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진
김성근 감독의 물과 컵에 관한 일화를 자주 되새긴다.
컵에 담긴 물을 보고, 어떤 사람은 컵에 물이 절반이나 남았다고 기뻐하고, 또 어떤 사람은 절반밖에 안 남았다고 슬퍼하는데, 그는 시즌을 준비하면서 컵이 깨지는 경우부터 먼저 생각한다는 일화를.
생각을 이어 붙여, '견월망지'의 일화에 다다른다. 고승이 손가락으로 달을 가리키며 제자에게 "저것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제자는 "손가락입니다."라고 대답했다. 그러자 고승은 "달을 보지 못하고 손가락에만 집착한다."며 제자를 꾸짖었다는 일화에.
'일체유심조.' 비관주의는 컵이 깨졌음에도 엎어져 남아있는 물에서 일어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