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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가 나를 불렀다

정보라

by 노마드

위험한 곳, 한국인의 후기라곤 찾아볼 수 없는 곳 등을 간다는 이야기를 꺼내면 "거기는 (도대체) 왜 가는 거야?"라고 묻는 친구들이 있다.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은 덤이다.


하도 자주 물어와, 나의 답변 역시 이제는 정해져 있다. "가보지 않은 곳이니까."


그럼에도, 나의 대답에 만족하지 못하고, 다시 "'가보지 않았다. 가보고 싶다.'로 말하기에는 너무 위험이 크지 않아?"라고 재차 물어오면, 나는 "내가 그만큼 여행에 미쳐 있나 보지."라고 답하며, 말 끝을 흐린다.


결국 어디를 가든 다 '사람 사는 곳'이라는 생각을 한다. 어디 용암구덩이에 몸을 던지는 것도, 자체제작 잠수함을 몰고 심해로 추락하는 게 아니니까. 다만 그곳의 사람을 어느 정도로 믿을 것인가, 그곳의 체제를 어느 정도로 신뢰할 것인가에서 다름이 있을 뿐.


나의 떠남을, 나의 여행을 전제하지 않은 채, 여행의 이유를 물어보며 나를 걱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는 건 감사한 일이다.


그럼에도 솔직한 대답은 '가보지 않았다, 가보고 싶다', 보다 더 근원적인, 어쩌면 그곳이 나를 불렀다는, 어느 날 이를테면 '바베이도스'가 내 마음에 불시착했다는 게 아닐까.


방랑자는 서점에서 펼쳐든 책 한 페이지에, 카페에서 우연히 엿들은 대화 한 마디에, 윈도우 배경화면에 뜬 사진 한 장에, 형용할 수 없는 무엇에 - 의미를 부여하고는- 끌려, 돌연히 떠나기 마련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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