로도 고생할 것도 모두 포함에 크게 칭찬해!



가끔 나도 완전한 인간이 아닌데 엄마라는 사실이 버거울 때가 있다.
자고 있는데 부스럭 소리가 들려 눈을 떴다. 자고 있다가 갑자기 자리에 벌떡 일어나 앉아서 황망한 표정으로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라며 멍하게 혼잣말을 하고  나와 눈이 마주치니

"엄마 도대체 무슨 일이에요?"라고 묻는데 새벽부터 웃음이 터졌다.

나로선 알 수 없지만 눈뜨는 순간 황당했을 너의 꿈처럼 나도 아직도 가끔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내가 엄마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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