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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loom Sep 02. 2021

육아 : 보육과 교육의 사이 어딘가

나는 누구 여긴 어디

아이가 다음 달이면 만 3살, 36개월이 된다.

사실 지금도 꼬물꼬물 손가락과 옴폭 들어간 손등 보조개를 보면 입에 넣고 깨물고 싶은 아기인데 교육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단 사실이 믿기지 않는다.


그간 공부는 정말 1도 안 시키고 산으로 들로 바다로, 열매 따러 동물 보러 물고기 보러 다녔다. 집에서도 그리고 만들고 춤추고 노래하고 신나게 놀았다. 그 결과 엄청나게 신나고 밝고 늘 긍정적인 아이이자 책상에 잠시도 앉아 있지 못하는 엉덩이 가벼운 아이로 훌륭하게 성장.


이 어린아이를 억지로 앉히고 공부시킬 생각을 하면 눈물이 날 것 같고, 잠시도 안 앉아 있는 아이를 보면 뒷골이 뻐근해져 온다. 결국 실생활에서 사용하는 숫자부터 시작하자 싶어 1부터 10까지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숫자를 알아야 까까가 몇 개인지 셀 수도 있고 마트 가서 살 수도 있다고 달콤하게 꼬시며.


키도 몸무게도 문자인식도 또래보다 빠른 편은 아니지만 언어는 누구보다 발달해 혀를 내두르게 하는 우리 아이는 처음엔 일, 이, 삼. 하나, 둘, 셋. 조금 따라 하는 시늉을 하더니 "6 다음에 어떤 숫자가 오지?"와 같은 문제를 내기 시작하니,


"엄마 너는 참 잘 아는구나, 나는 아기라서 잘 모르는데."라고 뜬금 칭찬을 해주고 자연스럽게 자리를 떴다.


의문의 칭찬, 기분이 좋아야하는 걸까. 숫자공부 시작 5분만에 다시 뒷골이 뻐근해져온다. 쿨내 진동하는 뻔뻔하고 귀여운 너.



대되고 두려운 본격적인 공부.

공부가 신날 수는 없겠지만 질리지 않게 자연스러운 척 즐거운 척 속여 접근하려는 엄마의 전략 좀 속아주면 안 되겠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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