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혼비
술에 취한 남녀의 눈은 반짝인다.
눈동자가 별이고 눈은 우주 같아 서로를 멍하니 바라본다.
많은 말이 필요하지는 않다.
예전에는, 여자를 만나거나
속내를 내비칠 일이 있으면
술의 힘을 빌리는 일이 잦았다.
감미로운 넥타는 마비된 혀를 부드럽게 풀어주었고,
나는 이만 나른해져 되는대로 마음속의 말을 내뱉었다.
그리고 다음 날, 때론 같은 날 일어나면,
뒤집어지는 속과 밀려오는 우울감에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제는 여자랑 저녁 이상의 무엇을 기대치도 않고,
술의 힘에 기대지 않아도 솔직할 수 있게 되었으나,
그럼에도 나는 가끔 술을 찾는다.
반짝이는 별 담은 우주가 그리울 때면,
한 잔 두 잔 기울이고, 이내 밤은 저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